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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아버지의 가르침.

by 그레이스 ~ 2014. 4. 4.

나에게 아버지의 가르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찌 딱 한 가지로 단정 지어 설명할 수가 있을까?

결혼하는 딸에게 아버지께서 해주신,

당부말씀 한 가지만 꺼내기에는 긴 세월 쌓여있는 게 너무나 많다.

 

아버지는 형제자매 아무도 없는 무매독자 외아들이시다.

여럿 낳아서 죽은 게 아니라 할머니께서 오직 한 번만 출산하셨고, 그 후에 두 번 유산을 했다고 하셨다.

형제 많은 집이 그렇게나 부러웠다는 아버지는,

당신께서 외롭게 자란 탓으로 우리들에게 참으로 다정하셨다.

그런 환경이 아니더라도,

첫딸은 과거 현재를 불문하고 모든 아버지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던가?

생각만 해봐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아주 많다.

 

7~10세 시절의 나는 아버지를 짝사랑하는 지경에 이르러,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지금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하셨던 엄마의 영향도 컸으리라.

 

사람이 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냐고~,그게 어떻게 참아지냐고~,

엄마는 아버지의 절제력과 침착함을 감탄하며, 그런 남편을 자랑스러워하셨다.

내 기억에 한 번도 부부 다툼을 안 하신 부모님이, 나의 40년 결혼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게다.

 

결혼하는 딸에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말하기 전에 10까지 세고, 그다음에 감정을 추슬러서 말하라고 당부하셨다.

상대가 남편이든, 이웃이든, 누구에게라도...

 

동양사 공부를 많이 하셔서,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를 화제 삼아 말씀하시는 걸 좋아하셨고,

나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책을 읽고 나면, 아버지께 중요인물에 대한 의견도 여쭙고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역사적인 인물보다 그 인물의 어머니와 아내에 대해서 세세하게 이야기해주시곤 했다.

아버지 마음속에 훌륭한 부인으로 생각하는 인물들을,

40대의 딸이 본받아주었으면... 그런 희망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아서, 두 아들 교육에... 어려운 순간마다 아버지 말씀을 떠올렸었다.

 

영화, 드라마, 책... 같은 작품을 보고 읽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 다르듯이,

같은 교실에서 똑같이 수업을 받아도 학생에 따라 결과가 다르듯이,

누구의 멘티가 되어 멘토의 좋은 조언을 들었다고 해도, 실천을 안 하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멘토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아버지 이야기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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