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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아버지의 중학입학 사진.

by 그레이스 ~ 2013. 7. 22.

아침일찍 휴대폰에 문자가 오는 소리가 나면 거의 오빠가 보낸 옛날사진이거나  오빠의 그림들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이후에  아버지댁에서 가져온 옛 앨범들을, 은퇴이후 시간이 있으니,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동생들에게 설명과 함께 보내주는 걸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일년이 넘어가니  오빠의 성의가 새삼스레 고맙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중학입학.

 

 

 

                                                            입학식후 찍은 사진.

 

산다중학은 그지방 영주가 설립한 오년제 학교인데,

한국인 으로서는 처음 입학이라고 합니다.

시험 발표를 보러갔는데,

끝에서 얼마간 보다 이름이 없자 (당시는 성적순으로 방이 붙었음)

당신 아버지께서 "떨어졌다 가자" 하여

나오다가 혼자 도로 가서보니 앞에서 일곱번째로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로코산에 터널이 뚫혀 고베 산노미야에서 반시간이면 가는데,

당시는 오사카 까지 가서 갈아타야해서 할머니가 내내 새벽밥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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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에서 일본으로 유학 간 경우와는 달리,아버지는 6살 때 일본으로 갔다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고향에서는 양반체면에 남의 이목을 살펴야하는데,

일본으로 건너가면 일하기가 쉬울꺼라고...

그당시에 친척중에 일본에서 공사를 하청받아서 책임자 역활을 했던 분이 있어서 그 빽을 믿고 가셨는데,

일년후 고향에 있던 할머니께서 아들을 데리고 주소만 들고 무작정 찾아가셨다는...

요즘으로 치면 노가다판 반장을 하셨던 모양이다.

 

담임선생님께서 소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했던 아버지에게

산다 중학교는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학교여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는 학교라고

고베나 오사카 중학교가 아닌 먼 곳의 산다 중학교를 추천해주셨다고 하셨다.

 

합격자 발표가 있는날 아들과 함께 가신 할아버지께서는 붙었더라도 끝에서 몇번째일꺼라며

합격자 명단을 뒷쪽에서 부터 살펴보시다가 중간쯤까지 봐도 없으니까

"떨어졌다 그만 돌아가자" 하셔서 교문까지 나왔다가

그래도 후회나 안되게 앞에서 부터 다시 확인하자 싶어서 되돌아가서 보니 7등으로 합격했더라는

그날의 얘기를 우리들에게 해주셨다.

 

일본인만 다니던 학교여서 한국아이를 받아줄것인지 말것인지 교무회의를 했었다는 이야기는

입학하고난후에 담임선생님께서 알려주시면서 성적이 좋아서 시범케이스로 들어왔으니

앞으로 잘하라고 격려를 해주시더라는 에피소드와,

그 이후 아버지 3학년 때 한국학생이 한명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무척 반가웠다는 말씀도 하셨고...

 

단칸방에서 10시만 되면 할아버지께서 잠자는데 방해된다고 불꺼라 하셔서

한겨울에도 두꺼운 옷을 입고 집밖 외등 밑에 서서 공부했었다는...안타까운 일들도 들려주셨다.

 

수학의 도형 공부를 하다가, 공부는 안하고 삼각형 사각형 낙서만 한다고...

이것도 공부라고 말씀 드려도 감히 변명한다고... 회초리로 맞기도 하셨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고.

 

새벽 4시면 일어나 새벽밥 해먹인,

한벌뿐인 교복을 밤에 빨아서 새벽에 다림질해서 입히신 할머니의 정성도...

사진 한장으로  긴~~~ 추억여행을 하는구나.

 

몇년전,

딸이 결혼하기전에 가족여행을 한다면서 일본으로 갔었던 오빠가족은

여행길에 산다중학교를 찾아갔는데,

그 학교의 동창회장이 오빠와 친분이 깊은 일본회사 사장님의 장인어른이셔서 전화를 해주셨는지.

일요일인데도 담당선생님이 나오셔서 옛기록을 찾아주시고 환대해주셨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딸과 아들에게 할아버지의 학생시절을 보여주는 게 참으로 뜻깊었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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