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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들

집에 와서.

by 그레이스 ~ 2019. 12. 22.

 

 

부산역에 내려서 해운대로 오는 중에 목욕을 하러 먼저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면 호텔에 들렀다가 가자고 하는 남편의 상태가 심상찮아 보였다.

수영을 하고 중간에 젖은 채로 있었고, 목욕을 하고 난 이후에도 완전히 말리지 않아서 감기 들었단다.

그런 상태로 또 목욕하면 안된다고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에 가서 옷 갈아 입고 나는 혼자 목욕 가겠다고 하고.

 

나 없는 10일간 한번도 청소는커녕 소제기도 안 했고,

가는 날 아침에 널어놓은 빨래도 그냥 있고,

부엌에도...

내가 목욕하러 갈 상태가 아니었다.

혼자서 식사 해결하고 살아 준 것만으로도 다행이어서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온몸에 힘이 쫘악 빠지면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글을 쓸 기분도 전혀 안 생기고... 

대충 정리만 해놓고 청소도 안 하고 그냥 누워 있다가, 앉아 있다가  밤늦은 시간이 되었다.

 

아프다고 소문 낼 일이 아니라서 참고 있었는데,

고관절 주변이 아파서 지난달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었더니,

연골이 닳아서 아래위 뼈 어긋난 상태라네.

그래서 주변 근육이 경직되어 아픈 거라고 하면서 좋아질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 달 넘게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이고 살았으나...

내일은 뼈를 제자리에 맞춰주는 접골원에 가봐야겠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나아질런지... 효과가 없더라도 시도는 해봐야 미련이 없겠다.
세탁기를 3번 돌려서 널어놓고,

쇠고기 한토막 있는 거 녹여서 미역국 끓여놓고, 양배추 쪄서 담아 놓고,

냉동실의 돈가스 두 개 녹여놓고 명란젓 양념해 놓고,

소파에서 잠깐 잠이 든 남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중.
짜증 나고 귀찮은, 우울한 감정을 떨치고 평정심을 회복하려고,

계속 나 자신을 칭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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