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이가 아침에,
할아버지 오시면 꼭 유치원으로 데리러 오시라고...
엄마에게 신신당부하고 갔단다.
그 말이 아니라도 운전을 하고 가는중에 작은아들집에 도착하면
아이들 집에 오는 시간까지 여유가 있으니,잠시 누워 계시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고,유치원에 데리러 가야지 하셨다.
며느리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고,
나는 작은방에 누워서 쉬고,
할아버지는 아이들 데리러 나가시더니,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들어왔었다.
집에 들어와서 나를 보고 인사를 하고는,
하영이가 먼저 유치원복을 벗어 빨래통에 넣고,
기특하게도 곧장 목욕탕에 들어가 거품을 내어 손을 씻고 나온다.
야무진 모습이 귀여워서 놀란 표정으로 칭찬을 했다.
할아버지와 놀고싶어서 얼른 편한 옷을 입고,자기들이 좋아하는 놀잇감을 들고 나온다.
휘젓고 집어당기는 준이의 방해가 만만찮다.
손녀들과 놀이를 하기보다 준이를 돌봐줘야 할 지경이다.
눈치가 빤 해서,할아버지에게 안기려고 웃으면서 다가온다.
토요일 11시 쯤,
며느리가 준이를 낮잠 재운다고 안방에 들어 간 사이,
거실에서 깜빡 잠이 든 할아버지.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아 쳐다보고 있었는데,
잠이 듣 할아버지를 보더니
하윤이가 베개를 머리밑에 넣어드리고,
방에 들어가서 자기 이불을 가져와 할아버지 덮어주고 있다.
깨어서 그걸 아시면 하윤이가 더욱 사랑스럽겠구나~ 싶었다.
한 밤 자고 가시면 안된다고 두 밤을 자야 된다고 할아버지를 설득하는 손녀.
유치원 방학하면 부산으로 오라고,
곧 만날꺼니까 이번에는 울지말고 헤어지자고,
돌아오는 날,
아침부터 몇번이고 다독이면서 하윤이를 달랬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서 현관앞에 두는 걸 보고,
눈물이 글썽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하윤이에게
약속했으니 울면 안된다고,
이번에는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부산에서 곧 만나서 수영장 모래밭 바닷가에서 놀자고...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서 겨우 울음을 참았다.
누나들이 아주 작은 프라스틱을
십자수 놓는 것처럼 표본을 보고 틀에 끼워 다리미로 다리면 작품이 되는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이 건 하준이가 입에 넣을까봐 여간 조심이 되는 게 아니다.
이 걸 만들때는 문을 꼭 닫으라고 엄마가 몇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열린 틈새로 하준이가 들어가서 방해를 했고,
바닥에 흩어진 프라스틱을 주워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목격 되었다.
어른이 있었으니 얼른 데리고 나와 해결이 되었지만,
큰누나가 야단을 듣는 건 당연지사.
작은방에서 들으니,목욕탕안에 하윤이가 있고 문앞에서 엄마가 꾸중을 하는 듯.
며느리의 말은 못 들었는데,하윤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니,엄마가 좀 이해 해 줘~ (한다)
하준이가 누나들 장난감을 망치거나 공책을 찢어놨을 때,
~~~~ 그러니, 누나가 좀 이해 해줘~ (엄마가 그렇게 말했겠지)
모녀의 대화를 듣고 슬며시 웃음이 나더라.
하준이는 살이 쏘옥 빠지고 키가 훌쩍 컸다.
식탐이 말도 못하게 왕성하다고 하더니,누가 뭘 먹을 때마다 어디든지 끼어든다.
식탁에 앉아서 먹으면,
기를 쓰고 의자에 올라와 식탁위로 올라 가려고 애쓴다.
옆에 어른이 붙잡을 자세로 대기해야 안심을 할 정도이다.
두유 한번 마시고 과자 한번 먹고.
과자를 하나씩 꺼내길래 어째서 한꺼번에 많이 꺼내지 않냐고 했더니,
몇번 해보고는 주먹을 쥐고는 먹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단다.
그래서 하나씩 꺼낸다고.
그릇에 담긴 자두를 전부 잇빨 자국을 내 놨다.
껍질을 벗겨 자두 즙만 빨아먹는다.
조부모가 있으면,
아이들 식습관이나 생활교육은 엉망진창이 된다.
짜장면 먹고싶다는 하영이 의견에 저녁에 탕수육과 짜장면을 시켰는데,
하준이만 맹맹한 이유식을 주니(아토피 염려가 있어서 아직 음식을 가린다고 했다)
그것보다 식탁위의 음식에 끼어들고 싶은 맘이 오죽하겠냐.
할아버지가 나무젓가락으로 짜장국물을 찍어서 준이 입에 넣어줬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온 몸으로 맛있음을 표현한다.
이유식 한 입에 짜장 묻은 나무젓가락 한번 빨고,
짜장맛에 팔려서 그렇게 이유식을 다 먹었다.
며느리는 절대로 안 먹일 음식도 손자에게 먹이고,
카스테라도 조금씩 떼어 입에 넣어주고,
유아용보다 단맛이 강한 누나가 먹던 두유의 마지막 한방울도 빨대로 먹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둘이서 번갈아 가며...
할아버지는 돌 지났으면 어른밥 먹어도 된다면서,
다음에 부산 오면 된장찌게에 밥 말아 먹일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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닩란한 삼대의 단편소설을 읽은듯 싶어요
답글
하윤이가 할아버지를진심으로
섬기네요
벼게 베어주구 이불덥어주고
어머니께 바른 교육 덕이지 싶네요
이유식이나 육아로
어른들과생각이 달라
고민하구 속상해 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상당히 심각하드라구요
손주들도 조부모가잘들어주니
막무가내로 졸르드라구요
곧방학이 되면.해운대 할머니 집에 갈생각으로
삼남매가 기다리겠네요.
날이 더워요
건강조심하세요-
그레이스2018.07.15 11:22
하윤이는 진심으로 할아버지를 좋아합니다.
할아버지도 그렇고요.
출근하는 며느리 대신 손주를 돌보거나,자주 손주를 맡아주는 조부모라면,
며느리가 적어주는 규칙을 꼭 지켜야 합니다.
어쩌다 한 번씩 만나는 경우에는
규칙을 어겨도 큰 문제가 안생겨요.
하윤이가 3년 전 여름, 부산 왔을 때,(3번째 생일이었어요)
36개월 된 아이가 할아버지가 주는 사탕은 먹어도 된다는 걸 알고
한움큼 쥐고는 다 먹을 꺼라고 합디다.
케잌도 아이스크림도 욕심 내고요.
그랬으면서,
서울에서 김포공항에 내려서 집으로 가면서 엄마에게
이제는 욕심내면 안되지~~~~? 라고 묻더랍니다.
부산은 자유로운 곳이라고 믿고있어서
더욱 더 할아버지댁에 가고싶어 합니다.
이번에도 할아버지 계실때는
같이 문방구에 가서 사탕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고 공부 안하고 놀고... 풀어졌지만,
우리가 떠나고
자기네끼리 있으면 떼 쓸 생각 안하고 금방 엄마의 규칙에 적응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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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하윤이가 다 컸네요.
답글
할아버지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찡합니다.
어제 시어머니 2주기라 새벽에 서울 올라가 하루 종일 서서 전을 구웠네요.
형님이 어제 일을 하는 날이라 .. 그래도 웬만한 나물은 다 전날 해 놓으셨더라구요.
음식은 많이 안해도 올라가면서 과일이랑 전 거리를 다 사들고 갔어요.
그게 훨씬 좋고, 어차피 가서 장을 봐야 해서 결국 시간만 지체되어요.
하준이가 정말 많이 컸네요.
그 플라스틱 작은 것과 자석으로 된 작은 공 비슷한 거 때문에
말이 많더라구요.
아기들은 다 입으로 가져가니까 그 자석을 먹고 병원에 갔다고 하던데요.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근데 설사 그런게 필요하더라도 너무 작은 것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걱정됩니다.-
그레이스2018.07.16 13:23
아~ 주말에 서울 가셨구나.
제사음식은 아무리 간소하게 해도 구색을 다 맞춰야 하니까,
종류가 많아서 하루종일 걸리지요.
더운날 불앞에서 고생 많으셨어요.
윤&영 자매는 사부작 사부작 노는 아이라서 정신이 없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준이는 순식간에 움직이고,
또 힘도 세서 손에 집는 걸 뺏으려고 하면,완강하게 버팁디다.
할아버지가 쩔쩔매고 따라다녔어요.
방문을 닫아놓고 만들기를 하라고 주의를 줘도 실수하는 일이 생겨서...
한번만 더 그런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빼앗겨서 아예 만들지도 못하게 될 것 같아요.
며느리는 안되겠다 싶으면,업히라고 등을 내밀어줍디다.
무거운 아이를 업고 부엌일을 하려니...
살이 빠져서 안쓰러웠어요.
부산 오면 몸보신 시켜주자고, 시아버지도 메뉴에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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