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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들

태풍이 온다고 해서,

by 그레이스 ~ 2019. 9. 21.



부산으로 오는 중에 겉옷을 벗고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오래 있어서 그랬는지

목이 칼칼하고 약간 머리가 아픈듯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 반 잔을 마셨고,

술기운이 있는 중에  감기약을 두 알 먹어서... 나른한 상태로는,

밤에 글을 쓸 엄두가 안났다.


큰아들집에서 윤호 유라에게

밤에 잠들기 전에 하룻밤만 자고 내일 부산으로 간다고 했더니,

왜? 왜?

연거푸 항의성 질문이 쏟아졌다.

태풍이 올라오니까 집에 가서 문단속을 잘 해야 한다고... 세세한 설명을 했더니,

윤호가 대뜸,

태풍은 일요일에 오잖아, 근대 왜 내일 가요? 한다.

저녁 먹으면서 휴대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도 체크하고,

이번에 다녀 온 싱가포르가 적도와 얼마나 가까운지 찾아보고,

또 태풍이 생성되는 위치와 진로에 대해서도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더니,

그 때 들었던 게 기억이 났었나 보다.

순간 당황이 되었다는 할아버지.

작은아빠집에 가서 하룻밤 더 자고 내려 간다고 할 수 없으니,

이번 태풍이 힘이 아주 센 보라색 바람이어서 일찍 가야 한다고 설명했단다.

윤호는 사고가 합리적이어서 이유가 납득이 되면 떼쓰는 게 없다.


아이들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와서 윤지를 안아주고싶다고 해서 잠시 지체하다가 집을 나섰다.

작은아들집에 도착할 시간에 하준이가 12시 30분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이어서

아파트 밖에서 집으로 오는 하준이와 만났다.

기다렸다가,

하윤이 하영이를 만날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우리가 왔다는 말 하지 말라고 하고, 그냥 내려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잠시 얼굴보고 헤어져야 한다면 아쉬움이 더 클테니 안보는 게 차라리 났겠다고...

하윤이 하영이가 운동 다니는 체육관에서 그 날 저녁에 행사가 있어서

체육관 다니는 아이들이 다함께 강당에서 텐트 치고 (각자 이불을 가져와서)잠을 잔단다.

아침에도 다같이 밥을 먹고,오전에 놀이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좋아하는 할아버지라도 체육관 행사를 포기할 수 없고,

할아버지와 함께 잘 수도 없으니

아이에게 괜한 갈등만 주는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다.


과일과 빵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떼우고

주차장까지 내려 온 하준이 며느리와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 출발했다.


내일 올라오는 태풍은 강풍을 동반한 큰 태풍이라는데,

부산 가까운 방향으로 올 확률이 크다고 해서

서울에서 며칠 더 아이들과 놀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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