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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20 년의 절반 (중간 점검)

by 그레이스 ~ 2020. 12. 8.

할매~ 지금보다 10 년 젊으면 머하고 싶냐고 물었다.

할머니 연세가 팔십 초반이었을 즈음이다.

내 나이가 칠십이믄....

조선을 (머리에) 이고 뜀박질 할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펄펄 날 만큼 기운이 넘쳐서 세상에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냐는 말씀이다.

우리나라를 머리에 이고 달리기를 하겠다는

그 기발한 표현에 우리들은 소리내어 웃었다.

 

칠십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젊은 나이라고 하신 할머니.

몸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자극이 되고 기운을 낼 수 있는 책속의 문장이나 옛 말씀들을 떠올려 본다.

 

14년 전 12월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56세의 마지막 달에.

지금 생각해보면 56세는 꽃다운 나이인데

그당시에는

해질녁보다는 아직 이른, 늦은 오후라고 생각했었다

이왕이면 햇살이 가득한 오후이기를 바라면서 블로그 이름을 정했었지.

 

만 60세가 된 해의 첫날에는

앞으로 20년이 나에게 주어졌다 생각하고,

한 해 한 해를  의미있게 살아 보자고 다짐했었다

약속한 20년에서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 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지금을 회상할 지...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려 보는 아침이다.

 

  •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을 올리셨네요. 제 생각도 그래요. 앞으로 10년후 뭘생각할지 그런
    상상을 가끔 합니다. 다음달 10일 이면 미국나이로 70 이에요. 이미 한국식으로 계산하면 지났지만
    그래도 굳이 미국식으로 몇달 이라도 줄여 볼려고 하는 마음도 있네요. 그레이스님 우리 젊다고
    생각하고 사시자구요. 늙었다고 누가하면 슬퍼지니 말이지요. 더 건강하시고 아주 행복한 10년이
    앞에 있을꺼에요. 저도 불로그를 시작한지 15년 7개월이 되었어요. 그동안 610개의 글을 썼네요.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지길 기도합니다.

    • 그레이스2020.12.08 09:52

      친정할머니께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 정도로
      평생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셨어요
      먼저 일본으로 간 남편 주소만 들고
      26세에 여섯살 아들 데리고 일본으로 가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시장가서 일하고 밤에 돌아와서 집안일 하고...
      언제나 잠이 모자라서 잠깐씩 쪽잠을 자면서 살았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돈을 모아서 한국에 땅을 사고 집을 사고... 전부 할머니의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결과였어요.
      뛰어나게 공부 잘 했던 아들(우리 아버지)을 희망 삼아서 살았겠지요.
      평생 부지런함이 몸에 베여서
      말씀으로가 아니라 우리들을 행동으로 가르친 분이십니다.
      그런 영향으로
      저는 어려움이 생길 따마다 할머니를 떠올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저 역시 올해가 칠순인데
      교통사고 환자로 있을 때라서 생일없이 그냥 지나갔어요.
      음력 1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니 2월 15일이 됩디다.
      송선생님보다 한달 5일 늦게 태어났네요.
      내년에 만 70세 생일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Jacob Song2020.12.08 12:05 신고

      제 생일은 음력 12월3일 ( 50년) 이날이 양력으로 1월10일 51년 이에요. 같은날 이지요. 편의상 양력으로 1월10일을 기준 합니다. 그레이스님은 음력 1월10일로 제가 기억합니다. 한달몇일 차이나네요. 세월이 빠름을 실감 합니다. 할머님이 자손들에게 귀감이 되셨군요. 훌륭하십니다.

    • 그레이스2020.12.08 12:59

      51년 1월 10일이라는 글자를 보고,
      나하고 생일이 같구나 하고 깜짝 놀라서 댓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양력 1월 10일과 음력 1월 10일이라고 그때 얘기 했었지요.ㅎㅎ

  • 여름하늘2020.12.08 10:00 신고

    저도 저를 돌아보고 앞날을 내다보게 하시는 글입니다.
    어제 탁구를 치고 칸노상(77세) 이라는 분이 저만 보면
    "젊으니까 할수 있어" 라든가 어제는 "김상은 참 좋은 나이야 부러워"
    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럴때 마다 자극을 받습니다
    내가 늘어질 나이가 전혀 아니구나
    무엇에든 도전해 볼만 한 나이로구나 하는....
    감사하면 살아야 하는데 속끓이고 머리가 복잡해질때마다
    주변에 연세드신 분들께서 저에게 깨우침을 많이 주시네요

    그레이스님 오늘 포스팅은 좀 쓸쓸해 보입니다
    이럴때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궁색해집니다
    힘내세요
    요즘 이사 준비로 마음이 바쁘시지요?

    • 그레이스2020.12.08 10:17

      할아버지께서는
      양반은 그런 일 하는 거 아니라는 식으로 노동을 싫어하셨고 생활력이 없는 분이셨어요.
      20대 젊은시절부터 가족을 책임 진 여장부로 사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몸이 아파도 하루를 누워서 쉬어보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몸상태가 안좋으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합니다.
      약을 먹거나 치료를 할 수 있는 아픔이 아니라 그냥 견뎌내야 하는 아픔이라서
      할머니의 정신력을 닮아 보려고
      강인한 척 하는 겁니다

  • 앤드류 엄마2020.12.08 11:50 신고

    90세 할머니들에겐 80세 할머니도 젊죠.
    10년만 더 젊었어면 (칠십이면) 나라를 머리에 이고 뜀박질 할수 있겠다고 하신 그레이스님 할머니, 표현도 재미있고, 여장부 시네요. 그레이스님의 문학적 소양이 부모님과, 외할머님으로부터 물려 받으신듯. 이땅을 작별할땐 나이순이 아니니 그 누구도 알수 없죠. 그리고 백수를 하더라도 백살 넘어선 본인 의지로 건강하게 사실수 있는 분들이 극히 적으니 그레이스님 뿐만 아니라 쉰 넘은 사람들은 모두 오늘이 남은 인생중
    가장 젊은 날이겠죠. 건강 좋아지시면 미루지 마시고, 하고 싶은 일들 하시길.

    • 그레이스2020.12.08 12:54

      평생을 시중들어주는 아이와 부엌일 하는 사람을 두고 사셨던 외할머니와
      자식을 위해서라면 채소장사도 하면서 헌신적으로 사셨던 친할머니,
      두 분의 삶이 나에게 큰 교훈이 됩니다

      친할머니는 소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아들의 시험지와 성적표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나오면서도 박스에 가득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다가
      우리들이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보여 주셨어요.
      소학교 다니던 아들이 우수하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좋은학교로 전학 시키려고 장사하는 곳에서 멀리 이사도 하셨다고 해요.
      아들을 위해서 새벽에 한시간 더 일찍 일어날 결심을 하셨던 거예요.

      건강하지 않다면
      오래 사는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든 몸으로 요양시설에서 좀 더 산다고 뭐가 좋겠어요?
      할머니는 91세에 돌아가셨는데
      15일 정도 몸살처럼 앓다가 집에서 운명하셨습니다.
      할아버지도 15일 정도 감기몸살처럼 앓으시다가 돌아가셨고요.
      엄마는 사고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82세에 두 달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으니
      직계 가족중에 오래 투병생활 하신 분은 없습니다

  • 하늘2020.12.08 14:51 신고

    제목만 보고 무슨 20년의 반절인가... 생각했는데
    그렇군요...
    저도 여기로 이사와 20년인데 너무 우습게 시간이 흐른 거 같아 앞으로 20년 뒤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말 그때까지 살 수 있을 건지도 모르지만
    노후대책이 그리 좋질 못해^^;; 답답할 때가 많아요

    70이라면 나라를 이고 다니시겠다는 말씀,
    참 공감가는 말씀이네요
    저도 10년 전엔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ㅎ

    • 그레이스2020.12.08 15:26

      60세가 되었을 때
      20년으로 한정 지은 이유는
      그 때의 판단으로는
      80세 이후는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살고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한달 한달을 허비하지 말고
      가치있게 살자는 다짐이었거던요.
      지나간 10년은 나름... 보람있게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던 것 다 이루어졌고,
      내가 잘못해서 가족이나 남을 실망 시키는 일도 크게는 없었으니
      비교적 성실한 삶이었다고 믿고 싶어요.
      그럼에도
      오늘 아침에 앞으로의 10년이 어떨지 걱정한 이유는,
      이제는 건강이 따라주지 못해서
      내가 희망하는...
      가치있는 삶이 되지 못할까봐 염려가 되어
      강인한 정신력으로 사셨던 할머니를 떠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