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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

by 그레이스 ~ 2021. 1. 10.

남편은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라서

내가 힘들지 않게 도와주고,

나를 위해 애쓰는 게 저절로 느껴질 정도여서,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라는 걸 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이후 3 개월 동안 서로 의견이 달라서 얼마나 언쟁을 했는지...

결혼생활 46년 동안 다투었던 횟수보다 3개월 간에 더 많았을 거다.

동의가 없어도 전원주택을 계약하겠다 해서 필사적으로 말리느라 싸웠고...

 

한 번 필이 꼿히면 포기를 모르고 타협이 안 되는 성격이다. 

최근에는

커텐을 빨아서 가져가겠다고 했다가 한마디로 거절당했다

커튼은 두고 갈 거란다.

절충으로

2층 침실의 커튼은 가져가서 내가 쓸 방에서 사용하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2층 침실 것과 거실 것 두 개만 세탁해서 다시 달았다가 가져가기로 했다.

아래층 거실과 침실은 커튼이 없으면 휑~ 해서 안된다네.

2층 거실에 있는 전축세트와 장식장도 그대로 둔다 하고,

아래층 그릇장도 옮기다가 괜히 깰 수도 있다고 두고 가자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남편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가정에서도 나이가 육십이 넘어가면

아내의 목소리가 커 지고 점점 결정권이 아내에게로 넘어간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남편이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내가 하고싶은데로 할 수가 있다.

 

30대 40대 50대 ...지금까지 조용했던 이유는,

남편이 나의 의견에 반대를 했을 때,

그 걸 안하면 중대한 손해가 있을 일인지,

아니면 내 자존심이 많이 상할 일인지,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니라면...  내가 쉽게 단념하기 때문에 언쟁이 생기지 않았던 거다.

 

두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여름에 안동지방으로 여행을 갔었다

갈림길에서 나는 오른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해도

남편은 기어이 왼쪽이 맞다고 윽박지르면서 갔으나... 4~5 킬로를 갔다가 되돌아왔었다.

그 정도로 시간을 허비했으면 미안하다고 한마디는 할 수도 있으련만,

사과도 안 했고

알고 있으니... 그 말을 두 번 다시 꺼내지도 말라고 했었다.

말 안 해도 충분히 속상하니까,

자기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되풀이 지적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런 경험을 몇 번 되풀이 겪고는,

남편의 단점이나 잘못을 한 번 지적하고는 넘어간다.

 

남편이 우리 집에서 얼마나 절대 권력자인지는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을 해서

내 글의 독자들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말하기 전에

상대가 섭섭하거나 불쾌할까를, 마음속으로 점검을 한 후에 말을 하는 나와

말하는 자신의 의견과 감정이  우선인 남편.

우리는 철저하게 반대로 만난 부부이구나 실감한다.

 

  • 지난 한 4 개월 간 친구 맺은 블로거 방에서 댓글을 정성스레 달아 주시는 분에 대한 호기심으로
    건너 건너 와서 "즐겨찾기"에 까지 등록해 놓고,
    시간 나는 데로, 경외하는 마음이 되어 읽고 나가곤 했는데,
    오늘 글은 부부 사이의 권력구조 특성이 너무나 비슷한?(아니...거의 똑같은^^) 우리 부부와 달리,
    아주 우아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 오신, 그야말로 쉽게 얻어지지 않는 지혜로운 이성은
    도대체 어디서 부터 비롯 되어진 것 일까? 하는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의구심이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이 블로그의 독파에 할애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부부사이의 권력구조의 특성 만 얘기하고자 합니다. 울 부부관계의 인구학적 특성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남편과 저는 생일은 제가 빠른 동갑네기 이고, 제 학번은 부군과 같은 65 학번, 남편은 대학원 때 같은 전공학도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지요. 결혼생활은 Grace 님과 같이 올해 47년 째 입니다.
    여러모로 대단히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2021.01.10 20:41

      댓글 남겨주셔서 반갑습니다 실키님~^^
      저희 부부가 이런 권력구조가 된 원인은...
      아마도 살아 온 환경이 큰 몫을 차지했을 겁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가듯이 힘들게 살아 온 남편에게
      연민과 존경의 마음이 있었던 게 첫번째 이유이고,
      저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보고 배워서
      화를 다스리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결혼초기에는
      제가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으로 예의범절의 모범을 보여주겠다는...
      남편을 나쁜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가당찮은 포부를 가졌는데,
      점점 그렇게 익숙해져서
      제가 참는 사람으로 권력구조가 굳어져 버리더라구요.
      신혼초부터 새벽에 출근해서 밤중에 들어오는 70년대 산업현장이
      저를 자발적인 조력자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일요일도, 국경일도 쉬지않고 출근하는 사람에게 어찌 불평을 말 할 수 있었겠어요?

      자라 온 환경의 영향으로는,
      오빠와 두살 차이나는데
      어려서부터 사춘기를 지나 대학생이 되도록
      한번도 언쟁을 하거나 오빠의 심부름을 거절했던 적이 없었어요.
      오빠도 여동생을 아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자랐으니,
      오빠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남편에게는 당연히 연장자 대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키미2021.01.11 09:11 신고

    오늘 새벽에 마지막 강아지를 보내고, 결혼하고 첫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강아지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은 강아지들이 저를 닮아 쿨한 성격을 지녀 막 좋다고 달겨들거나, 마구 핥거나 그러질 않았다고 하네요.
    남편과 달리 전 좀 무심하고 냉정한 성격이라 막 좋다고 펄쩍 뛰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죠.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봅니다.

    결국 이번 주에 막내 시누와 그 아들이 이사를 옵니다.
    남편은 자기 동생이라 평생 그 멍에를 져야 편한 사람입니다.
    시어머니는 그 시누를 자신의 십자가라고 이야기하셨지만 그 십자가를 진 사람은 결국 남편입니다.
    저에게는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네요. 자기가 더 부담스럽답니다.
    남편은 그렇게 자기 눈 앞에 보고 관리를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입니다.
    동생이라 ...그런데 왜 맏이와 언니보다 둘째인 남편이 더 안달을 하고..
    결론적으로 성격이랄 수밖에요.
    따지고 들면 싸움입니다. 그런 시댁에 관한 싸움 이제 지겹습니다.

    • 그레이스2021.01.11 10:15

      가족과 같았던 강아지가,
      떠나보낸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은 집이 텅 빈 것 같겠어요.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산다는 말,
      달리 말하면, 자기의 운명을 자신의 성격으로 만들어 간다는 말이
      명언이구나 싶어요.

      형제중에서 성품이 여리거나 너그러운 사람이
      골치아픈 일을 떠 안게 되는 것도
      차라리 자기가 괴로움을 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것이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 결정을 하는 거잖아요.
      키미님은 남편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결국 동의 혹은 묵인을 하게 되는 거고요.

      나도 언쟁을 하는 것보다 내가 양보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니까...
      또 하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최소한의 품위는 유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싶어요.

      74년부터 돌아가신 2012년까지 시어머니 생활비는 장남 몫이라고 하더라도
      시동생 생활비와 조카의 교육비까지 다 우리가 부담했던 것도
      그렇게 하는 것이 거절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니까 감당을 했던 거고요.

  • 데이지2021.01.11 10:52 신고

    그레이스님도 키미님도 절에 갈 것도 없이 사리가 생겼을 삶이네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참으로 끈질기게 인내하시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가고 계시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제게도 그런 어려움이 없었겠냐만 이런 말씀 읽으니 새삼 살아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저마다 참으로 귀하고 대단하다 싶어지네요.

    • 그레이스2021.01.11 11:38

      적금 만기가 된다거나
      포상 성격의 특별 보너스를 받는다거나 큰돈이 들어 올 때는
      시동생 셋중에 돌아가면서 사고치거나 나갈 사건이 생기더라구요
      생활비 준 막내 시동생말고
      둘째 시동생은 아파트값이 5천만원인데 시동생 돈 천만원이 있다면서
      형님이 2천만원 도와주시면 대출 2천만원 받아서 집을 사겠다고...
      그 걸 허락하고 2천만원 보내자는 남편입니다.
      몇년 후 대출이 더 불어나 집이 넘어가게 생겨서 6천만원을 우리가 갚았고요
      별별 사연이 많습니다만...
      되돌아 보니 긴 세월 잘 지나왔다 싶습니다

  • Silky2021.01.11 19:46 신고

    Grace 님에 관한 탐구심의 일환으로 제 블로그는 오래 전에 내팽개친 상태 그대로 놔두고
    이 댁 블로거에서 시간 보내는 일이 점 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제도 처음 답글을 남긴 뒤, 궁금해서 잠깐 들어와 보니,
    벌써 그레이스 님의 성실한 답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 성실성에 놀라 비교적 기인~ 댓글을 급히 올리고 다른 일을 하려고 서둘렀는지?
    암튼 갑자기 그 글들이 사라져 버린 거예요.
    한심하기도 하고, 허탈하고...
    해서 그냥 덮고 이제 다시 열어보니 제 의구심의 한 키가 바로 올라와 있네요!
    "아무리 화가 나도 최소한의 품위는 유지하고 싶은 욕심 "
    저의 급해 맞은 성질으론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그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함에도...
    ㅉㅉㅉㅉ....
    다른 일정 때문에 우선 컴을 닫아야 합니다. 좀 안타깝네요. 마무릴 못한 것 같아...
    앞으로 더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예감이... ^^

    • 그레이스2021.01.11 20:50

      실키님~
      저는 새벽에 그댁에 가서 긴~~~ 시간 지난 글들을 읽었어요
      독일에서의 생활과 미국생활,
      아드님과 결혼한 두 따님 손주들...

      남편과는 동갑에,
      오래 공부하셨고 그 분야에서 활동하신 경력과 외국생활 등등...
      동등한 관계라고 하신 말씀이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바쁘신중에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 Silky2021.01.11 22:43 신고

    아! 오늘도 긴 댓글 쓰다 또 날려 버렸네요?
    이 곳에도 댓 글 문자길이 제한이 있나? 그렇다면 글이 안 올라 가던데~?
    암튼 남의 방에 와서 넘 오래 글 올리지 말라는 경고로 알고, 일단 짧게라도 등록을 해 놔야 하겠네요!

    • Silky2021.01.11 23:06 신고

      전 제 이름 錦惠에서 앞글자
      의 뜻 Silky를, Grace님은 제 이름 뒷 글자의 惠를 별명으로 블로그를 개설하셨으니, 이도 굳이 연분을 맺으려 한다면 우연적인 필연? 일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전 창조주의 의지로 만들어 졌다는 거대하거나 그림 같이 아름다운 대 자연 환경 보다는 그러 환경과 더불어 적응하며 가꾸어 온 사람(人間)을 더 좋아 합니다. 따라서 그랜드 캐년 앞에서는 "Amazing Grace" 가 절로 터져 나오기는 하지만 선사시대 이후 인류의 유적이나 역사 이야기, 그 시대를 만들어 간 인물들의 전기등을 훨~ 좋아하지요!

    • 그레이스2021.01.12 02:32

      오늘이 이사하는 날이어서 긴장했는지
      한밤중에 잠이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일어났어요.

      아~ 그래서 실키가 되었군요.
      저는 블로그를 시작하기 훨씬 이전에
      익명으로 활동하던 인터넷상의 어느 카페에 가입하면서
      장난스러운 별칭 대신에 그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어디에 사는 누구라고 밝히지 않는 공간에서라도 함부로 불리고 싶지 않아서요.

      저도,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기 보다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운명을 바꾸어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 Silky2021.01.12 06:05 신고

    아! 오늘이 이사하시는 날이군요? 벼르고 준비하신 이사 무사히 잘 끝나시길 빕니다.
    당분간은 블로그 포스팅이 어려우실 수도 있겠네요.
    저는 지금 독일, Hamburg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2 년간 초청 받은 남편,
    UN 기후 사무국에 파견 나온 큰딸, 셋 이서 Bonn 에 살고 있습니다.
    빠르면 금년 7월 말, 아님 9월 말에는 용인 구성에 있는 집으로 돌아 갈 계획입니다.
    이사하시는 곳이 용인 죽전 근처라 하신 것 같은데,
    이렇게 인사를 트고 나니 거리 상으로도 아주 가까워 지네요.
    건강을 유지하고 기회가 되면 off line 상으로도 만나게 될지도...???
    모쪼록 무리하지 마시고 그냥~ 여유롭게, 진행 되어가는 데로
    순조로운 이사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그레이스2021.01.12 09:24

      인부들 세사람이 아침 8시에 와서
      지금 이삿짐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다 싣고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뒷정리를 끝내놓고 우리도 출발할 겁니다
      저는 구경만 하는 입장이라서
      나중에 다시 포스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 쓴 게 등록을 하면 날아가버린다고 해서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궁금했는데, 외국에 계셔서... 에러가 생겼군요.
      한국으로 오시면
      만날 수 있기를 저도 기대할게요~^^

  • 키미2021.01.12 14:47 신고

    그레이스님
    이사 잘 하세요~!!!

    • 그레이스2021.01.12 14:51

      2시 30분에 모든 짐이 다 나갔고,
      조금 전에 인사도 했으니 이삿짐차는 곧 출발할 겁니다
      이 와중에 집보러 온다고 하네요.
      어제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러면 오후에 이삿짐이 나간 후에 오라고 했어요.

  • 사슴시녀2021.02.16 09:44 신고

    3년간 이사를 4번을 한 저희부부
    수십년 결혼생활동안 별로 안해봤던
    언쟁을 지난 1년간 모두
    경험하고는 이 사람이 나한테 맞는 사람이긴 한건가? 라는 질문을 제자신에게 수십법을 더했던
    제 지난 3년...
    어딘지 모를 동지애가 느껴서
    몇자 올리고 갑니다.^^
    아무쪼록 이사 잘 마무리 되셨길 바랍니다

     

    • 그레이스2021.02.16 09:57

      반갑습니다~^^
      이사를 마치고
      지금은 새로운 생활에 적응중이어서
      서로 돕고 대화가 잘 되는 부부로 돌아왔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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