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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일기)

이사 결심 - 4편

by 그레이스 ~ 2020. 10. 28.

지난 주에 이사 문제로 한바탕 언쟁을 하고 일단락이 되었으나

며칠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다.

 

수십년 현역으로 있을 때는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마다

만약에 생길 수 있는 변수와 리스크에 대해서 2 중 3 중이 아니라

직원들이 불필요하다고 만류하는 정도로 더 많은 대비를 하는 성격이어서

한 번도 실패없이 자기의 업무, 사업으로는 성공한 남자이지만

그런 성격의 남자와 사는 건 무척 고달프고 피곤하다.

 

휴일에 아이들 데리고 야외로 놀러 가면서 2박 3일 캠핑 가는 것 만큼 다 챙겨서 차에 싣고 나가는 식이다

만약에 비가 오면...

만약에 다치면...

혹시나 장소가 변경되어 주변에 호수나 강이 있으면...

나는 사십년을 그런 성격에 맞추면서 살았다

 

이번에는 150평 규모의 가격도 훨씬 싸고 마음에 꼭 드는 단독주택을 봤다면서

중개인과 통화해서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집 주인의 동의를 받았단다.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다음 달 우리집을 비워놓고 용인으로 이사 갈 계획을 세우셨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중개인에게서 집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받아 본 큰아들

뜰이 넓은 대신 집은 허름하고 좁아서 별로라면서

이제는 부산집을 팔고 그 다음에 아펠바움 정도의 집을 사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단다.

집이 안팔린 상태에서 부족한 자금을 대출 받아서 충당하는 생각은 접으시라는 뜻이다.

 

어제는 아들이 동의를 안하니 이사 계획을 접으셨는데...

오늘 아침에 나한테 화풀이를 하신다.

왜 남편의 의견에 반대하냐고... 따진다.

아이구 속터지네.

차라리 이사를 포기하고 계속 여기서 살자고...

하루 하루가 아쉬운 늦가을을 기분 좋게 보내고 싶은데

당신 때문에 요즘 생활이 즐겁지 않다고...

제발 쫌  이사는 잊어버리고 평온하게 살자고 큰소리 쳤다.

 

  • Rowdymom2020.10.28 11:47 신고

    Grace님, 잘 하셨어요, 의견에 반대! 할만한 이유가 있으니, 하셔야죠.
    특히, 집문제는 두븐이 모두 의견이 같아야해요.
    응원할께요!

    답글
    • 그레이스2020.10.28 12:29

      나는 해결 안되는 숙제는 당분간 덮어놓고 잊어버린 듯이 살 수 있는 타입이고
      남편은 숙제를 두고는 못견디는 타입이어서
      저렇게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겁니다
      그래봣자 내가 동의를 안하면 안되는 거고
      또 두 아들은 어머니의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나를 지지하니
      남편은 더 속상하겠지요.

  • 앤드류 엄마2020.10.28 11:51 신고

    말씀처럼 현역에 계실때 그렇게 철저히 완벽하게 2,3중으로 준비와 대비를 하셨서 프로젝트와 사업을 성공하셨지만,
    완벽하신 분 내조하시느라 그레이스님께서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이사는 회사일이 아니라 그레이스님의 의견도 50%는 반영해 주셔야 하는데... 은퇴후엔 현역에 있을때로 다르니 급하게 무리해서 하면 안될것 같더군요.
    허름한 집은 수리할일도 많으니 그집 계약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10.28 12:35

      남편이 서두르는 이유를 블로그에는 공개를 안했습니다만
      빨리 이사해야 하는 그럴만한 사정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으로 늦어지더라도 무리한 결정은 하지 말자는 게 나의 판단이에요.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몇 천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남편의 의견에 따르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집문제는 다르잖아요.

  • 키미2020.10.28 15:22 신고

    마음이 급하시니 자꾸 조금만 괜찮으면 사야지 하시는 거죠.
    막상 계약하고 나면 나중에 그런 집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집이 허룸하면 계속 고쳐야하고, 난방과 다른 문제도 자꾸 발생하거든요.
    준공년월일도 봐야 합니다. 잘 만류하셨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10.28 16:05

      남편이 자꾸 저러니까
      아예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습니다
      이사 자체를 포기하자고요.
      속 시끄러워서 생활이 평온하지가 않아요.

  • geneveok2020.10.28 16:43 신고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하지 않으시겠어요.
    저는 나라를 옮기는 이사에다가 남편은 너무 바빠서 말도 서투른 제가 약 1년간 39군데 집을 둘러보고 골랐어요.
    집에서 제일 많이 생활하는 분이 그레이스님인데 동의 없이 그걸 단독으로 결정하시는 건 좀 속상한 일이긴해요.

    답글
    • 그레이스2020.10.28 17:09

      나는 그냥
      집 고르는 것을 남편의 취미생활이겠거니... 하고 지켜본다.
      내 의견을 물어 볼 때 노~! 하면 되는 것을 사사건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잖아
      이번에도 내가 반대하기 싫어서 아들에게 먼저 물어보라고 했다.
      명훈이가 찬성할 리가 없을테니까.

      요즘 분위기를 봐서는 내년 봄에도 집이 팔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사를 못 갈 수도 있다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게 차라리 나을 거다.

      나는 감정적으로 맞서거나 큰소리로 언쟁을 하는 게 너무나 싫다.
      언쟁은 커녕 아무 말도 하기 싫더라.
      대답 안할테니까 묻지도 말라고 했다.

  • 여름하늘2020.10.28 21:49 신고

    아 정말 보통문제가 아니네요
    그레이스님은 지금 평온하게 지내도 아직도 몸이 힘드실때인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제가 다 갑갑해 지는군요.
    정말 해운대에 그냥 사셔도 좋으실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0.10.29 07:07

      하루에도 몇번씩 그냥 해운대에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잊어버린 듯이 있다가 집이 팔리면 그 때 이사를 하고요.
      안팔리면 그냥 계속 살고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남편은 이사 안갈거면 부동산중개소에 매물 취소를 하라고 야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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