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만에 손주들을 본다고 새벽에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을 텐데
좀 이른 시간이지만 서울 간다고 그냥 일어나서 방 정리도 하고
음식 쓰레기도 내다 버리고
전날 밤에 거실에 내어 놓은 소지품 넣어서 가져가는 가방에
매일 먹는 약, 파스와 비상약도 챙기고... 그러다 보니 여섯 시가 되어 샤워도 하고
윤호는 아빠와 아이스하키 레슨 갔고 유라는 컨디션이 안 좋다고 집에 있었다
많이 보고 싶었다고
유준이 윤지 유라 순서대로 포옹을 한 후에 캐나다 이야기해 보라고 물었더니
유라도 윤지도 이웃 동네 다녀온 것 마냥 그저 그렇단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는 뜻이다
캐나다 우리 집에는 (숙소가 호텔이 아니어서 자기네 집이라고 생각한 윤지는)
애완동물로 닭도 키운다고
윤호와 유라는 이제 시차적응이 되었는데
윤지와 유준이는 아직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낮잠을 너무 오래 잔다
윤지가 놀다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눕는다
윤지야~ 왜? 물으니 졸려서 안 되겠단다
몇 개월 전부터 낮잠을 안 잤는데 캐나다 여행 다녀와서는 시차적응이 안 되어
일주일째 낮잠을 잔다네
아들과 며느리가 친구 부부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외출하고
오전에 아이스하키 연습하고 온 윤호는 땀을 많이 흘렸다고 샤워를 먼저 하고
다음 순서로 윤지가 샤워 말고 목욕하겠다고 해서
아기용 욕조에 물을 채워 씻기고 물속에 장난감 띄워놓고 놀다가
채근하는 유라에게 샤워부스를 양보하고 나와서
타월 위에 앉혀놓고 머리를 말려주고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목욕 마치고 나온 유라 머리카락도 말려주고
자유시간 30분간 아이패드를 보라고 했더니 그 30 분이 끝나자
다 함께 할아버지 꾸미기를 한다고 난리가 났다
유라는 튜브를 하나 더 씌우겠다고 들고 오는 중
유준이는 3 주만에 만나서 할아버지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뭐든지 원하는 건 다 들어주는 할아버지가 잘 놀아주는 할머니보다 더 좋은 거다
사진에 보이는 주황색 자동차를 가지고 놀이방에서 할머니와 놀다가
형 누나들 웃음소리에 거실로 나가서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중이다
이미 아홉 시가 넘어서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큰 애들 셋은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듣고 잠들기로 했으나
유준이가 뜻밖에도 할머니는 자기 방에서 나가고 할아버지 오라고 해서
역할이 바뀌었다
내가 큰 애들 방 침대 옆에 매트를 펼쳐 누워있었다
밤중에 윤지가 울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11 시 반부터 2 시 사이에 무려 네 번이나 울면서 뒤척여서
열이 나는지 아이의 머리를 만져보고 지켜보면서 며느리를 깨워야 되나 갈등했다
두 시 넘어서 다섯번째는 크게 울어서 유준이 방에서 자던 며느리가 달려와
윤지를 바로 눕히고 아이 양 옆에 야트막하게 둑을 만들어 준다
몸부림으로 딩구르서 멀리 가지 않게 하는 듯
세 시 반이 넘어서 큰소리로 울었을 때는 며느리가 다시 와서 에어컨을 켜 주고 갔다
나는 잠깐씩은 잠들었겠으나 그냥 안 자고 밤을 새운 듯이 아침에도 멍~~ 했다
커피를 연거푸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있다가
일요일 오후 집에 와서는 옷을 벗자마자 바닥에 누워... 저녁 8 시가 되기 전에 잠들었다
윤지가 아픈가 걱정했으나
아침에 며느리의 설명이 많이 피곤하면 밤중에 운다고 하네
여행으로 쌓인 피곤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요일 신나게 놀았으니
어른들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과로에 온몸이 쑤신다는 증세였던 모양이다
아침에 언니 오빠보다 먼저 일어나 멀쩡한 표정으로 놀이방으로 왔다
(밤중에 자다가 울었다는 말을 아이에게 할 필요가 없는 거라서 내색을 안 했다)
유준이는 할아버지와 놀고 있으니 할머니는 나랑 게임을 하자고 하네
나는 할 줄 모른다고 하니 자기가 설명을 해 주겠단다
(글도 읽을 줄 모르면서 무슨 설명을....?)
일단 시키는데로 돈을 나누고 캐릭터를 정하고 주사위를 던졌다
자기는 게임중이니까
할아버지가 가서 유준이 준 것과 같은 우유와 과자를 갖다 달란다
게임을 하다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윤지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찍었다
토요일 저녁에 유라와 유준이를 조수삼아 대형 윷놀이 판을 만드는 중
윷놀이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윤호가 흥미가 없는 이유는
큐브 맞추기에 몰두해서 밥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앞에 아이패드로 시간을 재는 중
완성하는데 1 분 40초 안으로 맞추기가 어렵다
1 분 37초를 하고는 바로 1 분 45초를 넘게 되어 애가 탄다
저 위의 사진을 보면 할아버지 꾸미기를 하면서 웃는 중에도 바로 큐브를 잡고 연습하네
유라가 보여주는 노래와 동작에 맞춰 다 같이 춤추는 중
윤지는 양치질하다가 잠옷에 물이 튀었다고 다른 잠옷으로 바꿔 입었다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자동차인데
주황색 스포츠카 한쪽 문이 떨어져 나가서 아쉬워하는 중이다
자동차문이 왜 떨어졌냐고 물으니
내가 그랬나?
내가 던져서 떨어졌나?
자기가 잘못해서 그렇게 되었을 거라고 하네
할머니는 덧붙여서 설명을 한다
그러니까 장난감은 던지믄 안 된다, 쾅 부딪치게 세게 밀어도 안 된다
그러믄 부서진다
여행을 다녀와서 어른들도 피곤해서
입주이모님도 귀찮아하는 내색도 있었을 테고 유준이 혼자 노는 시간도 많았을 거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유준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는...
지 씨 마트에 간식 사러 가자고 할아버지가 먼저 말하시고
먹고 싶다 하면 안 된다고 말리기는커녕 밥 먹기 직전이라도
과자도 도너스도 초콜릿도 괜찮다 하시니 유준이가 껌딱지가 될 수밖에
일요일 아침에 다섯 시에 일어나자 바로 할아버지에게 가서는 속닥속닥 놀다가
물 마시러 간다 해도 손잡고 같이 가고
화장실도 못 가시게 손을 잡고는 기어이 따라 들어간다
엉가 할 거라 해도 안 통하네 아이고 맙소사~!
손 씻을 때 받침으로 올라서는 작은 의자를 변기 옆에 놓고 앉아
할아버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라니
하비 어디가? 하다가도
담배 피우러 아파트 밖에 나간다고 하면 다녀오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몰래 나가셨는데 찾다가 소리 내어 울면서
내 손을 잡고 할아버지 찾으러 나가자 하네
할머니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잠시 쉬고 계신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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