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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

번 아웃.

by 그레이스 ~ 2019. 9. 22.

 

 

미씨유럽 카페(외국에서 생활하는 젊은엄마들의 모임)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회원이,

회사 부서의 팀장이 번 아웃으로 3개월 쉬다가 엊그제 복귀 인사를 하러 왔더라면서,

자기네 팀에서 3명이나 번 아웃 증세를 겪는다는 글이 있었다.

모두 아이 딸렸고 40세 넘긴 고만고만한 나이들이라고.

다들 증세는 천차만별인데 무기력해지면서 온 몸이 아픈 증상과 과다호흡증후군 처럼

심장관련 질환이 같이 온다고 한다.

 

매사에 열심이고,

맡은 일에 철저한 편이고,실수를 안하려는 성격의 사람이 

과중한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그런 증세가 생기는 모양이다.

평소에

아이 머리가 조금 삐져나오면 다시 학교 가서 삔을 꽂아줘야 할 것 같고,

변기에 뭐 하나라도 묻으면 바로 무릎 꿇고 앉아서 닦고,

서랍속의 속옷이 각이 안맞으면 다시 개야 할 것 같고...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이다.

혼자서 아이 둘 간수하면서 집안도 흐트러짐이 없고,

외국인 시댁 친척들 20명을 집에 초대하면서 그 많은 음식을 혼자서 해내는 능력자다.

한국사람 한명도 없는, 그나라 회사에 취직해서 잘 해내고 있다.

회사에서 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 팀원들이 다 아니까

어제는,

동료들이, 손을 꼭 잡고 번 아웃 오면 약도 없다며,

뭐든 한 박자 쉬고 천천히 하라고...

자기 말 명심하라고 조언을 하더란다.

 

남편에게,

그 사연을 얘기하고는,

나는 젊은시절에도 지금도 정리정돈과 깨끗이 청소하는 걸 못하니까,

번 아웃이 될 가능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하고는, 소리내어 웃었다.

 

혼자서 두살 세살 사내아이 둘 키우던 시절이 제일 힘들었는데,

잠이 모자라서 3일만 죽은 듯이 자는 게 소원이었다.

한 아이가 감기라도 들면 밤새워 살피고,감기 옮아서 뒤이어 또 간호하고...

도와주는 사람없이 세끼 밥해먹고

아이 간수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서,정리정돈은 대충 하고 살았다.

 

이제는 남아도는 게 시간이건만,

대충 치우고 사는 건 변명할 여지없이 게으럼탓이다.

저렇게나 열심히 사는 글에 자극을 받아서,비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목욕탕 청소를 했다.

 

 

 

  •  
    • 그레이스2019.09.22 16:07

      젊은시절에는
      몸이 지쳐서 병이 날 정도로 무리를 했는데
      사십대가 되니 점점 요령이 생겨서
      몸살하겠다 싶으면 먼지가 뽀얗게 보여도
      못본척 두고 쉬는 게 우선이었어요
      감기 들 것 같으면
      모임이 있어도 빠지고 집에서 쉬고요
      육체적인 피곤이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면 번 아웃이 옵디다
      나는 느긋하고 긍정적이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이예요
      느긋한게 지나쳐서 게으름으로 넘어 갈 지경입니다
      저런 글을 읽으니 반성이 되네요

  • 여름하늘2019.09.22 15:28 신고

    그레이스님께서는
    젊은시절에도 쓸고 닦고
    정리정돈 깔끔하게 하셨을것 같은데요..
    번아웃!
    저야말로 이제는 나이탓하며
    정리정돈도 안하고 깔끔하던 성격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하지만
    번아웃 될 염려는 전혀 없을듯하여 좋네요 ㅎ
    성당갔다가 돌이가는 전철타고 글을
    쓰고 있는중입니다
    조심조심스럽네요

    답글
  • 키미2019.09.22 17:11 신고

    완벽주의자들이 번아웃이 오지요.
    저는 매사가 다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ㅎㅎ
    어떤 건 못 참는 것도 있는데, 사실 청소가 그렇습니다.
    남편은 대충 하라고 하는데, 청소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노견들이 치매가 와서 거실에서 자주 실례를 하니까 이젠 좀 느긋해졌습니다.
    추석에 서울 다녀와서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였죠. ㅎㅎ
    그래도 집에 있으면 몇 번씩 닦기는 합니다.

    부산이 태풍으로 난리가 났네요.
    괜찮으신지요?

    답글
    • 그레이스2019.09.22 18:15

      정말이지 완벽주의자들이 한계에 다다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동료들이 그 걸 아니까,
      번 아웃 오기전에 컨디션 조절하라고 당부를 했던 모양이에요.
      스위스에도,프랑스에도, 독일에도, 네델란드에도... 저렇게나 치열하게 사는구나~하고,
      내가 감동받는 젊은엄마들이 있어요.

      하루종일 세차게 비가 내립니다.
      부산으로 바로 온다고 해서 바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오른쪽으로 꺾여서 부산을 비켜 간다네요.
      바람의 강도가 세더라도 앞에서 바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고,
      가까이 지나갈 때는 옆바람과 뒷바람이라서 (남편이) 우리집에는 피해가 없겠다고 합니다.
      10시쯤 지나간다니까
      그 전후에는 엄청난 바람소리가 날겁니다.

  • 여름하늘2019.09.22 21:39 신고

    방금 한국뉴스를 봤어요
    태풍이 착하게 잘 지나가야 할텐데요
    조심하게 잘 지네세요

    답글
    • 그레이스2019.09.23 07:02

      비바람이 심하다가 밤 11시 이후에는 조용했어요.
      그 시간에 드라마 마지막 방송을 보고있었는데 드라마 끝나니까 거의 11시였거던요

  • 달진맘2019.09.22 22:10 신고

    부신이 태풍이지나가는 길목인가봅니다
    피해 없으시기 빕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9.09.23 07:04

      태풍 지나간 이후 아주 조용한 아침입니다.
      다른 곳은 피해가 있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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