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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노 교수님의 차림으로

by 그레이스 ~ 2019. 10. 15.

모임에 갈 때 입으려고 옷을 꺼내보다가,

전부 옛날 옷이라고 했더니,

예전에 많이 봤던 연세 많으신 교수님들 옷차림이 생각난단다.

남편이 대학다닐 때면 1960년대 중 후반이다.

그시절은 누구나 어려웠던 시절이고,

국립대학 교수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육십세 넘으신 노 교수님들은 거의 다 10년 전~ 20년 전 양복을 입고 출근하셨겠다.

그당시 교수님들 차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자기도 기꺼이 그런 차림으로 다니겠단다.

곧 75세이니,그 교수님들에 비해서 자신이 훨씬 더 늙은 노인라면서.

 

남편은,

2012년 6월,아들의 결혼식에 입었던 양복이 제일 최근 것이다.

겨울옷은 2011년 12월, 작은아들 결혼식에 입었던 양복이고.

옷장에 있는 10 벌의 양복은 전부 그 이전에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옷이다.

그러니 15년은 넘었겠다.

정장뿐 아니라,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도 최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새옷을 살 생각이 꿈에도 없다고... 옷 사라는 말은 입도 벙긋하지 말란다.

백화점 가보자는 말을 한 게 아니다.

유니클로가 17일까지 세일한다는 광고를 봤다.

혹시나 싼값에 필요한 바지라도 구입할 수 있을지 구경이나 가보자고 했더니,

있는 옷,죽을 때까지 입어도 남는다고 하시네.

 

 

나도 아들 결혼식 이후로는 비싼옷을 안샀다.

이제는 좋은 옷 입고 갈 곳이 없어서 아쉽지도 않다.

하객으로 갈 결혼식도 끝났고,

남편이 은퇴했으니 파티나 행사에 참석할 일도 없다.

허리 아파서 높은 구두를 못신으니,

최소한 200만원 이상 가격으로 산 원피스 투피스들 그림의 떡일 뿐이다.

모임에 가서 비슷한 이야기를 서로 하다가 들은 이야기중에,

새옷을 안입고 그대로 둬도 옷장에서 늙는다고 하더라.

신상품을 안입고 옷걸이에 걸어둬도

몇 년 지나면 유행 바뀌고 안입어도 낡아진다는 뜻이 겠다.

친구들도 모두,

실크가 아니라도 드라이크리닝 보내야 하는 옷들은 귀찮아서 안입는다며,

물빨래 되는 옷이 좋고, 

세탁기에 넣을 수 있으면 더 좋다는 말에 다같이 공감했다.

 

겨울에는 질 좋은 순모 바지를 걸어두고 요새 유행하는 기모바지를 입은지 몇년째다.

오늘 아침에 

모직바지 다림질하고,

스팀으로 가을 쉐터에 주름을 펴면서

명품 브랜드 옷에 정신을 빼앗겼던 50대 10년의 흔적을 살펴본다.

 

  • christine2019.10.15 11:34 신고

    두분의 인격과 삶의 모습이 명품이니 뭘 입으셔도 멋스러울것같아용^^


    이제 한국도 사는 모습이 달라져서 입고 먹는데 많이 실리화가 된것같아용~ 예전엔 명품을 찾고해도 요즘은 젊은칭구들고 입고 먹는건 심플해도 취미생활이나 여행에 많이 투자하더라구용~

    전 살만빼면 옷장에 10년입은 옷이 가득합니당 글고 옷사고 꾸미는데 투자하는거보다 건강을 생각해야하는 나이가 되었어용~ 날이 추워지니 또 손발이 차지고 기운도 쳐지고 그러네용 ㅠㅠ

    답글
    • 그레이스2019.10.15 11:59

      내가 나를 진단해보면,
      자라면서 지독히 절제하면서 살았던 경험 때문에(교복 말고는 외출용 사복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 키워놓고 형편이 나아지니까,
      과거에 절제했던 보상심리로 옷과 장신구 욕심이 많아 진 것 같아.

      또 남편의 직업상
      배가 완성되어 선주에게 인도되기 전날 외국 선주측에서 주최하는 파티가
      한달에 몇번씩 있었던 것도 중요 요인이야.
      전세 비행기를 대절해서 친척과 지인들 80~90명이 명명식에 참석하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큰배를 주문하는 회사들은 명명식과 전야제 파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이쪽에서도 참석할 때는 격식을 갖춰서 잘 차려입고 가게 되더라구.

      요즘 젊은이는,
      우리 큰며느리를 봐도,비싼 옷은 하나도 안사더라구.
      경제적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말이야.
      친정어머니께서 옷 쇼핑이 취미여서(사부인께서 자기 취미는 옷 쇼핑이라 하셨어)
      자라는동안 딸 옷을 엄청 많이 사 주신 영향도 있겠다.

    • christine2019.10.15 18:06 신고

      넹~ 명명식이야 말로 formal한 행사인데 그레이스님 전성기시절에 어찌 하셨을시 상상이 갑니당~ ㅎㅎ 조선산업은 국익을 대표하는거라 자부심도 엄청났을것같아용^^

      저도 거제에서 열린 명명식에 초대받은적 있어용~ 화려하고 근사한건 익히 알고있었지만 지방소도시에서 그 큰규모의 캐터링을 우찌 준비했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울산과 거제는 호텔과 연계된 명명식 전담 캐터링업체가 있다고 하더라구용~

    • 그레이스2019.10.15 19:03

      배가 주문 받아서 인도되어 나갈 때까지 몇번의 행사가 있는데,
      조선소가 주최할 때는 영빈관에서 파티를 할 때가 많았고,
      명명식 전야 파티는 선주측에서 부담하니 돈을 팍팍 쓰면서 큰 호텔에서 했었어.
      울산에서는 현대호텔이고,
      좀 크게 할때는 부산의 파라다이스호텔이나 롯데호텔로 나가기도 했었어(호텔 버스나 회사버스를 타고)
      한번에 수천만원 드니까 호텔측에서 판촉도 많이 한다더라.
      전날밤의 파티때는 화려하게 입고,
      다음날 낮의 명명식은 분위기가 다르니까,대부분 정장을 했다.

      거제의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도 마찬가지로
      큰회사가 선주일때는 파라다이스호텔이나 롯데호텔에서 파티 하더라.

    • christine2019.10.15 20:41 신고

      제가 초대받은곳은 거제 대명리조트였어용~ 본식전 전야제 모 그런행사였는데 해당국가 대사님도 내려오시고 조선소측 CEO들도 오셨고 억수로 근사했어용~ 삼성중공업에 유럽쪽에서 파견온 외국인 직원들도 꽤 있었는데 부산기장에 있는 외국인학교에 아이들이다녀 부산서 출퇴근한다하더라구용^^

      언제 시간되심 그레이스님 예전 전성기시절 명명식에 관련 글 올려주심 잼날것같아용~ㅎ

    • 그레이스2019.10.15 21:06

      아~ 그랬구나~

      파티에 관한
      진짜 오래된 애기 하나 해줄게.
      파티중에서 바짝 긴장되는 경우는,
      외국에서 국빈으로 오신 손님들이 방문하는 경우였다.
      1970년대 중 후반,
      외국에서 오신 귀빈들 산업시찰이라 하면,
      포항 제철소와 현대 자동차 현대 조선소 둘러보는 코스였던 시절에,
      현대조선소 영빈관에서 파티를 하게 되면
      외국인 상담을 많이 하던 부서의 직원이 파티 참석자로 차출되는 모양으로,(영어가 유창해야 되니까)
      남편은 과장인데도 명단에 들었더라.
      남편이 뽑히면 자연스레 부인도 동행해야 하니...
      그당시에 우리집 형편에 비싼옷은 상상도 할 수없었거던.
      울산 중앙시장 홈웨어 파는 가게에서
      몸매가 드러나고 검정바탕에 무늬가 화려한 가짜 실크 홈웨어를 두벌 샀어
      밤이니까 자세히 모르잖아.ㅎㅎ
      내가 입은 옷이 특별히 예뻐 보인다고
      회사의 높은 분 부인이 어디서 샀냐고 물으시는데... 아주 난감했었다.

  • 달진맘2019.10.15 14:15 신고

    기회가되면.저라도 중요한 국제 선상 파티나
    행사면 결맞게 복식을 갖춰야뎐다구 생각합니다
    그시절 사신옷 갈 맞추엊입으심뎌는것이고
    나이먹어가니
    편한게 좋은거 갖드라구요
    비싼옷안 입으셔두
    두분은 멋지세요
    충분히

    답글
    • 그레이스2019.10.15 19:10

      배 위에서 파티를 하는 건 아니고요,
      주문받은 배를 다 만들어서 가져가는 행사를 크게 하는데,
      명명식 전날 밤 호텔에서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파티를 합니다.
      서울에서 가수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요.
      그때 축하해주러 가는 거니까 분위기에 맞게 옷을 입어야 했어요.
      드레스를 입을 때도 있고 화려한 한복을 입을 때도 있고... 그랬어요.

  • 키미2019.10.15 16:01 신고

    부군께서 하시는 말씀이 꼭 제 남편과 같으시네요.
    저는 수시로 남편 옷을 몰래 사다놓는데, 남편은 질색을 합니다.
    옷장에 평생 입을 옷이 수두룩한데, 또 샀다고 잔소리.
    이젠 사도 안 입을 거니까 절대로 사지 말라고, 어제는 다짐을 두네요. ㅎㅎ
    알겠다고 하면서도 나갈 때 되면 하다못해 성당에라도 좀 좋은 옷 입으라하면
    손사래를 칩니다. 당신이 좋은 옷 입으라고, 얼마든지 사 입으라고, 그런데 저도 사실
    옷에 욕심이 많아 이것저것 사 놓고 안 입는 옷이 많습니다.
    또 살이 엄청 쪄서 못 입습니다.
    신발도 마찬가지...얼마전에도 저질렀는데, 발이 아파서 못 신게 되었어요.
    요즘은 샀는데 안 입는 옷이나, 신발을 얼른 맞는 사람들에게 주는 걸로 가닥을 잡습니다. ㅎㅎ
    얼마전에는 염색약(저는 알러지가 있어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과 때물비누(홈쇼핑에서 때가 잘 밀린대서. ㅎㅎ)를
    학교에 가지고 가서 조교와 강사샘들에게 돌렸어요. 너무 많아서요.
    그래서 좀 홀가분합니다.
    앞으로는 옷도 그럴 작정입니다. 신발도요.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9.10.15 19:27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결 같이 근무복을 입고 몇십년 살았잖아요.
      출장 갈때만 양복을 입고요.
      시내 어느 술집을 가거나 비싼 식당에 가도
      그 근무복과 이름표로 다 통했으니까
      다른 옷이 필요없는 삶을 살았던 거지요.
      수십년을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 새삼 옷타령을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근무복 안에 항상 와이셔츠를 입어서 그런지 요즘도 와이셔츠 입는 걸 좋아합니다.
      흰색 바탕에 푸른색 줄무늬가 있는 와이셔츠는 똑같은 게 열장은 넘을 겁니다.

      작년에 수술한 이후로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봤는데,
      구두는 허쉬파피 제품이 발이 편합디다.
      12만원 정도이고요.
      굽이 낮은 걸로 여름용 겨울용 색깔별로 샀어요.

  • 여름하늘2019.10.16 08:24 신고

    옷이 옷장속에서 늙는다는 말씀이 참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말씀이네요..
    저는 이곳생활이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생활이며
    누굴 만나는날에도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전철을 타고 가는
    그러한 생활이 주를 이루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생활하기 편하고 자주 입을수 있는 옷을 사게 되었는데
    요즘은 옷사는일도 게을러지고 있어요
    이러다가 중요한 자리에 갈일이 갑자기 생기면 옷장을 뒤집어 놓고
    난리치겠지요. 옷장속의 옷들은 나이가 들어 있겠구요 ㅠㅠ

    답글
    • 그레이스2019.10.16 09:18

      비싼옷 아끼는옷은 옷장속에 모셔두고 그냥 바라만 보는...
      그러다보니,계절이 다 지나도록 한번도 안입는 옷도 있고요.
      옷장속에서 헌옷이 되어가니 아끼지 말고 편하게 입으라고 합디다.

      나는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어요.
      운동으로도 이동수단으로도 편하고 좋은데,
      스무살 여름에 배우는 첫날 몇번 넘어지고는 포기했어요.
      배우지 못한게 지나놓고보니 아쉬워요.
      자전거를 타면 아무래도 바지를 많이 입게 되겠어요.

      원피스 투피스를 입다가 바지를 입으니 엄청 편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젊은시절에는 아이들 학교 체육행사나 야외 나들이,산행을 하는 날에만 바지를 입었는데,
      지금은 특별한 날 빼고는 매일 바지만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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