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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유라 윤지 유준

나를 닮았다는 유라.

by 그레이스 ~ 2022. 9. 7.

지난 주말에 큰아들과 대화 중에

유라가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해서,

나는 그런 생각을 안 해봐서 어떤 점이 닮았냐고 물었다 

유라는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울고 떼쓰는 모습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순둥이였던 나와는 반대라고 생각했으니...

 

세 살부터 할머니 집에 맡겨져서 일곱 살 학교에 입학할 즈음에 돌아왔으니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했다 

말을 잘 들어서 꾸중할 일이 없었다고

어떤 심부름을 시켜도 하기 싫다는 말은 안 했단다 

 

완두콩을 한 바가지 주면서 저녁밥에 넣을 거라고 다 까라고 했더니 

그 걸 싫다는 말 안 하고 끝까지 다 까서 들고 오더라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지루하고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은 맘이 간절했으나

할머니가 서운하실까 봐 차마 싫다는 말을 못 하는 아이였다 

(몇 년 후 여동생에게 똑같은 일을 시켰더니

"하기 싫다"하고는 밀쳐놓고 나가더라고....

아이고 무시라 우찌 그리도 다른지... 하시면서 사사건건 비교하셨다

여동생은 언니와 비교당하든지 말든지 지가 싫으면 절대로 안 하는 아이였다)

 

할머니가 밭으로 논으로 일하러 나가실 때나 

오일 장날 읍내 장으로 채소를 팔러 나가시면

두 살 아래 남동생을 보살피고 밥을 챙겨 먹이는 것도

다섯 살 때도 여섯 살 때도 내가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떼쓰고 고집 피우는 걸

어린 나이에도 한 번도 해 본 경험이 없었던 아이다 

 

일곱 살에 우리 집으로 와서 

한 달쯤 지나니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는데 

할매 보고 싶다 하면

엄마가 서운할까 봐 내색을 못 하고 굴뚝 뒤에 숨어서 울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들의 칭찬에 길들여진,

그래서 어른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어른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민감한 아이였던 셈이다

 

아들이 말하기를,

유라가 어른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민감하고 

운동이든 공부든 무엇을 하든, 남보다 잘하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친구보다 잘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려고 한다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쪽팔린다는 기분에 

윤호는 뭐 어때? 잘 못할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데 

유라는 창피함을 느끼는 강도가 어떤 아이보다 몇 배나 크게 상처를 입는다 하고 

어머니도 그런 성향이 상당히 강해서

평소에도 실수 안 하려고 엄청 노력하고 살았던 걸 기억한다고

자기 것 먼저 챙기는 게 아니라 윤지를 먼저 챙겨주고 

유준이를 돌보는 모습도 

어머니가 주위 사람을 먼저 챙기는 모습과 비슷하단다 

 

징징거리고 울면서 떼쓰는 건 보살펴주는 아줌마랑 있으니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고 

듣고 보니 성향은 나와 비슷하구나 했다.

 

 

앞으로 유라를 만날 때마다 꼭 내가 해야 할 말은,

무엇이든지 도전해봐라

처음에는 못해도 괜찮다  

열심히 노력하는 그 자체가 멋진 것이고 

나중에는 가장 많이 연습한 아이가 제일 잘하게 된다 

운동도 공부도 마찬가지다 

그 내용을 유라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설명해야겠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어른들이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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