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신시가지에 있는 재래시장에 다녀왔다.
재래시장을 갈 때마다, 항상 똑같은 생각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아들이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참기 어려울만큼 화가 치밀어 속을 끓이게 되면, 백화점이 아닌 재래시장에 가서 두어 바퀴 돌면서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어 들고나온 물건을 널어놓고 파는 할머니들,
상가 점포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보다 난전에, 골목에 좌판을 벌여놓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고생하며 사는 건 아니다고,내 마음을 다스리곤 했었다.
속을 끓이는 원인 제공은 언제나 시어머니께서 하셨다.
신혼초부터 매달 생활비를 보내는 건 각오했던 일이어서,
부담이 되더라도 짜증 날 일은 아닌데,
매달 백만원씩 보낸 돈을 막내 시동생에게 술값으로 뜯기고는, 밥을 굶게 생겼다고 연락이 오거나,
술 마시고 사고 쳐서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내가 죽어야지..." 하시며 연락이 오면,
나보다 더 화가 난 남편에게는 내색도 못하고,살 게 없어도 재래시장을 돌아다녔다.
음주운전으로 차 두대가 다 부서지고 상대 운전자가 다쳐서,
차값과 치료비,위자료까지 보험이 아닌 생돈으로 물어줬을 땐, 눈앞이 캄캄해서 며칠을 굶다시피 했었다.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더라도,동생을 감옥에 보낼 수는 없다는 남편을 원망할 수도 없고...
분노를 누그러뜨리고,안정을 찾을 수 있게 위로가 되어 준,
그 시절 재래시장은 나에게 힐링의 장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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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언니
며느리로서 참 속상한 적도 있었네요
전 언니가 모든것을 지니고 누리는 카리스마 있는 언니로ㅡ많이 부러웠는뎅
재래시장을 걸으며 ,화를 다스렸다니
역시 지혜로운 분이네요
저도 이번에 정말 세상이 닫히는든
속상한 일이 있었고,그 정리를
항상 남편에게 미뤘던 것 많이 나의
부족함이 더 속상한 시간 이었답니다
한번씩 상담의 글로 지혜 얻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비밀댓글] -
그레이스2016.03.21 12:59
가난한집 장남
그것도 아버지 안계시는집 장남에게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아내와 자식과 같은 무게로
책임져야 할 가족입디다
동생들이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 후에는
그 짐을 벗어야 하는데 ᆢ
시어머니께서 끝없이 도와주기를 요구하셨어요
사업자금도 몇번이나 대어주고 ᆢ
실패하면 또 어머니 뒤에 숨어서 요구하고
시어머니께 맡겨놓은 조카는 결국 우리가 책임을 졌지요
초등학교 부터 대학 졸업까지 생활비와 학비 ᆢ
취직할때 까지의 학원비와 잡비까지
사연이 아주 많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남편이 40대 부터 점점 더 잘 풀렸어요-
그레이스2016.03.21 13:31
남편은
막내시동생이 이혼한 걸 집안의 수치로 생각해서
남에게 알리는 거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시동생 이야기는 거의 없지요
술마시면 고약해지는 버릇을 참고 살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아들 때문에 고민을 했겠지만 결국 이혼하고
나랑 마지막 전화를 하면서
큰아버지 큰엄마가 잘 키워 주실거 믿고 떠난다는
인사를 합디다
염려말고 새로운 인연 만나서 잘 살아라고 했어요
시동생보다 이혼하는 동서 편을 들게 됩디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
아들 하나 더 있는 셈으로 돌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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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머님 호수 엄마에요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은 제 상태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제 자신과 아이에게 천천히 자신의 속도대로 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심어주고있어요 그리고 설명해주신 방법으로 하나하나 해보겠습니다 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시어머니 큰 형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제래시장을 돌면서 흘려보내보려 합니다 살것이 없어도 그저 제 마음의 쓰레기 응어리를 흘려보낼 장소가 있다는 것이 그냥 가슴설레이고 그래요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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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6.03.21 20:10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니,다행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시누이 혹은 시댁의 다른사람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풀지마세요.
남편도 엄청 속상하지만 속으로 삭이고 있을거에요.
남편에게 화풀이하면,겨우 참고있는 걸 폭발 시켜서,크게 말다툼이 나겠지요?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나보다 더 고생하면서 사는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찾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화를 다스릴 수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정의 화목을 지키는 지혜로운 선택이 됩니다. -
그레이스2016.03.22 12:30
큰 재앙이 생겨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속만 끓이다가, 이번 글을 읽고 위안이 된다는 이웃에게도,
시어머니와 큰형님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나도 재래시장을 돌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흘려보내려 한다는 새댁에게도,
아직도 며느리와 화해를 못하고 있는 어느 시어머니에게도,
오늘은
마음속을 비워내고,한결 편안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
지난세월이엇지만 글로 표현할수없슬도록 가슴 속이 불이 나는 시절이 있섰지요
그래이스님은 재래시장을 돌면 화를 삭이 셨다면
저 목장에서 소를 키우면 일을하면 화를 삭히고 마음을 느그러 트리고 조절를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억울했던 지출 참은게 다 복으로 다른데서 찾아오드라구요
35년의 세월이 그리 흘렀습니다.
마음을 다스 리는일 어렵고 어려웠 습니다.-
그레이스2016.03.24 10:32
가난한 집안의 장남은 어느 가정이나 다 비슷하겠지만,우리는 좀 더 심했어요.
시동생 셋 성인이 되도록 뒷바라지하고,결혼비용과 전세금,
하던 일 실패해서,빚을 모두 떠안아서 갚아줘야하는 일도 있었고(아파트 한채 값)
제과점,식당,배달용 트럭,시작했다가 망한 게 몇번인지.
남편이 사장이 된 이후에는 매달 300만원씩 시어머니 드렸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목돈이 또 나가고...
시어머니 계시는 동안에는 어쩔 수없었지만,4년 전 시어머니 돌아가신 이후로는,딱 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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