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마시는시간

결정장애

by 그레이스 ~ 2024. 7. 21.

3월에 처음 수영장에 갔던 날이었는지 그다음 날이었는지 모르겠다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면 내 등의 수술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네 

척추 골절로 등허리 중앙에 30센티를 갈랐으니 그 흔적도 길게 남았을 거다 

 

그 사람은 내 나이와 같은 51년생이고 8월이 생일이라고 했다 

수술하려고 날짜도 8월 7일로 정해졌는데

확신이 안 서서 고민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설명을 성심성의를 다해 상세하게 했었다 

그렇게 확신이 안 들면 최소한 3 군데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해보고 종합해서 결정하라니까 

이미 3 군데 넘게 큰 병원을 다녔단다 

작년에 수술 날짜를 정해서 대기 중이다가 날짜가 임박해지니 불안해서 취소를 했었다며

그때 취소를 안 했으면 수술하고 재활훈련도 다 끝났을 텐데 

취소해서 이렇게 고생한다는 말도 했었다

 

그 사람은 날마다 수영장에 와서

걷기 중에 만만하거나 친절해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 걷기에 방해가 되어도 신경을 안 쓰는 듯 

내가 수영장 다니고 4개월이 지났으니

수술을 한 당사자가 아니라도 가족 친척 중에 수술한 경험이 있는

거의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허리 수술에 관해서 문의하고 하소연을 했을 거다 

나에게도 최소한 10번 넘게 오늘은 증세가 어떻다면서 말을 걸었으나

간단하게 대답하고 걷기 중에는 걷기에만 집중하고 싶으니

샤워하러 가서 듣겠다고 하고 얼른 피했었다 

 

금요일 수영장에서 걷기를 하는 중에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멈춰 섰더니 

요즘 며칠 상태가 좋아서 안 아프다 했더니 어떤 사람이 수술할 필요가 없다 하더란다  

그래서 수술을 안 하고 싶다고 우찌 했으면 좋을지 묻는다 

그 순간 어이없고 기가 막혀서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는 거고 그 건 본인이 선택하는 거지요 

남에게 묻지 말고 본인이 결정하세요~!! 큰소리로 말하고는 

그런데 나는 이때껏 살아오면서

당신만큼 본인의 선택과 결정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 게 남에게 물어서 결정할 일입니까?

의사와 상담하고 남편과 자녀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했으면 충분한 거지

어째서 상관없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다 물어보냐고 

나에게는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하고 걷기에 집중했다

 

나중에,

자기는 성격이 그래서 옷 하나도 혼자서는 사러 못 가고 딸이 꼭 같이 가서 골라준다고 했다 

내 마음속으로 그 딸은 친정엄마 때문에 얼마나 피곤할까 

엄마는 얼마나 자주 딸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했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드는 하루였다 

..................................................................

어느 집의 도라지꽃이 예뻐서 

 

 

 

'차 마시는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젊은이들  (0) 2024.08.11
다정한 아빠 엄격한 엄마  (13) 2024.08.01
미리 맞은 예방주사 + 추가  (11) 2024.07.12
시니어 하우스에 다녀와서  (16) 2024.06.19
최강야구  (18)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