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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예비 큰며느리.2

by 그레이스 ~ 2012. 3. 4.

약간의 혼선이 있었나보다.

우리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는 말에 큰아들도 선영이도 무척 놀랐었던 듯.

 

명훈이는,

부모님께 인사를 시키고 - 허락을 받고 - 프로포즈를 하고 - 그 다음 단계로...그게 순서였던 모양인데,

그래서, 부모님이 반대해서 잘못될 수도 있다고,선영이는 무척 긴장하고 내려왔단다.

 

선영이 엄마가 딸에게,

" 너 대학입시 때나 변호사 시험 때 보다 더 조심하고 긴장해서 실수 하지말고 잘해라" 그렇게 말씀하셨단다.

그렇게 시험 치루는 기분으로 내려온 아이에게, 우리는 이미 내자식이 된 며느리로 맞이했으니...

어리둥절? 당혹? 그러면서 선영이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

이제 우리 결혼하는거야? 라고 묻더라는...

 

그러니, 딸의 엄마는 아무리 호텔에서 혼자 잔다고 하더라도 1박하는 건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고 반대하셨고,

나는 이미 며느리라고 생각했으니, 내려오면 자고 가라고 했었다.

 

그게 큰아들과 둘째의 차이인가보다.

둘째는 프로포즈를 먼저하고, 서로 결혼이 결정된 상황에서 인사를 왔었고,

큰애는 부모님의 허락이 먼저이니, 허락을 받아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했단다.

 

지금껏,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그 이후로도... 단한번도 사귀는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온 적이 없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인데, 어찌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하겠냐?

반대라는 건 상상도 안해봤다,

명훈이가 좋다고 결정했다면 아버지와 엄마는 보지않고도 무조건 찬성이다.

우리부부에게 명훈이는 그런 믿음을 준 아들이다... 아버지 말씀에,

네사람은 마주보고 웃었다.

 

명훈이가 얼마나 바른 어린이였는지,또 얼마나 가슴 벅찬 감동을 줬었는지,

그때 무슨일들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고는,

"명훈이가 내 아들이어서,내자식이어서... 지금껏 엄마는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라고 말하는 데,

뭉클하면서 목이 메일려고 해서 얼른 감췄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하면서 선영이가 내 두손을 꼭 잡는다.

 

명훈이의 태몽과 그 태몽 때문에 더 조심한 태교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해줬더니,

선영이가 말한다.

저의 사주는 요... 남편을 띄우고 크게 만드는, 연꽃을 받치는 연잎 같은 사주래요~

그말에 기쁘지않을 시어머니가 어디 있으랴?

어찌나 사근사근, 공손한지... 바닷가 찻집에서 밤이 깊도록 얘기를 나눴다.

 

밤 1시가 지난 것 보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새벽 여섯시 전.

뒤척이고 누워있기보다 생각을 정리해보자는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흥분되고,즐겁고, 그러면서... 가슴에 품었던 보물을 내려놓는 약간의 허전함.

내가...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다짐하는 시간.

 

다짐의 글들을 적어뒀다.

좋은 며느리를 바란다면,좋은 시어머니가 되자고.

어떤 말과 행동에 앞서... 판단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내아들의 행복이 최우선이라고.

 

12시에 호텔로비에서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으며,

앞으로의 일들과 돌아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릴 것들을 일러주고, 선영이네 가족과 자라 온 생활도 듣고...

 

부록으로 선영이 선물; 아버지께는 양주 한병,나에겐 다기셋트.

 

 

 

 

 

인사 갈 때 무엇을 가져가면 좋을지? 명훈이의 전화가  있었다.

상식선에서 하라고... 집에 꽃이 많으니 꽃선물은 빼라고 했다.

 

먹고 없어지는 과일바구니보다 어머니는 그릇을 좋아하시니 그릇이 어떻겠냐고 했던 모양,

본차이나 웻지우드 매장에 따라 갔다가 가격을 보고 까무러칠 뻔 했다는 명훈이.

어머니 좋아하실 색이어서 이걸 추천했다고.

 

나는 샴페인잔,쥬스잔,찻잔을 준비해놓고... 과일은 색색으로 담아서 신선칸에 넣어두고... 대기중.

 

 

 

 

                           

 

    • 그레이스2012.03.05 07:21

      예~ 저도 장남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생각했어요.
      이미 결정해놓고 형식적으로 허락을 받는게 아니라, 아예 아가씨에게 아무런 언질을 안줬더라구요.
      부모님이 당연히 허락 할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제가 예식장 알아보라고 한것도 말을 안해서 아가씨는 모르고 있고.
      부모님을 존중하는,생각이 반듯한 아들이어서 더욱더 고마웠어요.

  • hyesuk2012.03.05 01:02 신고

    작년, 올해 계속 날마다 좋은날 되시네요..긴말이 필요없는듯..
    축하드립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03.05 07:31

      6월 중순으로 날짜가 정해질 것 같아~
      부모님 오시면 주무실 방이 필요해서 조금 더 큰 평수로 이사를 해야겠다고 하더라.
      지금 이촌동 집은 33평인데, 안방과 서재 그리고 옷방 그래서 우리가 가면 거실에 이불 펴고 자거던.
      앞으로도 계속 거실에서 주무실 수는 없지않냐고?
      나야 뭐` 괜찮은데... 만약에 이사를 한다면 집 보러다니고,짐 정리하고,이사하고... 결혼날짜를 당길수가 없겠다.

    • hyesuk2012.03.05 16:10 신고

      저희도 6월 중순으로 잡았었는데 남편 회사에 6월이 제일 바쁘거든요 .. 그래서 참석이 불가할것 같다고 했더니 할 수없이 7월로 바꾸신거예요..5월은 너무 빠르고 저희 애들이 방학도 아니라..
      6월에 빈 자리가 있다니 정말 다행이셔요..
      한여름도 아니라서..
      저희는 자리가 없어서 서울대학에서 할것 같아요..

    • 그레이스2012.03.05 18:19

      나는 어디 물어보고 날짜 잡는게 아니어서,
      결혼식 날짜와 장소는 신부쪽에 맡길려고 해.
      요즘은 길일을 택하기보다 예식장 잡히는 날이 결혼날이라네.
      급한대로 조선호텔에 가계약을 했지만, 신부쪽에서 원하는 곳이 있으면 따르겠다고 했다.
      모교 회관에서 하는게 의미있고 실리적이지.
      호텔은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서 사실은 나도 부담이 된다.
      신부쪽은 첫 결혼이고, 경제력이 좋은 댁이니까, 내가 부담이 되더라도 그쪽 의견에 따르려고...

  • fish2012.03.05 02:19 신고

    와... 정말 축하드려요..
    늘 느끼는 거지만 좋은 부모님 밑에 좋은 자식이란 말이 틀린게 아님을 새삼 또 깨우칩니다. 그리고 또 반성해 봅니다.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편견이나 색안경을 끼기 보단 먼저 열린마음과 사랑으로 보듬어주시는 그레이스님 보며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해야할지 그리고 제 아이들이 결혼한다고 할때 나는 어떤 모습과 말로 맞이 할까 미리 상상해보고 연습해 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03.05 07:42

      부모가 집착하는 자식 일수록 마음으로 이별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순간순간, 텅 빈것 같은 허전함이 커서...

      자기자신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일... 그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니까.

  • 해린엄마2012.03.05 07:48 신고

    역시 맏이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저도 그 생각부터 했어요 ^^

    제 사주도 제 자신보다 남편과 자식을 빛나게 하는 사주라고 하던데..^^
    사주팔자에 水 가 한두개가 더 있었더라면 스스로 성공하려는 욕구때문에 가정과 자신의 성공 사이에 갈등이 많았을텐데
    그 대신 다른것들이 있어서 남편과 자식의 성공을 돕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성공하는 기운은 하나로 모아져야 그 기운을 다하는데 그게 남편이나 자식한테 가느냐 자기 자신한테 가느냐 갈린다고 하더군요.
    여자 사주에는 남편을 받쳐주는. 그런 사주가 있나봐요.

    인사 온 예비 며느님은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약간 당황했겠지만
    돌아가는 길 마음이 충만했겠어요.
    얼마나 행복했을까~~~~~

    답글
    • 그레이스2012.03.05 07:56

      내가 하는 말에 그렇게 대답을 하니 얼마나 기특하고 이뿌냐?
      선영이 자신도 똑똑한 아이 이면서, 명훈이를 보고 감탄을 한단다.
      그게 참 고맙더라.

      "저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예쁜지...
      그렇게 행복해 하니 남편과 나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았다.
      "며느리를 사랑하고 아껴주겠다"는 남편의 말을 잊지말아야지.

  • 키미2012.03.05 11:18 신고

    아, 제가 웬지 뭉클하고 눈물이 !!...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인생을 좌우하는데 참 좋은 사람과 맺게 되어 너무 기뻐요.
    명훈씨도 선영씨도 반듯하게 자란 사람들이라 그레이스님..너무 축하드립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03.05 13:16

      아침에 칫과에 가서 치료하고, 다음 스케쥴 정하고 왔어요.
      돌아오면서 마트에도 들리고...

      아무리 스팩이 좋고 대화가 잘 통해도 '이런 경우에는 곤란하다'라는 기준이 있더라구요.
      종교가 우선인 경우,
      최우수 학교를 다니느라 공부 이외에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못해본 경우,
      운동을 안좋아하는 경우,
      술을 아예 못먹는 경우 (직업상 부부동반 파티가 많은데...)
      사용하는 말의 수준( 어떤 단어 어떤 문장으로 표현하는가)이 지나치게 대중적일 경우.
      자기의 생활에 필히 적극적이고 열심일 것.
      너무 까다롭지요?
      그러면서도 출신학교,얼굴,체형... 다 따지니!!

      선영이를 만난게 얼마나 기쁜일인지~!!

  • 여름하늘2012.03.05 13:30 신고

    저도 뭉클하면서 목이 메일려고 하네요...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와서요.
    딸을 둔 엄마로서
    예비 시어른 뵈러 가는 딸의 엄마가 된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글을 읽었습니다.
    새식구를 맞이하는 두분의 따뜻한 마음에 괜스레 저도 행복해지는군요.
    축하드려요.

    답글
    • 그레이스2012.03.05 18:10

      일주일만에 운동을 하고왔어요.
      비오는 날이어서 더 몸이 쳐지고 무거운 듯~
      저녁준비 하려고 쌀 씻어놓고, 컴퓨터를 켰어요.

      흐린 바다를 바라보면서, 잠시 다시 글을 읽어봅니다.
      아릿해지는...

      "선영아~ 우리가족이 되어줘서,내아들을 좋아해줘서 정말 고맙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것이에요.

  • 디오2012.03.06 00:17 신고

    축하합니다~~축하합니다..~~~
    얼마나 좋으실까...
    더 이상의 긴 말이 필요없을 듯..
    참 꼼꼼한 명훈씨예요.

    답글
    • 그레이스2012.03.06 07:08

      고마워~^^
      어제밤엔 오랫만의 운동 때문인지 많이 피곤해서 9시부터 눈이 감기고 헤롱헤롱 했었다.
      애들이 다녀간게 겨우 하루전의 일인데, 꽤 오래된 - 일주일이나 전에 다녀간것같은 - 착각이 되더라.

      명훈이는 대충~ 이라는게 없는 성격이니까.
      여자를 보는 것도 얼마나 까다로웠냐?

  • 깨몽깨몽2012.03.06 19:37 신고

    더할 나위없이 축하드립니다. ^^*
    재원인데다가 예의바르고 말도 그렇게 이쁘게 하니...
    큰며느리님, 작은 며느리님 다들 휼륭하시네요.
    짐작한대로,명훈씨에게 어울리는 배필이시네요. 다시 한번더 축하드려요. ^^

    답글
    • 그레이스2012.03.06 19:59

      지난번에 만났을 때 잠깐 얘기했었지?
      소개받은 아가씨가 있는데,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던.
      기대했던 것 보다 맘에 들고, 감동 받았어.

      내일이 명훈이 생일이어서
      오늘밤에 글을 하나 쓸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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