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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사십대 아들과 엄마

by 그레이스 ~ 2023. 4. 7.

두 아들이 대학생이었을 때 

함께 운동하는 언니들과 대화 중에 

자기 아들이 올해 사십 세가 되었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자식도 나이 들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는 게 정상인데

나는 내 아이 나이 들어가는 그 기준에만 맞춰서

더 위쪽은 계산이 안 되는 엄마였었나 보다 

 

시골길을 가다가 군인을 만나는 경우에도 그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내 아들이 군대에 가는 나이가 되니까 지나가는 군인들이 예사로 안 보여서 

차를 세우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

사양하는 군인을 해운대 입구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20 년도 더 전의 그 경험으로

자식이 사십이 넘는다는 걸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나에게

이제는 두 아들은 물론이고 두 며느리도 사십 대가 되었다 

 

얼마 전 작은아들과 통화 중에 

사십 대 남자의 고달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고단한 몸으로 퇴근을 해도 

집은 쉴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직장처럼 느껴진다는)

 

나도 아들의 나이가 46세 47세가 되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고  

벌써 사십 대 중반이 되었나

곧 오십이구나 생각하면 

내 나이 들어가는 것보다 더 애달프고 아깝다고 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쉽게 피곤해지는 것만으로도 실감 나겠지

그런데, 남편들이 느끼는 그 피곤을 아내들도 똑같이 겪는다 

살림살이와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또 공부를 엄마가 직접 봐주는 집에서는 더욱 남편의 도움을 원할 거다 

그러니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고

또 집에 와서는 아내의 수고를 알아줘야 된다 

가는 게 있으면 아내도 남편의 수고에 고마움이 생긴다 고, 얘기하고는 

 

사람 사는 게 그렇더라 

내가 좀 더 손해 보고 더 베푼다 생각하고 살아야 불만이 없어지더라 

힘들고 지칠수록 너그러워지는 훈련을 해야 가치 있는 삶이 된다고

 

엄마가 사는 모습이 니가 보기에 어떨지 모르겠다 마는 

나는 잘 살고 있는지를 매일 점검한다 

카메라가 몰래 나를 찍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삶인지

모범이 되는 말과 행동으로 사는지 

 

그 말을 듣고 아들이,

제가 보기에 어머니는 잘하고 계세요~ 한다 

 

사십 대의 아들에게 엄마가 해 줄 말은

나를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나를 점검하는 게 

나중에 보니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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