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 둘째 주말.2

 

할아버지와 킥보드 타러 나간다던 유준이가 

밖에 나가자 지 씨 마트 가자고 해서 곧장 마트만 갔다가 들어오더니 

두 번째는 놀이터 가자고 또 옷을 갈아입었다 

SFS 셔츠는 요즘 유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란다

윤호 유라가 다니는 학교의 운동복인데 형이 입던 걸 작아져서 물려받은 옷이다 

놀이터에서 놀다 왔을 때는 땀을 흘려서 짧은 팔 티셔츠를 입자고 아무리 달래 봐도 

덥다고 선풍기를 켜 놓고도 SFS 셔츠는 계속 입고 있었다

 

왼쪽의 사람 모형의 선풍기는 작년 스타일이고

오른쪽 이어폰처럼 생긴 게 올해 유행하는 개인용 선풍기란다 (유라 것을 유준이가 빌려서 목에 걸고 있었다)

 

토요일 낮 기온이 올라 초여름 날씨가 되어 점심때 선풍기를 꺼내 켰다 

선풍기 사진을 찍고 보니 뒤에 있는 공기청정기가 주인공처럼 보이네

 

형이 가스 넣는 걸 유준이도 해보고 싶은데 절대로 안 된다고,

아이들 중에서는 형 혼자만 할 수 있다고 해서 구경하는 중이다 

 

일요일 오후에 우진이 형 생일이라고 

(아이들 기준으로) 우리집에 와서 파티를 할 거라는 말을 엄마에게 듣고 

윤호 유라가 의논해서 선물을 포장하고, 풍선을 불어서 매달고, 카드를 쓰고... 저녁에 소란스러웠다

 

형이 보너스로 아주 큰 사이즈의 풍선을 두 개 더 만들어줘서 유준이가 재미있게 놀았다 

잡고 있다가 손을 놓으면 순식간에 천장으로 올라가 버리고

할머니가 의자에 올라가서 잡아 내리면 또 장난으로 놓치고 

어떤 날은 다섯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기도 하는데 

전날 피곤했던지 유준이가 여섯 시가 넘어서 우리가 자는 방으로 왔다 

얼른 내가 깔았던 매트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를 데리고 부엌에 가서 물 한 잔씩 마시고 와서

뭐 하고 놀까 물었더니 자동차를 꺼내라고 하네

박스 두 개에 담긴 자동차를 뒤섞여 꺼내놓는 중에 윤호가 들어왔다 

윤호가 정리해준 자동차 

사이즈별로 순서대로 진열하는 걸 유준이는 주차장놀이라고 한다 

 

유준이는 이제 장난감 없이 아이디어로 노는 것도 좋아한다 

아마도 윤지에게 배운 듯 

안방과 놀이방 사이의 길에 다리를 벌리고 서서 양팔을 옆으로 뻗고는 할미가 지나가 보라고 하네 

하이고~ 내가 못 지나갈까 봐?

쉽게 통과했다니까 그럼 할미가 막아보란다 

벽에 기대어 앉아서 두 다리로 바리케이드 치고 그 위에 양팔로 막았더니 

틈을 비집고 지나간다 

한바탕 놀다가 할아버지와 밖으로 나가고 나는 작은 방에 가서 눕고 

유준이는 하루에 3 번은 밖으로 나간다 

마트에 간식 사러, 놀이터에, 킥보드 타러 가거나 광화문 안으로 놀러 가거나 

 

소리 내어 웃었던 에피소드 하나 

일요일 오전에 할아버지와 마트에 가서 구운감자 3 통을 사 와서 

한 통을 뜯어먹고 있었나 보다 

나는 작은방에 누워 있어서 거실에서 먹고 노는 걸 몰랐다 

큰소리로 할미를 부르면서 달려오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일어나서 물었더니 

구운감자 스틱 한 개를 다 주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잘라서 주면서 아주 큰 선심을 쓰는 듯한 표정으로 할미 먹으란다 

(유준이가 자기 손에 듣 간식을 나눠먹기 싫어한다)

할머니 생각이 나서 거실에서 뛰어 왔다는 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유준이가 주는 과자를 받고 

갑자기 명훈이가 유준이 나이 즈음에 있었던 비슷한 일이 생각나서 웃음이 터졌다 

 

걸어 다닐 즈음이니 세살이었는지 모르겠다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먹고 있는 명훈이에게

친정할머니(명훈이에게는 증조할머니)께서 새우깡 좀 달라고 했더니

하나를 꺼내 새우깡을 쳐다보다가 아까운지 절반을 깨물어 먹고 나머지를 주더라 

아이고 이놈아~ 이리 아까워하니 부자 되겠다,  하셨던

할머니의 농담도 떠올라서 혼자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