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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아들에 관한 기억들.

by 그레이스 ~ 2020. 12. 5.

티비를 켜니 '나 혼자 산다'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출연자 헨리가 사주를 보러 가서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묻는 말에

자기는 모른다면서 카나다 사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내가 몇시에 태어났냐고~  물으니,

전화를 받으시는 엄마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을 못하겠다고 하신다.

그러면 대강 아침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다시 물으니

아침인지 저녁인지 헷갈린다고 하다가 저녁인 것 같다고 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당사자 아들보다 내가 더 많이 놀랐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내 아이가 태어난 시간이 기억 안 날 수가 있을까?

 

큰애는 오전 10시 55분 둘째는 밤 1시 05 분

나는, 간호사가 산모수첩에 적어 준 그 글씨도 기억 나는구만

 

그러고 보니,

영국에서 귀국 후

아이들 입학했을 때 첫 담임선생님도 선명하다

세훈이 1학년 담임은 장준애 선생님

3학년으로 전학한 명훈이 담임은 김호련 선생님

예전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담임까지도 모든 선생님 이름이 다 기억이 났었다

아들과 친한 아이들 이름과 특징도 다 기억했었다.

 

43세 44세 된  두 아들의

성장과정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내가 비정상인가?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 보내거나

처음으로 장기간 집을 떠나는 군대에 보내 놓고

절절하게 아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놓는다.

 

나의 경우에는

두 아들 다 한 달만의 훈련으로 끝난 군대생활이어서 걱정 없이 가볍게 넘어갔으나

그 후에

큰아들 미국으로 유학 보내 놓고 절절한 후회와 가슴앓이를 했었다

내 실수로 아이의 손가락이 문틈에 끼여서 발갛게 되었던 여섯 살 때의 일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실수해서 아프게 하거나

아이의 진심을 모르고 야단쳐서 마음을 아프게 한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펑펑 울었던... 날들이 있었다.

 

둘째 아들에게도

20대 아들에게 상처가 되는 표현으로 야단을 쳐서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로

아들의 슬픈 표정을 보는 순간

내 가슴이 철렁,

얼음이 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던 일이 있었다  

잠 한숨 못 자고 자책하고 반성하면서 아침이 되었던 그날을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 이후로

아무리 하고 싶은 충고라도 듣는 사람의 심정을 먼저 헤아려서

단어 선택을 잘해서 말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들도...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또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나이 들고 늙어 간다.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어제 티비 보다 떠올렸던 생각들을 풀어본다.

...........................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드님이 40대 중반인데,
아직 아드님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성장과정을 세세히 기억하신다니.
전 아이들이 20대 초.중반고 둘째가 아스퍼거 신드롬이라 선생님들이 특별히 제 아이들에게 잘해주셨기에 그분들 성함을 아직 기억 하지만, 20년뒤까진 기억하게 될런지?

답글
  • 그레이스2020.12.07 16:06

    직업이 없는 주부였으니
    모든 정성을 육아와 교육에 다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아이들의 학년이 바뀔때 마다 교과서를 전부 다 읽어서 내용을 파악하고
    과목마다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설명해줘야 할지 메모했으니까요.
    중학교 3년은 엄마의 그런 노력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시어머니께 생활비 보낸다고 학원 보내거나 과외 시킬 돈이 없어서 직접 가르쳤는데 결과적으로는 과외 시키는 것보다 더 좋았어요.
    아들의 친구들을 엄마가 알고 있으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빨리 그 사정을 들을 수 있어서 아들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