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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

사골 끓이기.

by 그레이스 ~ 2018. 11. 21.

엄마가 음식을 만들어서 택배로 보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또 미안하다고,

우리집에 보내는 거 살 때는 제 카드로 계산하세요~ 하면서

2년 전에 작은아들이 신용카드를 줬었다.

아들이 엄마의 수고를 알아주는 게 고맙고,

엄마 생활비 쓰지 말라고 하는 것도 고마웠다.

그 카드를 받아 지갑에 넣고 다니지만, 2년동안 아직 한번도 쓴 적은 없다.

 

한꺼번에 몇가지 음식을 만들어 보낼 때는 제법 큰 돈이 나가니까,

그럴 때는 아들 카드로 재료를 살까~ 잠시 망서리기도 하는데,

결국 내 카드로 계산한다.

아직 이 정도 형편은 된다는 생각에.

 

어제 하준이 사진을 보내면서,

감기중에도 아이가 곰국에 밥 말아서 한그릇씩 잘 먹었다고 감사인사를 하고는,

다음에 부산 가면,

곰국 끓이는 비법을 꼭 전수받아 와야겠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는 것부터 끓이는 과정을 상세하게 메모하겠다고 해서,

아직은 그럴 것 없다고,내가 끓여서 보내겠다고 했다.

 

 오늘 재래시장 정육점에 가서

두툼하게 살이 붙은 사골 두개를 사고,국물을 진하게 우려내려고 뼈를 조금 더 샀다.

너무 무거워서 차 트렁크에 그대로 있는데,

남편이 목욕 갔다가 오면서 가져 오겠다고 하셨다.

오늘 저녁에 핏물 빼고 1차 끓여서 버리고,

두번째 끓이기를 시작하겠지.

 

2주 전에 우족을 사서 끓여 냉동실에 넣어 놓은 게 있어서

그 것까지 더하면 많은 양이 될 듯 하다.

우족은 초벌 끓일 때,

불순물이 잘 빠지도록 소주 1~2 병을 붓는다

소는 지저분한 곳에 오래 서 있으니, 그 잡냄새를 깨끗이 제거하려면 소주가 제일 좋단다.

정육점에서 알려준 방법이다.

첫번째 팔팔 끓인 물은 버리고, 우족은 찬물로 깨끗이 씻어 (솥도 깨끗이 씻어)넣고,

그때부터 정식으로 끓이기 시작한다.

우족은 양질의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어서 충분히 끓여서 식혀놓으면,

국물이 도토리묵처럼 덩어리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 둔 국물이 냉동실에 세 통 있다.

 

자식에게 음식을 보낼 때,

정성을 쏟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만들었으니,

자식이 그 가치를 알아주고 버리는 거 없이 맛있게 먹기를 바라는 건,

어느 엄마나 똑같은 마음이겠지.

 

  • 하늘2018.11.21 19:57 신고

    정말 대단하셔요
    전 아이들이 결혼해서 나간다 해도
    그렇게 음식 만들어 조공은 못하겠습니다 ㅎ
    그런데 그게 지금 생각이지 막상 닥치면 저도 팔 걷고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이곳에 와서 싼 소꼬리에 놀라 엄청 해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제가 끓인 건 냄새도 싫어요. ㅎ

    • 그레이스2018.11.21 21:49

      나도 아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음식 만들어 줄꺼라고 생각 안했어요.
      내가 좀 위엄있는,
      며느리가 어려워하는 시엄마가 될 줄 알았거던요.
      그런데 막상 며느리를 맞이하고 보니,
      저절로 마음이 달라지더라구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좋아하니까,한번 더 해주고싶고...
      그러다가 아기들도 잘 먹으니까 다른 것도 해주게 되고...품목이 점점 늘어나게 됩디다.
      같은 걸 몇번씩 되풀이 만드니까,더 맛있게 끓이는 법도 알게 되고요.
      미역국도, 해물탕국도, 러시안스프도, 사골 곰국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 달진맘2018.11.22 08:29 신고

    옛말에
    자식들입에 밥들어가는것하구 가뭉에논에
    물꼬에서 물들어가는 소리하고
    대견한게 없다구
    손주들 먹이는거 다 해주고 싶지요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데
    그보다 더좋은 나이 먹어 할일이 있나 싶네요

    • 그레이스2018.11.22 10:33

      어제 시어머니 카페에서
      아들과 며느리 때문에 속상해서 올린 글을 읽고 남의 일이지만 마음이 착찹했어요.
      택배 보낸 거 받았는지 연락이 없다고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보냈으면 그걸로 끝내고 감사하다는 인사 받으려고 하지말라는 아들의 문자를 받았다네요.
      그동안 쌓인 감정이 있겠지만,
      그런 말 들을 정도면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텐데,
      왜  또 보내고... 그런 서운한 말을 듣는지...
      당분간 자식과 거리를 두고,관심을 안가지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참으로 속상합디다.

  • christine2018.11.22 09:38 신고

    옴마음식은 바로 사랑이죵~ ㅎㅎ 쮼이모친 쮼이가 아직 넘어려 사골 끓이기 힘들것같아용~ 모든 음식은 좋은재료로 정성이 들가야 빛을 발하는데 요즘은 물가가 장난이 아니라 좋은재료를 사는게 좀 부담되긴해용 이럴때 부모님정성담긴 음식을 택배로 받으면 기분 느무 좋을것같아용^^

    흑흑흑 옴마음식!! 저도 묵고싶어용~ 옴마가 종갓집 맏며느리라 집안행사때 음식만드는거 보면서 자라 왠만한건 옴마만큼 or 그이상을 만들수있다 생각했는데 ㅠㅠ 옴마가 아푸고나서부터는 옴마음식을 못묵으니 함씩 생각날때가 있어용.ㅠㅠㅠ 콩나물들깨찜~ 미더덕에 콩나물,죽순,고사리넣고 들깨가루로 담백한 찜을 만드는데 제가 몇번 만들어봐도 그닥 ㅠㅠㅠ 저희 형부들은 장모님표 가오리찜&탕국, 남편은 잔치국수랑 장어국 많이생각난다 하더라구용~

    • 그레이스2018.11.22 10:48

      우리 며느리는 내가 보내주는 걸 정말 좋아해
      어른도 아이들도 맛있게 잘 먹더라.
      사골을 살코기가 있는 그대로 사면 칠만원이니까 두 개 14만원 잡뼈 만원
      곰국 재료는 15만원이면 되는데,다른 것도 한꺼번에 하면 30만원 이상 될 때도 있어.

      콩나물들깨찜은 우리 외갓집 별미인데,아쉽게도 외할머니표 솜씨를 배우지 못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인터넷에서 보고 하는 것과는 다르더라구.

    • christine2018.11.22 17:12 신고

      재료비만 그정도면 진짜 프리미엄 곰탕입니당~ 부모가 보내주는 음식은 자식들에겐 큰 힘이지용~

      제가 콩나물들깨찜 몇번해도 옴마맛이 안나는건 일단 재료자체가 ㅠㅠ 옴마는 미더덕을 진동에 가서 신선한걸로 사와서 만들고 찜용 콩나물은 훨씬 두툼하고 아삭한데 마트서는 그런 콩나물을 살수가 없네용 ㅠㅠ간을 할때도 된장을 살짝 넣는데 그 양이 얼마큼인지는 알수가 없네용. 엄마표 음식이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려 많이 아쉽습니당~

    • 그레이스2018.11.22 19:20

      내가 어릴때는 미더덕 정말 많이 먹었다
      나도 미더덕 터트리지 않고 빙빙 돌려서 잘 깠었어
      된장찌게에도 들어가고
      아구찜처럼 매운찜에도 넣고
      우리집에서는 멍게 보다 미더덕을 더 좋아했지
      미더덕은 마산 부근에서만 잡혀서
      다른지방 사람들은 모르더라구
      윤정이 덕분에 어린시절 먹던 음식들 생각 나네

  • 여름하늘2018.11.24 23:09 신고

    사골 끓이기를 읽으니 나도 올해가 가기전에
    한번 행사를 취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야말로 연중행사입니다 ㅎㅎ
    일본사람들은 사골을 해먹지 않으니
    한국시장에 가야만 우족이니 사골 잡뼈를 살수 있어요
    끓이는데 시간도 걸리지만 좋은물건 구하는것도 어렵네요
    우족은 초벌 끓일때 소주를 부으라구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ㅎ
    년말에 계획잡고 한번 폭 끓여봐야겠어요

    • 그레이스2018.11.25 09:21

      사골뼈만 끓이는 것과
      사골에 사태살을 넣고 끓이는 것은 맛에 차이가 많이 납디다.
      고기국물맛에 곰국맛이 더해지니까요.
      첫물 끓여서 버리고,두번째는 3시간반 후에 고기를 건져내면 알맞게 삶아져서
      결대로 찢거나 썰어서 나중에 국물 숫자만큼 봉지 봉지 담아둡니다.
      그다음 뼈만 6시간 이상 끓여서 두번째 끓여서 기름 건어낸 고기국물과 섞어서
      마지막으로 잡냄새를 없애기 위해 대파를 서너뿌리 넣고 한소큼 끓입니다.
      사실은,
      끓이는 것보다 베란다 들고나가 기름을 굳혀서 걷어내고,국물을 다른 통으로옮기고...
      그때마다 몇번씩 끈적이는 그릇들을 다시 씻고...그런 과정들이 힘들어요.

      소가 두엄속에 서 있는 생활이어서 우족에 잡냄새가 많이 스며 있잖아요.
      소주는 그걸 빼기 위한 작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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