윤호 유라 윤지 유준

5월 네째 주말

그레이스 ~ 2021. 5. 24. 08:00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목이 따갑고 콧속이 매운 느낌이 들어서 

집에 도착하자 곧 종합감기약 두 알을 먹고 

그다음에 정리를 하고 저녁준비를 했더니

밥을 먹고난 후에는 피곤에 약기운까지 겹쳐서 세수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눕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감기는 괜찮을 듯 싶은데...

그래도 하루 이틀은 감기약을 먹어야 겠다 

 

유준이는 활발하고 잘 먹어서 요즘에는 날마다 체중이 100그람씩 느는 중이란다 

토요일 아침 81일째 체중 7.6 킬로 

발차기를 좋아해서 딸랑이를 발목에 채워놨는데 

어른 손바닥을 아기 발바닥에 대어주면 무릎을 굽혔다가 힘껏 찬다 

그러면 딸랑이 소리도 요란하고 

오른손목의 하얀 건 치발기다 

백일이 되어야  손에 쥐어 준 치발기를 입에 넣는다는데,

신생아 돌보는 아줌마 말이 유준이는 뭐든지 빠르단다 

 

안아주는 것으로는 만족 못해서 조금만 지나면 일어서라고 운다

꼭 일어나서 걸어다니라고 하니 나는 불가능이라 아들이 교대했다 

유준이가 잠이 드니 금방 눕히면 깰까봐

소파에 앉아  쉬는 아빠와 아빠 품에서 자는 아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윤지는 아빠와 기념사진을. 

목걸이는 아이스 하키 팀에게 주는 각 팀별 목걸이라는데 

색다르고 이쁜 건 내가 먼저 해봐야지... 하는 윤지.

오빠와 언니는 할아버지와 놀이터에 갔으니 시비 걸 사람도 없다 

낮잠 자고 일어난 윤지가 밥은 먹기 싫고 치즈와 야구르트를 먹겠다고 해서 

굳이 바닥에 앉아서 먹겠다네 

야구르트에 스트로우는 윤지가 할껀데 엄마가 꼽았으니 다시 가져와라 

치즈에 비닐포장은 치우지 말고 옆에 두라 

먹던 치즈가 맘에 안든다고 치즈도 새것으로 다시 가져오라 

고객의 갑질이 심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목이 아파서 울고 그럴 때는 엄마가 품에 안아줘야 하니 

며느리는 윤지 전담 간호사다 

엄마가 언니에게 가는 것도 아가에게 가는 것도 용납이 안된다.

 

왜 엄마는 윤지 옆에만 있냐고 왜 윤지만 안아 주냐고 묻는 유라 

윤지가 열나고 기침하고 아파서 그렇다고 했더니 

유라가 자기도 아프다면서 캑캑 가짜 기침을 하더란다

기운이 없는 시늉을 하면서.

엄마를 빼앗긴 상실감을 

할아버지가 오시니 온갖 응석을 다 부리면서 할아버지에게 매달린다 

안그랬는데 식탁에서도 놀이방에서도 도로 3~4세가 된 듯이.

며칠 간 엄마 옆에도 못가서 그런 거니까 할아버지가 다 받아주시라고 부탁했다

토요일에는 아이스 하키 레슨 갔다가 7시 즈음 왔고 

일요일에는 장거리는 아이들이 싫다고 해서 배드민튼과 자전거 타기 하고

오후에는 가까운 놀이터에 가서 놀다가 왔다 

배드민튼은 오전에도 점심 후에도 두 번이나 땀이 흠벅 젖도록 뛰고 왔다 

할아버지가

나는 힘이 들어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다른 할아버지를 하나 더 구하자고 했더니,

유라가, 자기는 괜찮다고 ... 나는 우리 할아버지를 찜 했으니 

다른 할아버지 구해오면 윤호 주라고 하더란다 ㅎㅎ 

 

사정이 이렇다보니,

놀이방에서  식탁에서 잠들기 전에 .... 규율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규율을 스톱하고 눈감아 줘야 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고,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경우가 아플 때 라고,

놀랍게도 다 낮고나면 도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픈사람은 윤지인데 덩달아 윤호 유라도 규율을 안지킨다 

윤지는 왜 아이패드 계속 보냐고 항의하면서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퇴근시간에

윤지의 상태가 어떠냐고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셨다  

아침에 다녀 간 이후 열은 내렸는지 기침은 자주 하는지 아이의 컨디션은 어떤지...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업무가 끝난 후에 

아침에 첫손님으로 다녀 간 아이의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주시는 의사에게 

감동 받은 며느리 

기침을 하는 건 기관지속의 가래를 뱉어내는 거니까 좋은 현상이라고 하고,

월요일에 다시 보자고 했다 

 

지난 주에는 유라의 작품을 소개했는데 

이번 주는 윤호의 작품.

 

무당벌레의 날개를 열어보면 한 살이가 설명되어 있다 

처음에는 나뭇잎에 알이 있다가 (시계 방향으로)

애벌레로 살다가  그 다음에는 번데기가 되었다가 

무당벌레가 된다는...

 

이번주에는 유준이 방에 계속 있어서 윤호와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다 

다음에는 학교생활(유치원)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다 

 

 

  • 키미2021.05.24 11:08 신고

    어머...도로 아기가 되었네요. 윤지가.ㅎㅎ
    윤호는 정말 스마트합니다. 무당벌레 날개를 열어보는 걸 한 번도 상상을 해 보질 않아서...우와.
    유라가 찜한 할아버지 힘 내세요. ~~!! ㅎㅎ
    감기 조리 잘 하세요.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여긴 추워서 아직 아카시아도 안 피었답니다.

    답글
    •  
    • 그레이스2021.05.24 11:23

      윤지가 일주일 전에는 젓가락질도 할 줄 안다고 동영상이 왔는데 말이에요
      기침할 때 목이 아프고
      고열로 계속 설사를 하니 똥꼬도 아프고,
      입맛은 없고...
      윤지도 스트레스가 쌓여 기진맥진이예요

      윤호의 무당벌레는
      유라에게 설명을 들었어요
      윤호는 배드민튼을 더 치겠다고 할아버지와 아파트 뜰에 있고 유라만 올라왔습디다
      니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윤호 꺼라고 하더군요
      설명도 하면서요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달리기를 했더니
      유라보다 못 뛰겠더라고
      체력이 이렇게나 약해졌다면서 아주 많이 놀랍디다

      곧 작은며느리가 올거라서 기다리는 중이예요
      큰집에서 윤호 옷을 한보따리 가져 왔어요

      •  
  • 데이지2021.05.24 15:01 신고

    일곱 명 손자손녀 돌보느라 즐거운 비명이시네요.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다 귀하고 다 기특하시지요? 저는 주말에 아들네와 여행하고 왔는데 아들이 고기 굽는 모습과 자기 아들 돌보는 모습에도 짠하더군요. 그래도 잘 참고 좀 누려봤어요. 나중나중에 부모께 아무 것도 못해드렸다고 마음 아파할까봐서요. ㅎㅎ.

    답글
    •  
    • 그레이스2021.05.24 16:22

      여행을 나가서가 아니라 집에서도 고기를 굽는 건 남자들 몫으로 정해져 있어서
      저는 아들이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 보다는 설거지 때문에 몇주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들에게 엄마가 할 께 합니다
      주말에 오시는 아줌마가 수술한다고 그만 둔 이후로
      점심때나 저녁 때 설거지는 전부 아들이 맡아서 하는 걸로 정했나봐요
      며느리가 다른 일을 안하고 앉아있어도 당연하다는 듯이 아들이 식탁 정리하고 씽크대앞에 섭디다
      나는 아들이 설거지하는 게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깨끗이 씻지 않을까봐 엄마가 할 게 했던 거예요
      내가 살림하는 중에 가장 청결하게 하는 부분이 설거지일 겁니다
      빨래도 좀 까다롭지만요
      그릇을 씻은 후 뽀도독 소리가 나야 만족하고 냄비는 3M 수세미로 반짝거릴 정도로 닦아야 속이 후련합니다
      그러니 아들이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내맘에 안들어서 옆에 붙어 서서 교대하자 하는 거예요
      후라이팬이나 냄비는 씻어놓은 거 나중에 꺼내서 다시 씻고요.ㅎㅎ

      아들이 피곤에 쩔어있어도
      주말에 자기 아이 돌보는 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라는 건 정해져 있어서
      훗날 다시 해보고 싶어도 아이들은 이미 커 버려서 기회는 없을테니까요
      우리가 가서 도와주는 것과는 별개로
      아들도 아이들과 공차기,비누방울 날리기, 놀이터에서 노는 거,배드민튼 게임하기
      그리고 윤지와 놀고 유준이 안고 재우는 것을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엄마가 대신 할게~ 라고 끼어들기 안해요

      •  
  • 생강차2021.05.25 09:08 신고

    긴 글 재미있게 읽엇어요.
    어쩜 이렇게 자세히 쓰실 수 있는지 감탄합니다.
    인상깊은 것은 아드님의 가정적 모습입니다.
    직장도 옮겨서 바쁠텐데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거기다 설겆이 까지 한다니.
    저희 엄마가 사위가 집안 일 하는 모습은 보기 좋은데
    아들이 하니까 별로 안 좋아 보인다고 하는데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지요.
    미국에서는 시어머니가 일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앗어요.
    며느리는 앉아있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방문해서 요리하고 청소하고.
    또 윤호의 작품이 인상적입니다.
    어른이 보아도 신기한데 아이들도 매우 흥미롭겠지요.
    몸은 나아지셨는지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잘 쉬시기 바랍니다.
    허리가 아프니까 서서 5분이상 일하면 저려오던데
    설겆이를 그렇게 깨끗이 하신다니 놀랍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05.25 09:39

      주말에만 오는 아줌마가 있을 때는
      아들은 집안일 아무것도 안했대요
      이제는 주말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설거지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결심을 한 것 같습니다
      직장맘들은 출근을 하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온갖 집안일이 쌓여 있잖아요
      여자에 비하면 주말에 설거지 하는 건 남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었어요
      훗날 아이들이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에
      부엌에서 일하고 음식을 차려주는 모습도 있겠지요
      우리부부는 아들집에 가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더 많이 돕고싶어하는 편이예요

      허리 통증 때문에 일을 오래 하지는 못합니다
      힘들면 벽에 기대서서 잠시 쉬기도 하고, 방법을 찾습니다
      요즘은 청소를 제대로 못해서 구석구석 때가 보이는 지경이예요
      닦는 게 제일 어려워서요

      아참~!
      아이들의 행동과 말을 사진과 글로 남겨두니까 중요한 자료가 되더군요
      윤호 유라가 3개월에는 6개월에는 어떤 행동을 했는지 찾아 볼 수 있어서
      블로그에 기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  
  • 여름하늘2021.05.25 11:35 신고

    아기 안고 소파에서 자는 아기아빠
    그 풍경이 참 정스럽고 좋습니다
    두고두고 좋은 사진이 될것 같아요

    답글
    • 그레이스2021.05.25 13:12

      저 사진을 카톡으로 아들에게 보내줬어요
      윤지와 같이 찍은 것도요
      나중에 사진첩에 넣어 둘 장면이지요.ㅎㅎ

      가끔 몇년 전의 블로그 글을 보는데
      윤호 유라 첫돌 전에 사진 중에서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모습이 많습디다
      다시 봐도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