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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모임

대전 모임

by 그레이스 ~ 2026. 5. 29.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는데도 다섯 시에 일어나져서

일찍 아침을 먹고, 부엌 정리를 마친 후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 모양도 다듬고 

창밖을 보니 조금씩 비가 오는 날씨에 내어 놨던 원피스를 포기하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기로 했다

 

양재동 사는 이 사장님은 혼자 가시니까(부인은 의사로 직장에 출근하고)

지하철로 이곳 청명역으로 와서 우리 차를 타기로 했는데

양재에서 늦게 출발해서 청명역 3번 출구 앞에서 거의 20분 기다려서 만났다

 

대전 유성의 약속 장소에는 예정보다 5분 늦게 도착이어서 다행이었다

굳이 유성의 숫골 냉면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는 

모임 친구들 대부분  부모 세대에 북한에서 살았던 분들이라서

젊은 시절에도 냉면을 좋아했고

그 식당은 6.25 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온 부부가 오두막 같은 곳에서 냉면 장사를 했는데 

이북식의 그 맛을 좋아해서 대전에서 모임을 하면  한 끼는 그곳에 갔던 추억으로

이제는 그 부부는 돌아가시고 아들과 딸이 각각 다른 곳에 식당을 차렸다는데 

그래도 옛 추억 때문에 그 냉면 가게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부인들은 식당 안에서 찍은 사진으로

(화장을 너무 안 하는 게 민망해서 입술에는 발랐더니 나만 화장한 듯이 보인다)

 

식사 후 드라이브 겸 적당히 걷기에는 계룡산 동학사 가는 길이 좋다고 해서 

서울에서 온 다섯 명 포함 15명은  7인승 차 두 대 승용차 두 대여서 충분했다

남자 8명과 여자는 2명만 동학사로 올라가고 

 

여자 넷은 계곡 옆으로 식당이 쭉 있는 그곳에서 

동학사에 간 일행들이 내려오는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서

저 바위에 앉아 물소리 들으며 한 참을 놀았다

돌 위에 앉아 있는 게 불편해지는 즈음에 일어나 식당 안으로 옮겨 또 이야기들....

한 시간은 놀았나 보다

청량한 물소리가 좋아서 동영상으로 찍었으나 동영상 올리는 건 금지되어 사진으로

동학사 올라갔던 사람들은

남편과 이 박사님 빼고는 모두 장로님 권사님이니 절 구경은 안 하고

남편의 자가 면역 질환 스토리와 척추 내시경 수술 상담과 진행 과정을 들었다네

한 시간 후 

서 있는 사람 두 분 중에 크게 찍힌 이 창섭 교수님 댁에서

다과 준비를 해 놓았다고 연락이 와서 그 댁으로 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거실 통 창에 비친 정원이 예뻐서 찍었더니 내 독사진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부인이 많이 아파서 돌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자기 남편이 제초제를 뿌려서 잔디가 죽는 불상사가 생겼단다

부인의 피아노 반주에 클라리넷 연주하시는 창섭 씨

양재동에서 오신 필한 씨는 플륫 연주하시고 (모임에는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그 전에 클래식 키타를 연주하는 두 분의 사진은 못 찍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과일 화채는 조금 남았고 직접 구운 파이와 

 접시에 3개 남아있는, 슈 반죽으로 슈게트를 구워 잘라서 속에 크림을 넣은

에끌레어 비슷한 저 건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네

오븐에 많이 있다고 나중에 1회용 포장 그릇에 담아서 한 팩씩 주더라 

 

집에 쉬러 간다고 동학사 가는 그때 먼저 들어가더니,

환자이면서 저렇게 준비해 놓을 줄이야 

예전에는 풀코스 저녁 준비를 해 놓고 집에 초대를 해서 오래도록 그 고마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작은 인사라도 하자고

대전 사람들 빼고 우리끼리 봉투를 전했더니

카페에서는 어쩔 수 없어서 받으시고는 댁으로 가서 부인에게 전했더니 (안 받겠다 했는 듯)

잘 간직했다가 가을에 만나서 쓰겠다고 단체 방에 인사 글을 올리셨다

 

모임 주선을 우리 집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분들과 대기업 고위직(사장 부사장)에 오래 근무하다 퇴직한 분들 

그리고 연구소에서 근무하신 분들은,

직접 여러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다시 날짜를 정해서 또 조율하는...

그런 일은 조교나 회사는 실무를 맡은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직접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남편은 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이면서 

주문받은 배의 설계와 만드는 과정을,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해 줄 수 있는 기간과 원하는 가격,

선주 회사의 조건과 가격을 회의를 거듭하면서 최종 합의점을 찾고

설득해서 이끌어 내는 게 직업이었던 사람이다

그러니, 

날짜를 정하고, 뭘 먹고 싶은지 친구들의 엉뚱한 의견도 듣고, 

다 정해졌는데 나중에 다른 의견을 내는 친구를 설득하고... 그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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