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벽면 하나를 비우려고
창가에 쌓아 둔 플라스틱 박스를 정리하는 중에
별별 사진이 다 나와서 폭소가 터지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낸 사람 이름을 확인하면서 옛 추억에 빠지고
뜻밖에도 기억도 못하는 내가 쓴 여행 일기를 발견했다
뉴욕에서 휴스턴에서 오클라호마에서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에서
그리고 도쿄에서 매일 일기를 썼더라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로비에서 기다리라는 남편의 전화에
무려 여섯시간을 두 아이를 데리고 로비에서 기다린 사연이 있어서 남편에게 읽어줬다
본사에서 출장 온 영업팀과 미국 회사와 비즈니스에 엔지니어로 참석한 남편은
회의가 최종결정이 나지 않아서 출발을 못한다고
다시 호텔방으로 가라는 전화가 어두워진 후에 왔더라
밥도 못 먹고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해서 안 되겠다 싶으면 좀 일찍 연락해주지
로비에서 여섯시간이나 죽치고 앉아있으려니
얼마나 민망하고 호텔 종업원들 눈치가 보였겠나
남편은 회의 후, 더 의논한다고 새벽 3 시에 왔다고 적어 놨더라
다음 날도 아침 일찍 회의장으로 갔었고
다음 날 오후에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다
상세하게 적어놓은 일기 덕분에
하루하루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그 당시를 다시 떠올렸다
중학교 2 학년 여름방학중에 합천 야영장으로 단체 훈련을 갔었던 기간에
여장을 하고 연극을 한 명훈이 모습에 폭소가 터졌다
출연자 전부 화장을 했지만 여자 분장은 두 명이다 (명훈이는 꽃무늬 원피스)
사진을 보니,
그 즈음에 연극 연습한다고 여자 화장을 해 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해 주는 데로 자기가 화장 연습을 하겠다면서)
화장을 시키고 머리에는 스카프를 씌웠더니 나의 20대 시절과 닮아서 놀랐었다 ㅎㅎ
아직도 남은 옛 사진들
옛 사진중에 1954 년의 나 ( 이모가 나를 안고 있는 사진인데 장소는 어디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와 생일 카드가 한 박스 있고
5 학년이 되니 일기도 제법 조리 있게 썼더라
작은 방 비우는 일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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