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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다정한 아빠 엄격한 엄마

by 그레이스 ~ 2024. 8. 1.

지난번에 '강력한 경고' 댓글에 

옛날 30대 시절에 두 아들이 서로 잡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앰브란스를 부를 각오가 되어있다 

둘 중에 하나가 피 흘리고 쓰러질 때까지 싸워라 

말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겠다 

그럴 각오가 아니면 형제간에는 말로만 다툼하는 거다,라고 했던 사건이 있었다고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남자아이 연년생이면서도

그 사건 이후로 안 싸우고 청년이 되었다고 설명했었다

 

엄마가 워낙 철저하니까 남편이 엄마 몰래 풀어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4학년이었는지 5학년이었는지 그즈음에 토요일 밤에 

'황야의 무법자' 비슷한 내용으로 주말마다 방영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아들에게

밤 10시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니 안된다고 거절하고 

두 아들이 침대에 눕는 걸 보고 안방으로 갔었는데 

잠결에 거실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가운데 남편이 앉아 두 아들을 양쪽에 앉히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고 있더라 

내가 안방으로 들어간 이후에 

살금살금 아들 방으로 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그렇게 보고 있었던 거다 

우습기도 하고 또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나중에도 모른척했었다 

비슷한 에피소드는 여러 편이 더 있다 

가족 나들이 갔을 때, 5학년 때 샤프심 연필 사건, 사춘기 시절에 

 

거슬러 올라가서 다섯 살과 여섯 살이었던 런던 살던 시절에 

킹스턴 시내 영화관에 만화영화를 상영한다고 학교에 소문이 나서 

일요일에 우리도 보러 갔었다 (남편은 노르웨이로 출장 갔고)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킹스턴 가면 먼저 백화점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그다음 영화를 보고 나와서 햄버거를 먹을 거라고 스케줄을 설명했었다 

백화점에 가자마자 대단한 장난감 코너에 정신이 팔려서 

작은아들이 자동차를 사 달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징징거리면서 떼를 쓰는.

공공장소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내 얼굴은 하얗게 변했을 거다  

아들 손을 잡고 백화점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그대로 집으로 와 버렸다

큰애는 서슬이 퍼런 엄마의 분위기에 겁을 먹어서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는 항의를 할 수도 없었을 거다 

너의 행동이 한국사람(동양인)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설명에서부터 

만화영화를 볼 자격이 없다는 것,

잘못했으니 점심도 굶어야 한다고 했다 

 

몇 번의 경험으로,

엄마가 안 된다고 했으면 징징거리지 말고 단념해야 된다는 교육이 되었던 거다 

아이들에게 그런 요구를 하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는 더 엄격하고 철저했었다  

 

남편은 결혼 전에 사택에서 어머니와 막내동생과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신혼생활을 시어머니 시동생과 함께 시작한 거지 

막내 시동생은 공부하기 싫다고 학교도 안 다니고 집에서 노는 청년이었다 

시어머니는 막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도

공부하기 싫은 날은 학교 안 가도 된다고 아들이 하고 싶은데로 다 허락했다면서 

형수가 싫은 내색을 할 까봐 방패막이를 하셨다 

아침 밥상을 차려놨는데 밥이 먹기 싫다고 식빵을 구워 달라고 해도 

얼른 부엌으로 가시는 시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아이를 낳으면 훈육을 잘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시동생이 울산 시내로 목욕하러 간다고 하면 

시어머니는 목욕비 영화관 티켓값,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고 

요즘으로 비교하면 10만 원을 달라고 하셨다 

 

시어머니와 시동생의 행동이 반면교사가 되어 

첫아이 임신 후 태교부터 철저하게 하는 엄마가 되었을 거다 

 

 

장마가 끝났다는 오늘,

빨래 한 통을 해서 안 방 베란다에 널어놓고 

오래된 일기장을 들춰 보다가 추억에 빠졌다 

 

맨 아래는 일기장,

가운데는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 아들의 편지와 친정아버지의 편지, 친구의 편지

맨 위는 며느리와 손주들 편지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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