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2일 글.
어제,
마산 사는 친구 명순이의 전화를 받았다.
허리수술 이후에 회복은 좋은지,불편함은 없는지,잘 다니는지...내 안부를 묻고나서,
재순이의 소식을 전해주네.
작년에 만났을 때, 나보다 허리 상태가 더 나빠서
이야기하는 우리들 뒷편에 누워서 듣고,이야기에 동참했었다.
통증이 심해져서 재순이도 4월에 허리수술을 했단다.
4개월이 지났으니,
정상적으로 회복이 되었으면 지금 쯤 편하게 다닐텐데...
허리 수술후 3일만에 갑자기 팔에 마비가 와서,
정밀검사를 했더니 뇌종양이 발견되어,종양제거 수술을 했고,
척추수술후 연달아 뇌종양 수술을 해서 중환자실에서 위험한 고비도 넘겼다고 했다.
두 달을 입원하고 있으면서 항암치료를 여러번 했단다.
뇌종양만으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했으면 체력소모가 덜했을텐데,
허리수술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뇌수술하고,
항암치료를 10번 넘게 했으니...
두 달 입원후 마산의 요양병원으로 옮겨서 회복치료와 걷는 훈련을 한다는 소식이다.
병문안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승리 티비 프로그램에 나올만한, 재순이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함안군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산에서 중학교 1학년 가을부터 초등학교 5학년 입주 가정교사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6년을, 입주가정교사와 자취를 번갈아 하면서도,
장학생으로 공부를 마쳤고,
한해 재수 후,서울대학교 입학해서 역시나 가정교사로 학업을 마쳤다.
대학 다니면서 사귄 남자랑 결혼했고,
남편은 국립대학교 교수로,
재순이는 중고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했다.
워낙 반듯하게
모범으로 살아 온 세월을 잘 알기에,
고생했던 청소년시절을 보상받는다고 좋아했는데,
그렇게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심란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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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22일에 썼던 글 주인공의,
장례소식이 어제 왔었다.
딱 일년을 버티고 떠났구나.
오늘(9월 9일) 발인이라는데,
재순아~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빈다.
재순이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칠십을 넘겼으니,모든 책임과 임무를 마쳤다는 홀가분함에
아쉬움이 없이 떠났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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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9.09.09 14:27
"욕심내지말고 내 복대로 살다가 가자" 그게 정답입니다.
칠십세 즈음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어요.
지난 글을 찾아보니,
60세 1월에 썼던 글에,
80세를 목표로 앞으로 20년 남았다 생각하고
한해 한해 의미있게 보내자고 다짐을 했더군요.
가장 큰 숙제였던 두 아들의 결혼도 치루었고,손주들도 여섯명이나 태어났으니
저는 원하는 것을 다 이루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10년은
건강에 조금 더 신경 쓰고(그래도 큰병이 걸리면 어쩔수 없고요)
말과 행동으로 자식에게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야 되겠지요.
해마다 1월에 새로운 다짐을 해야 되겠습니다.
80세보다 더 살게 되더라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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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듭니다.
답글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다 나이 들어 살만하니 힘든 병으로 떠난 슬픈 이야기군요.
그래도 70까지 사셨으니 한편으로는 덜 아쉬워요.
항암치료가 유황불에 들어가는 것만큼 고통스럽다하던데 10번을 하고 겨우 1년을 더 연장했군요.
그래서 제 주위에는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남편께서 그레이스님 친구들이 소위 흙수저로 태어나서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하였다고 하시는데
이것도 우리 6-70대 이니깐 가능했지 요즘이면 매우 힘들거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들고, 노력해도 신분상승이 어렵다고하니까요.-
그레이스2019.09.10 11:45
어려서 고생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어요.
결혼 이후의 생활은,
재순이는 시부모님 안계시고 형님 한분 시골에 계셔서 나보다 훨씬 편안했어요.
내 친정은, 그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았으나
결혼하고 보니,
시어머니는 방 한칸이 없는 완전 무일푼입디다.
시동생 둘은 군대에 갔고,
시어머니와 막내 시동생은 남편과 같이 사택에서 살고있었어요.
그때부터 나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시동생 뒷바라지와 온갖 사건사고들...
내아들이 서울대학 나왔으니,나는 비단방석에 앉아서 호사를 해야겠다고 큰소리 치신 어머니...
뭐... 구구절절 사연이 많습니다.
요즘도 드물게 흙수저의 성공사례를 봅니다.
우리 아들의 친구중에 고등학생때 부모님이 빚으로 야반도주 해서,
친척집 친구집 전전하며... 그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를 마치고
전액 장학금 받고 대학 간 아이가 있어요.
2학년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면서 아들 둘 뒷바라지 한 진규도 있고요.
진규는 의대 진학해서 서울의 큰 종합병원에 취직했더랬어요.
그 엄마를 가끔 울산 가서 만납니다.
뛰어난 아이는,
흙수저 환경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보석처럼 빛이 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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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e2019.09.12 12:09 신고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당~ 솔직히 이런분들이 장수하시면서 건강하게 즐기면서 노년을 보내셔야는데 왜 암이 생기는지 ㅠㅠㅠ그레이스님은 건강검진 미리미리 하시공 늘 건강하시길바래용
답글-
그레이스2019.09.12 13:35
가망없는 병이라면,
오래도록 병치례를 하는 것보다
아쉽지 않을만큼 치료도 받아보고,가족들과 작별할 시간도 가지고,
그 이후에는 너무 고통 받지않고 떠나는 게 좋겠어.
내친구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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