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만 키우던 아기들이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그게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처음 단체생활에 모든 아이들이 통과의례처럼 감기에 걸린다.
여러 아이들이 모였으니
한 아이의 잠복되어있는 감기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쉽게 옮겨지고...
하윤이의 감기에 대해,
아들이 병원에 가지 말라고 했다며, 말을 듣고 보니 그게 옳은 방법인 것 같아서
집에서 배즙이랑 민간요법으로 감기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이 말하기를,
약을 안 먹이고 이번에 10일 동안 걸리면, 다음번 감기는 일주일 걸릴 거고,
그다음에는 3~5일 걸릴 거고, 그다음에는 2~3일이면 감기가 떨어진다.
그렇게 약 없이 낫고 나면
몸이 튼튼해져서 앞으로 감기 걸리는 횟수도 줄게 된다고 설명하더란다.
내가 경험한 옛날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아프면 아이 데리고 소아과 가서 주사 맞고 약 타 와서 먹이고 그랬는데,
영국 가니까 아이들은 절대로 항생제 안주더라.
기침이 심하거나 콧물이 심하면 시럽을 주는 정도였어.
한국에서 약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이 감기를 무려 2달 동안 달고 살았다.
아이들이 불쌍하고 또 내 마음이 불안해서 밤에 울고... 그랬다.
항생제 유혹을 얼마나 느꼈는지...
밤중에는 "아이고 내가 미친년이지~" 항생제 안 먹이고 참고 있는 나를 자책하며
날만 밝으면, 어찌해서라도어찌해서라도 구해서 먹여야 되겠다 결심하고,
아침이 되고 아이가 좀 견딜만하면, 또 참고 견디는...
모든 책임이 엄마 때문인 것 같아서 그 자책과 갈등이 말도 못 하겠더라.
그렇게 지나고 나니, 그 이후에는 감기를 거의 안 하더라.
한국으로 돌아와서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만 감기 걸렸었다.
하윤이 약 먹이고 싶은 유혹을 참기가 어려울 텐데,
잘 해내고 있는 네가 대단하다야~ 그랬었는데,
어제는 10시 지나서 문자를 보냈더니
아침부터 정형외과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일요일에 '딸기가 좋아'라는 키즈카페에 가서 놀았는데,
집에 와서 저녁도 안 먹겠다 하고,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예사로 넘어갔었는데,
아침에 팔이 아프다고,
옷을 입힐려니 울어서 보니, 팔이 부었더란다.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다쳤는데, 몰랐구나 싶어서 놀라고 미안하고 걱정되고...
엄마 마음이 그렇다.
아이가 다칠 때마다 자책되겠지만, 대범하게 넘기라고 했다.
진찰실에 들어갈 차례가 되어서,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들으니,
엑스레이 찍어보니 뼈에 금이 간 게 아니고 팔꿈치 뼈가 약간 어긋나서 제자리로 넣어 주셨단다.
5세 이전에는 뼈 관절이 아직 단단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단다.
제자리에 들어가고 나니 곧바로 멀쩡해져서,
집에 돌아와서는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하더란다
엄마만 알아듣는 - "선생님 만나"라는... 선생님 만나러 갈까? 하니, 고개를 끄떡끄떡.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사소한 다툼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을 하길래,
아직 자기의 의사표현을 할 만큼 말을 못 하니까 답답해서 행동이 먼저 나오는 거다.
집에서는 발음이 정확 안 해도, 표정만 보고도 엄마가 다 알아들으니까,
아이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데,
어린이집에서는 그게 안 통하니까, 행동으로 거절의 표시를 해서 그렇다.
혹시나 남을 때리고, 밀치고, 물고... 그
런 난폭한 성향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잘하려는 욕심이 많은 아기들이 거쳐서 지나가는 과정이니까,
그 순간에 바로 타이르면 괜찮다고,
여러 가지 다른 경험들도 얘기해줬다.
전화를 끊고, 며느리에게서 온 문자;
며느리의 문자를 받고 내 마음이 흐뭇해져서 나도 문자를 보냈다.
내가 보낸 문자 내용 그대로,
점점 며느리에 대한 정이 깊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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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 참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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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4.04.02 19:00
만약에 며느리가 이 글을 보면 자기가 보낸 글을 공개했다고 싫어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남긴 이유는,휴대폰 문자로 받은 글은 몇달 몇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될꺼잖아요.
며느리가 이렇게 이쁜 마음을 가졌다는 걸 오래도록 잊지않고 간직하고 싶어서...그래요.
그러고보니,큰며느리가 보내준 문자도 기록해둬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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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는 사람의 마음도 따뜻해 지는 글이네요. :-)
자주 댓글을 남기지 못하지만. 육아에 있어 물음표가 생기면 종종 그레이스님이 떠오른답니다.
조언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바른 길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네요.
요즘 날씨가 참 따뜻하지요? 행복한 봄날 되세요!-
그레이스2014.04.02 19:04
오랫만이네~
궁금했는데 안부글 남겨줘서 반가워요
어떻게 지내는지... 아이는 잘 적응했는지...생각납디다.
자주 들러서 일상생활 이야기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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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저희는지금 경남 사천이에요.
3월중순 귀국후 여러가지 일로 바쁘다가 수원에서 사천으로 이번주 월요일에 이사왔답니다.
아직도 이사후 정리해 가고 있는 중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서 즐겁게 적응하고 있어서 다행이랍니다.
게다가 이곳에 독일어 선생님까지 만나서 독일말도 계속 이어나갈수 있어서 행운이에요.
큰애가 4학년인데, 그곳에선 학년에서 챔피온 받고 왔는데 여기와서 어제 본 수학시험에서 18개나 틀려서 너무 속상해 합니다. 둘째는 2학년인데 크게 문제 될거 같지는 않아요.
영어 공부도 어떻게 시켜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답니다. 브랜드 있는 학원에 넣고 그냥 꾸준히 다니게 해야할지, 아니면 학습지 같은걸로 제가 집에서 시켜야 할지...
한국에 오니 입시 때문에 걱정도 되고 좀 많이 떨리네요.
스위스에서는 공부면에서는 아이들에게 맡겨서 마음이 편안했는데...
남편은 그냥 놔두면 할 애들은 다 한다는데...한국 엄마들이 애들 공부시키는 이야기 듣다보니 시대가 시대인만큼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한가, 돈 들인만큼 효과를 보는가...제 마음을 아직 다잡지 못했답니다.
그레이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 공부를 봐주셨는지 궁금해요.-
그레이스2014.04.05 07:04
아이들이 잘 적응을 한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네.
친구 잘 사귀고 학교생활이 즐겁고... 그게 첫째니까.
공부에 관해서는,
현재 큰애가 교과내용을 얼마나 따라가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게 먼저이겠지?
제일 잘하는 아이에 비해서 국어는 어느수준,수학은 어느수준,사회 과학은?
일단은 전 과목을 분석해보고, 그 중에서 부족한 과목에 집중하는 게 우선 아닐까?
올 한해는 입시나 선행학습 등등... 그런 건 다 잊어버리고,
4학년 교과과정에 집중해서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잘~ 생각해봐~
어제 우연히 조선시대에도 선행학습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글을 읽고, 많이 놀랐었다.
학자 신익황(1672~1722)이 서당 교육에 대해서 논한 글에,
당시 초등교육에도 오늘날과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더라구.
부모들이 훗날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조기에 선행학습을 시켰더라.
유교 사회에서는 본래 바른 생활습관과 품성을 배양하기 위해 인성교육을 중시해서,
초등교육단계에서는 소학 동몽선습등을 교재로 썼었지.
그런데,조선 후기로 가면서 지식교육에 몰입하고,
훗날의 과거 시험에 대비해 어려서부터 작문 훈련을 시키는 폐단이 생겼단다.
신익황은 이런 현상이 부모의 과도한 욕심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학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은 자녀를 위축시키고 의욕을 꺾으며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해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더라.
그러면서 자녀의 수준에 맞춰 가르치기를 권하고 지식보다 예절과 인성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었어.
조선시대 그 옛날도 요즘 세태와 너무나 비슷하지?
몇가지 과외를 시키든,영어학원을 보내든,
그 선택은 내 아이가,(우선 경제적인 부담은 생각 안하더라도) 그런 공부를 다 소화해 내는데,
시간과 능력이 충분하냐~ 그게 제일 큰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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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2014.04.07 05:55 신고
할머니의 조언 이 부분도 꼬옥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 전 아이가 셋인데...7, 5, 2세...정말 아이들이 작년에는 고열로 엄청 입원을 했었습니다. 어떨 땐 약을 두달 달고 살았으니까요. 이 글 보니...아...안먹고 견뎌야겠는 이유를 알겠네요. 귀한 가르침 감사해요. -그 어떤 이유-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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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4.04.07 09:31
검색하다가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읽고,
아예, 며칠 걸려서 카테고리별로 쭉~ 읽었다는... 종종 그런 일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된다면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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