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아이스하키 수업을 한 시간만 하니까
일찍 가서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집에 왔다
윤호는 오자마자 레고 자동차 조립하느라 방으로 들어갔고
오후에 아이 셋이 광화문 광장으로 놀러 가자고 했으나
유준이가 낮잠 자고 일어나면 같이 나가려고 기다리는 중에
윤호 유라가 간식으로 라면이 먹고싶다 해서
며느리의 허락을 받아 아들이 끓여주기로 했다.
라면은 한 달에 한 번 먹을 정도로 안 먹이는 음식이라
하나 끓여서 셋이 나눠 먹는단다
아무리 순한 라면이라도 아이들에게는 맵다고
스프를 조금 넣고 순하게 끓인다더니
유라가 한 입 먹어보고 맵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둘을 비교하면 유라는 매운 걸 잘 먹고 윤호가 매운 걸 못 먹는다 )
아빠가 별로 안 매운데... 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더니
윤호가 먹어 보고는,
매워야 라면이지~!
(하나도 안 매운 게 어찌 라면이냐는 투로) 말한다
윤호의 말에,
할아버지도 아들도 며느리도 다 웃고
처음부터 물에 씻어 준 윤지도, 윤호 유라도 맛있게 먹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궁지에 몰리는 아빠를 편들고 싶은 윤호의 속마음이 느껴져서
(이번에 티스토리로 이사 과정에서 손자 손녀에 대한 글은 전부 읽어봐서)
예전의 비슷한 장면이 떠올라 찾아봤다
보모 12일째 (아빠가 하고 싶은데로 하게 내비 둬~ )
2019년 3월 1일 (윤지 태어나서 조리원에 있던 시기)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난 아들이 (공휴일이지만) 오늘도 회사에 일하러 가야 한다면서
샤워를 하고 편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는
양말을 들고 식탁으로 와서 의자에 발을 올려놓고 신었다.
그 걸 본 유라가,
아빠는 왜 양말을 식탁에 와서 신느냐고 따지네.
내가 한마디 더 보태서 유라에게,
양말은 거실에서 신어야 되냐 식탁에서 신어야 되냐 했더니,
윤호가 얼른,
아빠가 하고 싶은데로 하게 내비 둬~ 한다.
그 말을 듣고 아들도 나도 눈이 똥그레져서 서로 쳐다보다가 웃었다.
신이 난 아들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서
윤호에게 하이 파이브 하자고 손바닥을 내미니까 마주쳐서 짝 소리를 낸다.
39개월짜리가 아빠 편을 들어서 그런 말을 할 줄이야.
(3월 1일 하루의 긴 일과 중에 앞부분만 복사했다 )
윤호는 라면이 자기 입에 매웠을 지라도
당황하는 아빠 편을 들고 싶어서
안 매운 라면은 없다고, 매워야 정상이라고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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