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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by 그레이스 ~ 2023. 4. 3.

아주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으니까 내 나이가 삼십이 되기 전이다

중역회의에 실무자로 참석해서 사장님(그때는 회장님이 아니었다)께 

크게 칭찬을 들은 이후로 

사사건건 윗사람의 견제를 받아서 회사생활이 고난의 연속이었던...

어느 전무님께서는 앞으로 처신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셨다 하고 

부장님은 회의에 참석 못하도록 현장에 다녀오라고 심부름시켜 놓고 

그 사이에 부서 회의와 업무 분담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그날 

 

밤늦게 술 한잔 하는 남편의 옆에서 푸념을 듣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모두 집에 와서 풀라고 하면서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더라도 내가 다 받아주겠고 큰소리쳤었다 

그렇게 결심을 했으니

자연스럽게 나는 잘 참는 사람이 되었을 거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은퇴를 한 지 10년도 더 넘었다 

밖에서 부당한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도 아니건만

불편한 감정을 참지 못하는 고약한 성격은 은퇴 이후 점점 더 심해졌다 

아내는 모든 스트레스를 다 받아주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사는 듯이

 

운전을 하다 보면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거나 방향을 잃은 듯이 헤매는 차가 꼭 있다 

그런 순간마다 욕을 하고 짜증을 내는 남편

광화문에서 용인까지 한 시간 20 분 동안 

수시로 욕하고 짜증 내는 걸 옆에서 듣고 있으려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한 마디 하면 웬 참견이냐고 싸움이 될 것 같고

(나는 맹세코 그런 일에 짜증 내지 않는다)

 

과거로 거슬러가서

버럭 하는 성격이 아닌 너그럽고 예의 바른 남자를 만났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불편한 시간을 견뎌 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