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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책가방과 세훈이 에피소드.

by 그레이스 ~ 2018. 12. 9.

 

하윤이 책가방이 택배로 집에 도착했다.

내년에 학교에 가면 필요한 책가방을,

지난번 일본 갔을 때,

초대 받아 하룻밤 신세를 졌던 그댁 할머니께서 선물로 사 주셨는데,

그 가방은 예쁘지만 책가방으로 쓰기에는 적당하지 않아서 새로 사주기로 했단다.

하지만,

이미 책가방이 있는데,또 사주는 것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할아버지께 사달라고 해보자고,

말하자면 입학선물로 할아버지께 부탁드리자고 하윤이에게 말했던 모양이다.

전화를 받은 할아버지는 흔쾌히 사주겠다고 하셨다.

하윤이가 점찍어 놓은 책가방을

아들이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부산으로 온 것이다.(책가방 값은 현금으로 아들에게 주겠다고 하시네)

 

 

 

이제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해서

다음주말 서울 갈 때 가져 가서 할아버지가 하윤이에게 선물로 줄 것이다.

 

 

 

10월 사진에서 찾아보니까 가방이 있다.

일본에서 선물받은 가방은 책가방으로 사용하기보다 소풍갈 때,메고 나가면 예쁠 듯. 

신발주머니와 손지갑도 똑같은 천으로 세트인 걸 보니까,

일본에서는 책가방으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다섯살과 여섯살 때(만 4세와 만 5세) 영국으로 갔던 아들은,

장난감을 산다거나,

꼭 갖고싶은 물건을 살려고 할 때,

원하는 그 순간에 샀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일년에 몇 번,

생일날, 어린이날,크리스마스,추석에,

일년에 다섯번 혹은 여섯번 특별한 날에만 장난감을 사 줬었다.

사고싶은 게 생기면,

어디에서 파는 무엇이라고 정해놓고,한달 혹은 두달을 기다리는 게 예사였다.

기다리는 동안에 맘이 바뀌면,먼저 것 대신 이걸로 사달라고 부탁하고...

그렇게 기다리다가 가지게 되었으니

소중하게 다루고 오래도록 애착을 가지더라.

 

여덟살,아홉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가장 놀랐던 게,

이웃집 아이들은 쉽게 장난감을 가지더라는...

하루는 여덟살 세훈이가 놀란 얼굴로 집에 들어와서는,

엄마 엄마~ 옆집에 홍정화는 자기 엄마가 새 장난감을 사줬는데,

내가 물어보니,생일도 아니고 어린이날 선물을 먼저 받은 것도 아니래요.

그냥 사줬대요 그냥~~~!!

큰 사건인양,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혹시나 우리집도 바뀔 희망이 있을지 기대하면서)물었었다.

정화 엄마와 나는 교육방식이 다르다고,

그리고, 우리집은 할머니께 생활비 보내드리고,우리 생활비 빼고나면,

여윳돈이 별로 없어서 자주 장난감을 사 줄 수 없다고,

그러니 하나를 사면 오래도록 잘 간직해야 된다고 설명했었다.

다행히 사택안 다른집 아이들이 자주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불만없이 잘 따라줬었다.

 

세훈이가 6학년 봄에,

4월 월중고사 시험결과에 1등을 했다면서 선물로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주 작은 자동차로 뒤로 당겼다가 놓으면 앞으로 달려가는 미니카였다.

가격은 2천원이라는데,

그런 미니카는 일 이학년 애들이 가지고 노는 거지,

너는 육학년이나 되면서 무슨 그런 걸 살려고 하느냐고 안된다고 했었다.

풀이죽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3월부터 우리반에 미니카가 유행이었다.

나도 갖고 싶었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사달라고 할 수가 없어서

4월달 시험을 잘 쳐서 1등하면 사달라고 할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지금은 너무 속상하고 화가나서 눈물이 나올려고 하지만,

지나고보면 언제나 엄마 말이 옳았기 때문에,엄마 말대로 포기할게요" 하고는, 자기 방으로 가더라.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찬물을 한바가지 뒤집어 쓴 듯 했었다.

그걸 가지고 싶어서 한달을 참고 노력했구나

나는 그 걸 몰랐네.

미안하고 마음 아프고...

세훈이방으로 가서

"니가 한 말에 엄마가 감동 받았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너는 너무나 훌륭한 아들이다.

그것만으로 나이에 맞지않는 장난감이라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 말하고,

2천원을 줘서 당장 사러 가라고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 키미2018.12.09 17:26 신고

    오,,,아드님의 말에 저도 감동 받았네요.
    지나고 나면 언제나 엄마 말이 옳았기 때문에 포기한다니...
    그걸 깨닫기까지 무수히 많은 포기를 했겠지요. 마음을 다듬으면서..
    그 미니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었을지 눈에 선하네요.

    답글
    • 그레이스2018.12.09 19:00

      일주일 전쯤
      작은아들과 대화중에 거슬리는게 있어서
      아이가 원하면 언제라도 사주는 게 과연...아이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까?
      물건에 대해서 애착이 없어질텐데,
      싫증나면 언제라도 다시 사ㅏ줄꺼라고 생각하겠지
      간절히 원하고 기다리는 걸 안해보고 끈기와 참을성이 생기겠냐고?
      말해놓고는,
      아들이 맘 상했을까봐 하루종일 불편했어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반성이 됩디다.
      환경도 다르고 시대도 다른데,
      과거에 내가 가르쳤던 방법을 고집하는가 ...그런 생각도 하고요.

      예전에 있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떠 오르네요.
      아들은 그걸 깨닫기까지,
      울면서 떼쓰기도 하고,토라져서 밥을 안먹기도 하고,
      나름의 반항도 했습니다.ㅎㅎ

    • 키미2018.12.09 19:49 신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이들이 뭘 갖고 싶다면 다 갖게 해준다고 하더군요.
      예전 시대가 아니고, 귀하게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고,
      정보도 빠르고, 물건도 변화가 많아서 조금만 늦으면 뒤처진다고 합니다.
      휴대폰도 신형 나오면 다 교체하고, 가전제품도 마찬가지. 그런데 우리처럼 돈을 다 주고 바꾸는게 아니고
      요리조리 해서 엄청나게 세일해서 하더라구요. 깜짝 놀랐어요.
      빵집에 가도 할인혜택을 받고, 영화도 할인, 버스표, 비행기표 다 할인해서 합니다.
      취직이 어렵고, 살기가 힘들다는 걸 알아서 나름 절약하는 방법을 연구하나 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한 학생들도 많아요.
      물론 개중에는 정말 한심한 아이들도 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든든합니다.
      저도 많이 배우고, 될 수 있으면 잔소리를 안 할려고 하지만 잘 안 되어요. ㅎㅎ

    • 그레이스2018.12.09 20:33

      우리가 아이들 키우던 30년 전에도
      자녀가 원하는데로 다 들어주는 엄마들도 많았어요.
      나는 진짜로는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절제와 인내심을 길러줄려고 원칙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 허락을 했어요.
      엄마와 약속을 하고 지킨다거나,
      원하는 걸 얻기위해서는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거나,
      그런 습관들이 좋은 성격을 만드는데 도움이 됩디다.
      요즘은
      따라가기 힘들만큼 변화가 빠른 시대이지만,
      그 변화와는 무관하게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은,
      엄마 아빠가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 주의를 줍니다.

  • 2018.12.09 21:00 신고

    자녀에게 신뢰받는 삶을 살아오심을 존경합니다.
    40대 장성한 자녀가 조언을 구하는 것도 그런 삶에 대한
    존경과 믿음아닐까요.
    전 뒤돌아보면 어떤 태도로 양육을 했는지 뚜렷한 기준은 없었던것 같아요
    그저 제자신이 공무원집에서 빠듯하게 자라서인지 아이에게 원하는 바를 다 들어주지는 않은듯하고 아이도 차분한 편이라 무언가를 강하게 요구한적도 없었던듯 합니다 그런데 너무 절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답글
    • 그레이스2018.12.10 07:33

      사십대의 아들이 엄마에게 상의를 하는 것은,
      엄마를 존중해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합니다.
      어떤식으로 방향이 정해졌더라도 결정하기 전에 엄마의 의견도 들어보는 거니까요.

      이번에 아들과 대화이후에는,
      나를 점검하고,반성하게 되었어요.
      다른사람에게 멘토역활을 할때처럼,
      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는가.
      아들의 마음을 잘 파악했는가.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내 의견을 말했는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미안하고...
      나이가 더 많아져도
      생각이 굳어지고 고집이 센 노인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도 생기고...

      다음날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좀 더 부드럽게 표현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루종일 니 생각하고 반성했다고,
      언제라도
      어떤 일에라도
      너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요.
      아들이
      감사하다는 답을 보냈습디다.

  • 2018.12.09 21:08 신고

    문화생활에 쓰이는 지출을 아낍니다 그나마 여행은 다니지만 콘서트 뮤지컬등은 안 가려고 해요..

    답글
  • christine2018.12.10 21:06 신고

    정말 요즘 아이들에게는 to need와 to want를 명확하게 갈켜야할것같아용~ 갖고싶은게 있음 모라도 지스스로 노력해야한다는걸 갈켜주는게 부모의 역활이지용~

    그나저나 하윤이가 드디어 스쿨에 들가는거예용?? 할부지선물받고나면 완전 좋아하긌네용~ 자식들 손주들에게 오래오래 멋진 길잡이가 되시길바랍니당^^

    답글
    • 그레이스2018.12.11 08:47

      사회생활 단체생활에 대해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약간의 공부도 해야하고,
      화장실 사용과 위급상황이 생겼을 때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입학은 내년 3월이지만 며느리는 마음이 급하더라.ㅎㅎ

    • 그레이스2018.12.11 10:19

      참~ 취학통지서가 왔더라.
      1월 3일 소집일이고,
      3월 4일 입학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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