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갈 때는 허름하게 입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병원 진료실 앞의 환자는
아픔 때문에 인상을 찡거리고 있거나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서
차림새에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사람마다 그렇겠다 싶어서
너무 아픈 날이 아니면 단정하게 입으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오늘 치과에 가면서 섬머 울 치마와 여름 셔츠를 입고 초록색 가방을 들었다


치마가 새것처럼 보여도 20년은 넘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과거의 사진을 찾아보니
해운대 우리 집 거실에서 찍은 부부모임 부인들 사진에
1999년 5월 1일이라고 날짜가 찍혀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왔다고 그 해 모임 장소는 해운대로 정해서
각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 도착 시간이 다 다르니까 우리 집이 집합 장소가 되었고
시내 나가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1박 하고
해수욕장 옆에서 배를 타고 태종대 가서 구경했던 일이 기억난다

다음 날 5월 2일 사진에 내가 저 치마를 입었다
둘째 날은 모두 호텔에서 다른 옷으로 바꿔 입고 나왔더라고

나는 치마가 거추장스럽다고 또 옷을 바꿔 입었다 ㅎㅎㅎㅎ

26년 지난 치마를 허리 사이즈만 늘려서 아직도 입는 나는 엄청 알뜰한 주부인가?
아니면 천이 좋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