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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일기)

이야기 둘

by 그레이스 ~ 2024. 8. 17.

돋보기안경을 안 쓰고 사물을 보면 먼지도 안 보이고

얼룩이 생긴 것도 안 보여서 더러워진 줄 모른다 

설명서를 보려고 썼던 안경을 벗지 않고 부엌에 갔더니 

전기밥솥 두껑에 먼지가 보이고 물 끓이는 커피포트에는 먼지가 때가 되어 있다 

이렇게나 더러워졌나... 놀라고 

세제를 묻혀 닦고는 내친김에 방청소와 장식대 위의 물건들을 부직포로 닦았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십대의 딸 

친정 부모님이 병이 나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한국 와서 친정에 갔더니

치매가 시작된 아버지와 무릎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엄마가

아버지 수발과 집안 일을 하시니

곳곳이 엉망진창이어서 펑펑 울면서 며칠 동안 대청소를 했다는

그 사연을 읽고 딸의 심정이 느껴져서 울컥했었다  

 

나는 딸이 없으면서도 가끔 딸의 눈으로 얼마나 더러운지 내 살림을 살펴본다 

돋보기를 쓰고 보면 부엌만 그런 게 아니라

사방에 먼지가 쌓여있고 화장품 두껑 위에도 하얀 먼지가 보인다 

곧 이사할 거라는 핑계로 더 청소를 안 해서 심각하다 

 

오랜만에 청소를 하고 

허리 아파서 40분 넘게 누워있다가 생필품 사러 마트에 갔다

풀무원 계란을 샀더니 유부초밥 재료를 한 팩 사은품으로 준다 

남편이 그 걸 보고는 

점심에 유부초밥을 직접 만들겠다고 하시네 

남편의 솜씨로 만든 유부초밥 (불고기 볶아서 접시에 조금 올렸다 )

야채 초절임도 남편 솜씨다 

장아찌용 비율처럼 달콤 새콤하게 국물을 만들어서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냉장고에 있는 채소는 다 썰어서 들어가는데 

비트를 몇 조각 넣어 빨간색이 들었다 (야채를 건져 먹고는 또 새 채소가 들어가는 반복이다)

단맛은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이나 칵테일 과일 통조림 국물이 다 들어간다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신호대기 걸리면 멈춰 서는 길 옆의 능소화를 자동차 창문을 열고 줌으로 당겨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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