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도 제법 큰 농어를 잡아오셨다.
아침에 밥하러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밤중에 손질해서 넣어 둔 농어회가 있더라.
불려둔 현미로 밥솥에 스위치를 눌러두고,계란을 삶아 커피를 마시고나도 일어나실 기척이 없어,
2층에 올라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있으니,문 여는 소리가 났다.
얼른 내려가서 부엌에 갔더니,
무와 다시마로 맑은국 국물을 내고 계신다.
생선회는 예쁜 그릇에 담고싶은 맘이 살짝 있었으나,그냥 남편이 담아놓은 그대로 식탁에 내놨다.
요즘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가볍고 사용 편한 코렐이다.
고급 본챠이나는 손님이 왔을 때만 사용하는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이건 비빔밥을 먹을 때 쓰는 큰 대접인데,한냄비 끓인 맑은탕이 많아서 그랬는지,
남편이 이렇게 큰 그릇에 탕을 담았네.
윗쪽의 뱃살은 나에게 양보하고 남편은 크게 썰어진 등쪽을 먹었다.
요즘 우리집은 현미 한컵, 찰현미 한컵,귀리 한컵,렌틸콩 한컵,검정현미 반컵으로 밥을 한다.
밥공기인데 위에서 찍었더니,국대접처럼 보이네.
내가 서울 있을 때 잡았다던,94센티 농어.
생선을 손질할 때 쓰는 프라스틱도마위에 놓아보니,도마 길이의 두배가 넘는다.
도마가 꽤 큰 사이즈인데,조그맣게 보이네.
10시 반에 식사를 했으니,남편은 아침밥이지만,일찍 일어난 나는 점심을 먹은 셈이다.
식사를 하면서 간밤에 낚시터에서 만난 젊은이 얘기를 하신다.
청년이 와서 남편과 크로스가 되는 지점에 앉아서 낚시를 할려고 짐을 풀길래,
그쪽에서 낚싯줄을 던지면 줄이 서로 엉킨다고 했더니,
아~ 그러냐고,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하며, 옆으로 오더란다.
싹싹한 성격이 맘에 들어서,
오늘 한마리 잡게 해줄게~ 하면서,
낚싯줄도 남편방식으로 풀어서 새로 매 주고,던지는 요령과 포인트를 일러줬다고.
기다리다가 남편이 먼저 한마리 잡았고, 뒤이어 젊은이 낚싯대에도 신호가 오더란다.
먼저 줄을 당기지 말라고 하고,(마음이 급해서 빨리 당기면 바늘이 빠져서 달아난다고)
물고기가 힘을 쓰면 풀어주면서 천천히 당겼다 풀어줬다를 반복하라고,
옆에서 코치를 하면서 실랑이를 하다가 줄을 당겨 떨채로 잡아줬다고 한다.
너무나 감격해서 인사를 몇번이나 거듭하고는 한마리 더 잡겠다고 하길래,
욕심 내지 말라고,
얼른 집에 가서 손질해서 신선도를 유지해야 내일 아침에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한마리 더 잡겠다고 욕심내면,잡은 물고기는 신선도가 떨어져서 맛이 없어 질테고,
또 잡는다는 보장도 없지않냐고.
낚시는 그렇게 즐기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하신다.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피를 다 빼내는 법을 시범을 보여주고,(그래야 비린내가 적고 살에 탄력이 있다고)
가게에 들러 얼음을 사서 물고기에 직접 닿지않게 비닐로 싸서 집에 가져가라고,
그리고 집에 가서는 어떤식으로 자르라는 방법도 알려줬다고 한다.
어르신덕분에 이렇게 큰 고기를 잡았다면서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요~ 해서,
이다음에 더 노련해지면,다른 젊은이에게 당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라고,
그게 고마움을 잘 갚는 방법이라고 했단다.
기분좋은 얘기를 들으며,맛있는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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