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연말, 패션쇼 초대장을 받아 참석했다가
(초대장을 받아 참석했으면 옷을 맞추는 게 예의라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의상실에 가서 이태리 원단의 실크로 투피스를 맞췄었다
워낙 화려한 색상이기도 했고
또 실크 투피스는 결혼식 하객으로 가는 것 말고는 입을 일이 없어서 몇 번 입지 못한 옷이다
나의 옷장 히스토리를 나열하자면
영국에서 귀국하면서 쇼핑했던 외출복들은 거의 다 여동생 집으로 갔다
나보다 키가 크고(168) 나보다 날씬하니까
싫증 났거나 작아져서 못 입겠다 싶은 옷들은 우체국 박스에 넣어 택배로 보냈다
또, 40대 초반에 다리를 다쳐 4개월 동안 운동을 못해서 체중이 많이 불어났던 시기와
평소에 허리를 강조하는 날씬한 옷을 즐겨 입었던 취향이라서
50대에도 4킬로가 늘어나서 옷을 전부 새로 사 입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부산에서 용인으로 이사 오면서 대대적으로 옷을 정리했었고
작년에는 사위가 파리로 발령 나서
손자도 돌봐 주고 적응하는 딸 도와주려고 여동생도 같이 간다는 소식에
사고 이후 무려 60킬로가 된 내 몸으로는 입을 수 없는 여러 종류를
너도 파리지엥처럼 멋지게 입어라 하고는 우체국 택배 박스에 가득 보냈었다
그랬는데 작년 3월부터 수영장 걷기를 시작해서 서서히 체중이 빠지더니
9월 이후 기적처럼 원래의 체중(54킬로)이 되었다
(지금은 고관절 수술 이후 복근 운동을 못 해서 허리가 약간 늘어났다 )
날씬해졌다고 예전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실크 투피스는 괜찮을 것 같아서 이번에 도로 가져 왔다
여동생이 말하기를,
언니는 나보다 어깨가 넓어서 정장 투피스는 많이 커서 입어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