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 그 이후

수영장에서 

퇴행성 척추협착증으로 허리 수술한다고 예약을 해 놨다는 사람이 

매일 수영장에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기의 증세를 설명하고 수술하는 게 좋을지 안 하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묻고 또 묻고 하더니 

수술 날짜가 가까워지니 불안해서 안 하고 싶다고 나에게 하소연해서 

그 게 남에게 물어서 결정할 일이냐고 

몇 군데 병원 다니면서 의사와 충분히 상의를 했고

가족의 의견을 들어서 최종적으로 수술날짜를 잡았다면서 

아직도 날마다 남에게 묻냐고 나무랐던 일을 결정장애 제목으로 썼었다 

 

쇼크를 받았는지 거의 일주일이나 수영장에 안 오더니 지난주에 왔길래 

혹시 몸이 아픈지 걱정했다고 했더니 

그동안 바빴다고 하고는,

예약된 날짜에 수술할 거라고 큰 뉴스를 전하듯이 말했었다 

 

월요일에는 내일 병원에 입원해야 하니까

오늘이 수술 전에 수영장 오는 마지막이라면서  두어 달 지난 후에 보자고 하고는 

코로나 전에 고관절 수술하던 때는 

하루 전날 입원해서 밤에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잠 들었다가  깨고 또 깨고 그렇게 새벽이 되었다고 하길래 

불안한 생각이 들면 의식적으로 떨쳐버리고 잘될 거라는 생각만 하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몸에 좋은 에너지가 생긴다고 

그리고 수술방에 들어가서도 마취를 하기 전에

나는 의사를 믿는다 

좋은 기술로 수술을 잘 해줄 거다 

모든 것을 맡기고 푹 자고 깨어나겠다 

그 생각만 되풀이 하라고 

나는 수술할 때마다 그랬다는 말을 덧붙였다 

 

수술을 한다는 날이 오늘이다 

아침 5시 반 밖의 새소리에 잠이 깨서 

오전 중 어느 시간에 수술방으로 들어가는지 모르지만 

수술이 잘 되기를 기도했다 

 

낮 12시가 지났으니 

이제는 수술이 끝났을 거라서 그 부인의 소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