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100평 집에서 용인으로 이사 오면서
큰 가구들은 방 사이즈에 맞게 제작했으니 다 두고 왔고,
또 이층에 있던 소파 한 세트도 버리고 왔었다
줄이고 줄였다고 생각했으나
63평에서 43평으로 옮기려 하니 또 포기해야 하는 가구가 생길 수밖에
지난달에
아들과 며느리의 추천으로 시니어하우스에 다녀왔던 것이
이번에 이사를 준비하면서 마음을 비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곧바로 20평 시니어하우스로 간다면 아무리 아까워도 다 버려야 하는데...라고,
그런 상상을 하니 하나씩 포기가 되더라
43평 평면도를 놓고 어디에 무엇을 둘 지, 머리가 복잡하다
제일 먼저 거실이 생각보다 좁아서 장식장을 둘 자리가 없다
그러면 차라리 소파를 포기하자
일인용 소파 두 개는 가져가고 3인용은 버리는 걸로
집에 손님이 오면 식탁의자에 앉아 얘기하지 뭐
거실에는 장식장과 오디오세트 그리고 테레비 받침대는 버리고 테레비만 가져가는 게 좋겠다
부엌도 좁으니 식탁 옆의 냉동고도 버리고 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가져가고
그 옆으로 세탁기가 들어가야 된다
남이 들으면 웃을 일인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전실에 최근까지도 요트 부품들이 쌓여있었다
과거에 여름휴가마다 바다에서 금강 상류에서 하류로 타고 다녔던
요트 겸 모터보트의 부속품들을 다른 장비에 쓰일까 봐 해운대에서 가져왔던 거다
그러니 전실에는 캠핑장비와 요트 부품까지 거의 창고나 마찬가지였다
남편에게 아무리 치우자고 하소연해 봐도 통하지 않으니
그게 나에게는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
3년 반이 지나도록 형제들 초대도 안 했었다
절친도 그 누구도 우리 집에 놀러 오라는 말을 못 했다
이번에 그 모든 걸 남편이 고물상에 갖다주고 쓰레기로 버리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토요일에 집주인에게 내부를 한 번 더 보여 달라고 했으니
그릇장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문갑이 들어갈 장소가 있을지
줄자를 가져가서 사이즈를 재 봐야겠다
고물상에 전화했더니, 12시 반에 와서
먼저 냉동고를 아파트 앞에 내려놓고 소파를 가지러 온 사이에
그 짧은 시간에
소파를 앨리베이터에 싣고 내려가 보니 냉동고를 누가 가져가 버렸더란다
지난 달에 깨끗하게 청소를 했으니 열어보고 얼른 가져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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