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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시어머니 노릇.

by 그레이스 ~ 2016. 6. 14.

 

 

6월 6일 강촌님께서 내 블로그의 글을 스크랩했다는 알림을 보고,

스크랩해 가신 글 3편 제목을 보니,2편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었고,

하나는 어떤 글이었는지 제목만 보고는 생각이 안나서, 그 글을 찾아서 다시 읽어봤다.

 

2007년 12월에 쓴 인연 그리고 운명

 

지난번 친척들이 모인자리에서

 

조상 묏자리가 좋아야 복을 많이 받는다고 하도 복타령을 하는 사람이 있길래,

내가 한마디했었다.

명당자리 잘 보기는 당대 최고의 지관들 만 하겠냐?

그럼 그사람들 후손은 모두 자손대대로 잘 살아야지.

복을 쏟아부어줘도 받을 그릇이 간장종지 만 하면, 그사람 복은 종지 하나 밖에 안되는 것을.

덕을 쌓고,

마음을 베풀고,

내 심성을 키워서 그릇을 크게 만들어야 큰복이 담기는게 아니겠냐고...

내가 준비한 만큼 꼭 그만큼의 복,그만큼의 행운이 내 몫이지 싶다고...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줘서 그날밤 내가 한 말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데,

오늘 며느리감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는 마음 비우기 자문자답;

미래의 며느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테지.

내게 정해진 인연도,

내가 베풀고,감싸안은 그 만큼 - 내 마음 자락 만큼의...아가씨이겠지.

.......................................................................................

 

2007년에 쓴 글이니,9년이 지났다.

10년전에도,

며느리가 잘하고 못하고는,

내가 뿌린 씨앗만큼 거두게 될 꺼라고 믿었었구나.

내맘에 안드는 아가씨라면,

그런 아가씨를 선택한 내아들의 안목을 탓해야 하는거고,

결혼 이후에,아들이 엄마를 실망 시키는 말이나 행동으로 나를 슬프게 한다면,

그 건 며느리의 탓이 아니라,

아들을 그 정도의 인품으로 키운 나를 탓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댓글에,

나는 딸같은 며느리를 원치않는다고 썼더라.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조심하면서 차츰 가까워지는 사이를 원한다고.

 

5년전에 작은아들이 먼저 결혼했고,

만 4년전에 큰아들이 결혼해서, 두 며느리가 생겼다.

살아보니,

내가 베풀고 감싸안은 그 만큼 - 내 마음자락의  크기만큼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 싶다.

며느리도 내자식이지만,

내가 낳은 아들이나 딸과는 다르게,

말하자면 사위에게 조심하듯이, 며느리에게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격적으로 존중하고,조금 부족한 부분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게 어른의 처신이라고 본다.

30대 초반 중반 나이에 능숙하게 잘 한다면,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어설프고,생각이 못미치고,실수도 하고... 그래야 젊은이지.

결혼생활 40년이 넘은 시어머니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본다.

 

아들집에서,만약에 설겆이 그릇이 쌓여있는 걸 봤다면,

기분좋게 치워줄 맘이 생기면,며느리 대신 설겆이를 해주고,

쌓여있는 게 보기싫어서 설겆이를 한다면,차라리 못본척 안하는 게 맞다.

내가 일해주고,마음속으로 며느리에게 나쁜 감정이 쌓이는 건,서로에게 마이너스가 아닌가.

베풀고 잘해주는 것도,

아무런 댓가가 없어도 서운하지않을 만큼,  딱 그정도가 적당하다.

그래야 해주는 게 즐겁고, 또 해주고싶은 맘이 생기더라.

만약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라면,

도움을 주는 것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선을 정해야 겠지.

내가 집을 사줬는데 너희가 그럴 수 있냐고...(하는 경우도 많아서)

 

며느리를 볼 때,

기본적으로 예의바른가~

밝고 상냥한가~

옳고 그름에 대해,누구에게나  잣대가 공평하고 분명한가~

3가지에 합격점이라면,나머지는 부족해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내생일을 기억하나~ 어디 두고보자,

말없이 기다리다가, 잊고 그냥 지나가면, 서운해서 상처받는...

말하자면 상대를 시험에 들게하는 행동은 참 어리석고 못난짓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마찬가지더라.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다고 본다.

아들이 표현하는 게 거슬리면,

니가 그렇게 말하는 것 보다 이렇게 말하면 더 좋겠다~ 라고 고쳐준다. 

그런식으로 지적하면,서로 기분좋게 풀게 된다.

아들도 엄마의 말실수를 지적하면,나도 선선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명절에 차례가 끝나자마자 친정가자고 남편에게 신호를 보내는 걸 봤다면,

그 행동에 언잖아 할 게 아니라 서둘러 보내는 게 맞다.

며느리가 아들에게 눈치를 보내기전에 시어머니가 먼저,

아침먹은 설겆이만 하고 가라~ 하거나,

내가 치울께,갈 준비해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품위있는 어른,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싶어서,

싫은 것도 내색 안하고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래서 저토록 상처가 깊어진 걸 읽으니,

어른노릇이 참으로 어렵구나~

등줄기가 서늘하도록 안타깝고 속상하다.

 

 

  • 안녕하세요 어머니 연년생 남매 엄마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저의 탓을 하는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남탓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저였지만 저도 제가 책임을 진다곤 하지만 마음 속으론 남탓을 하고 똑같이 되깊아 주겠다는 분노가 쌓여있네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비밀댓글]

    • 그레이스2016.06.15 08:19
      불평불만이 쌓인 마음을 정리하는데,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며느리도 사위도,
      내가 낳아 가르치며 키운 자식이 아닌데,
      서로 정 붙이고 적응해가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옛날 어른들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 강촌2016.06.15 09:53 

    에그~~ 들켰구나...
    말씀 안드리고 펌... 죄송해요.

    '결혼 이후에,아들이 엄마를 실망 시키는 말이나 행동으로 나를 슬프게 한다면,
    그 건 며느리의 탓이 아니라,
    아들을 그 정도의 인품으로 키운 나를 탓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말씀 지금도 제게 적용해야 하는 말씀이예요.

    며느리와 시어미는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조심하면서 차츰 가까워지는 사이...
    백번 공감하면서
    그레이스 님의 글에서 느끼고 공감하고 싶은 말씀 많아요.

    손주들 보느라 몸살, 이젠 좋아지셨나요.
    몸은 피곤하나 즐거운 일이니 곧 좋아지겠죠.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2016.06.15 11:19

      병원 가는중 지하철속에서 답글을 씁니다
      지난번과 같은 진통제 처방을 받아 올 듯 하네요
      아기들 돌보러 가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현명한 처신에 대해서,
      생각이 많았어요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울 일이 생기네요
      나와 아주 다른 남을 이해하는 것~
      그게 참 쉽지않아요

      블로그에 댓글이 달리면 알림판에 나오듯이
      스크랩을 하는것도 알려줍디다

  • 來夢來人혜정2016.06.15 12:57 신고

    그레이스님을 통해서 많은걸 배웁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2016.06.15 16:55
      혜정님도 아들만 둘이니,
      더욱 공감이 될꺼예요.
      내아들을 사고방식까지도 어른으로 키워놓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들에게
      부모가 뭐든 잘해주고 양보하고 챙겨줘서
      상대보다 자기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젊은이가 되어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 먼저 생각하지않고,
      자기 감정이 먼저여서 ,
      불화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결혼했다고 저절로 어른스러워지는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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