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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수술을 앞둔 아이와 적응연습 그리고 옛 이야기.

by 그레이스 ~ 2012. 2. 18.

내가 이뻐하고,즐겨찾아보는 해린이네 

속눈썹이 각막을 찔러서 수술을 해야한다고...

이제 겨우 40개월 넘은 어린아이가 수술실에 혼자 들어가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게,

아이에게 어떻게 설득 시키고 받아들이게 설명해야 울지않고 지시를 따를 수 있을지... 심란한 엄마마음과,

병원놀이를 통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적응연습 중인 글을 읽었다.

 

혜영이의 노력과 성의에 감탄을 하고,

또 어린 해린이의 슬기로움과 받아들임에 감탄을 하고...

 

누구나 남의 일을 보면서 자기의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큰애가 4살 무렵,

 

그동안 사용하던 사택에 무료 제공되던 회사제작 헌 침대를 버리고  돈을 주고 산 정식 침대를 안방에 들였었다.

두 아들은 신기한 듯 침대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게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고...

둘째는 엎드려서 발부터 바닥에 닿아 내려오고, 큰애는 콩닥콩닥 뛰어내리곤 했었다.

큰애가 침대 위에서 몇번 뛰어보니까 재미 있어서 더 큰 반동으로 솟구쳤을테고,

두 아이의 비명을 듣고 안방으로 뛰어가보니, 피투성이가 되어었었다.

 

재미를 느껴서 더 뛰었다가 그대로 붕 떠서 화장대 모서리에 심하게 부딪쳤던 모양.

어떻게 병원으로 옮겼는지... 하얀 공백 처럼 기억이 안난다.

5분 거리의 회사에서 남편이 병원으로 달려오고...

 

윗입술안과 잇몸이 이리저리 찢겨 열여섯 바늘인가? 꿰맸다.(다행으로 이빨은 부러지지않았다)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내어 운다고 나는 밖으로 쫒겨났고,남편이 아이를 붙잡고  있었다.

아이가 의사의 처치가 다 끝나는 동안 눈물을 흘리면서도 소리 한번 안내더라는... 남편의 전언.

 

집으로 돌아와서 퉁퉁 부은 입으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서 스트로우를 물고 우유를 빨아서 마시는 정도 였는데,

마취가 풀리니 신음소리를 내는 아이를 보고 아프니까 소리내어 울어도 된다고 내가 말했더니,

"내가 잘못해서 다쳤는데 어떻게 울수가 있겠어?" 했었다.

겨우 4살 짜리가,

자기가 잘못해서 다쳤으니 소리내어 울면 안된다니...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 할 말을 잃었었다.

 

 

이런저런 옛 상념에 젖어 있다가 갑자기 큰아들과 통화를 하고싶어 연락을 했더니,

삿포로에서 스키를 타는 중이란다.이제 막 내려왔다면서.

금요일인데 왠일이냐 했더니,

MBA 동기들 모임이라고 한다 - 유럽,미국, 아시아, 각 나라에 흩어져있는 친구들.

1년에 한번씩 세계 곳곳을 돌아가면서 모인다더니... 그 모임인가 보다.

재미있게 놀아라~ 서울 돌아오면 연락하라~  하고 끊고보니,

어포를 사오라고 부탁 할껄 깜빡 했네.

삿포로공항 면세점에서 아버지 좋아하시는 문어포 큰거 한봉지 사오라고 부탁해야겠다.

 

  • 씨클라멘2012.02.18 15:19 신고

    해린이는 벌써 수술을 받았나요?
    저희 아들도 심하게 속눈썹이 각막을 손상시킨다 수술을 권유 받았는데..
    그게 의사들의 의견이 좀 극과 극이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엄마가 이 지경인데 당장 수술을 안 시킨다..나중에 시력 손상까지 온다고 호통을 치시고
    또 어떤분은 아이가 크면 골격이 달라지니 증상이 나아질테니
    굳이 전신마취의 위험성을 택하지 말라 하시고~
    저희 아들의 경우도 수술 쪽 권유가 많았지만 저는 한달에 한번씩 안과에 가서 속눈썹을 뽑는 고충을 택했지요.
    (매번 속눈썹 뽑는 것도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아래 속눈썹 부분은 시신경이 모여 있는지라 통증이 장난이 아이어서 아이가 하도 병원에 가는 걸 질려해서
    나중엔 집에서 뽑아주었어요)
    고등학교 까지 너무나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괜찮은 편이에요.
    커서는 속눈썹이 많이 찌르면 자기가 알아서 뽑더군요.
    외국 의사의 경우은 속눈썹 때문에 전신마취라니..너무 의아해 하고요.
    혹 이미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해린 어머님께도 여러 의사분(특히 나이 드신 의사분)의
    조언도 좀 더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저희 남편의 경우도 당장 수술 하라는 의사가 절대적이었지만
    환자편에서는 좀 더 기다려보고 상황을 보자는 의견도 얻을 수 있어
    좀 모험이었지만 고민 끝에 그쪽을 택했는데
    저희 부부는 지금 그 선택을 잘 했다..생각 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02.18 19:20

      가끔 궁금해서 전화 해볼까 하다가도 출판작업 때문에 바쁠텐데 한눈팔면 안되겠다 싶어서 연락 안하고있다.
      책은 언제 나오는거니?
      원고를 다 넘기고나서 한번 만나자.

      맞아~!!
      한국의사들과는 달리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그쪽의 의사들은 아이에게 주사를 맞힌다거나 항생제 약을 먹인다거나
      그런걸 굉장히 반대 하시더라.
      예전에 명훈이 세훈이도 감기를 한달 달고있는데도
      항생제 처방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더라구.아이에게 얼마나 나쁜지 아느냐면서...
      전신마취라면 더 놀랐겠다.

      수술예정일이 아직 한달이 남았으니 해린엄마에게 전화해서 참작하라고 할께.

    • 씨클라멘2012.02.18 21:42 신고

      저희 아들은 늘 눈이 충혈되어 있을 정도의 아주 심한 정도였는데
      수술 반대 의견은 한국 의사들께 듣고 결정한 거에요.
      주로 경험이 많으신 연세 높으신 의사분들은 기다려보라는 쪽, 젊은 의사나 큰 병원 의사들은 수술 쪽이었어요.
      외국 의사분께는 나중에 다시 확인을 했었고요.

      저는 아직 원고에서 헤매이는 중이고요~
      원래 5월 초 출간 계획인데..
      혼자 하는 일이 아닌데 혼자 다 떠 맡다 보니
      원고 넘기고 나서도 수정 작업에, 지도 작업, 사진 편집..갈길이 머네요.
      거의 석달 째..양가집 가진 일정 말고는 약속, 병원..모든 일정 올 스톱하고 집이나 도서관에 있으니
      서울 오시면 전화 주세요.
      저 또한 안부 전화 드릴까 하다 언제가 편한 시간일지..몰라 늘 놓치곤 하네요.^^

    • 그레이스2012.02.19 09:09

      그렇다면 5월 보다도 더 늦어지는 모양이네.
      워낙 사진이 많다보니 책 한권 출판하는게 큰 작업이구나.
      막바지까지 올인해라~
      천천히 만나지 뭐~~~

      해린이는 오늘 전화해야겠다.

    • 해린엄마2012.02.20 13:27 신고

      안그래도 주말에 저희 부부가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대화를 나눴어요.
      아이 아빠가 차라리 시력이 나빠지는것을 택하겠다. 전신마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키지않는다. 고 했었는데
      말씀을 들으니 더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나이 지긋하신 의사분께 예약을 했놓았어요.
      확실히 젊은 의사들이 수술을 더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인것 같아요.

      귀중한 경험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항생제의 위험성이 많이 알려져서
      고열이나 심한 기침 아니면 병원에 안가는 엄마들이 많아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병원에 갔다하면 항생제 듬뿍 처방해주고 있는 한국병원의 현실.

      해린이는 가능하면 항생제에 노출을 안시키려고 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장이 약한지
      항생제 3일 이상 먹으면 설사를 좍좍 하더라구요.
      그때마다 항생제가 얼마나 독한 약인지 실감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병원가서 항생제 빼고 처방해 달라 그러면 기분나빠하는 의사들도 많아요. ㅠ.ㅠ

      그레이스님 바쁘신데 시간 내서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갈팡지팡 하고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 달진맘2012.02.19 04:21 신고

    글을 읽다가 기절한뻔,,,
    지나날이지만 엄마나 놀라셨슬까요,,
    아이둘울 키우면서 언제 벌어잘지 모르는 돌발상황 ,,그래도 그나마 다행 이었네요..
    찢길듯한 에미마음 오죽하셨슬까,,,
    사포로에 계신큰아드님 ..올해 사포로에 눈이 많이 와 스키 타시기 좋으실듯,,
    그곳에 수산물이 맛나지요..
    가이바시 인가 조개 힘줄 ,,,말린것 가기만 하면 사다 친정엄마 드리지요 울엄니가 좋아하시어...

    답글
    • 그레이스2012.02.19 09:26

      그래도,그나마 눈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당시 유치원 다니던 이웃의 아이는 친구하고 나무작대기로 칼싸움 놀이를 하다가 눈을 스쳤는데,
      작대기의 아주작은 지푸라기 같은게 눈동자를 찔러서 결국 한쪽눈을 못보게 되어 사택이 발칵 뒤집어졌었지요.
      피해자 엄마도 병이나고... 가해자 엄마도 병이나고... (나중에 우울증에 심장병에)
      참으로, 언제 어디서 사고가 생길지 모르니...

      아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나서,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듯이 하나하나 그런 장면들,
      내가 잘못한 일,내 실수로 큰애의 손가락이 문틈에 끼여 크게 멍이 들었던 일, 아이가 다쳤던 일...
      어째 그리도 마음아픈 일들만 생각이 나던지.
      펑펑 울었던 날이 몇번 있었어요.
      요즘도 가끔 엄마가 잘못한 일만 생각나는... 그런 날이 있어요.

      몇년전에 삿포로 여행갔다가 돌아오면서 공항에서 어포를 몇가지 사왔었는데,
      남편은,그중에서 문어포를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문어포 사러 삿포로 다시 갔다오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면서)
      그게 생각나서
      이 글을 올리고나서 아들에게 문어포 사오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답으로 "녜" 딱 한자만 왔네요.

    • 달진맘2012.02.19 16:44 신고

      착한아드님 정말 부럽게 잘 키우셨네요...

    • 그레이스2012.02.19 20:25

      달진맘님~ㅎㅎㅎ
      제가, 과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 같지요?
      저녁 먹고나니 서울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어요.
      목요일 밤에 가서 3박 4일 잘~~~ 놀고왔다고.
      문어포도 사왔다고 하고요.

  • 여름하늘2012.02.20 22:02 신고

    아이들 키울때 다치면 당황되는 엄마의 심정을 잘 알길레
    엄청 긴장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정말 놀래셨으리란 생각이 들어요. 휴~ 제가 다 안도의 한숨을...

    답글
    • 그레이스2012.02.21 13:26

      3~4세 아기들 키우는 블로그를 보면서, 옛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쩜 그리도~ 필름이 돌아가는 듯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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