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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건망증.

by 그레이스 ~ 2012. 10. 13.

10년 전인가?

나보다 다섯살 많은 친한 언니가, 그즈음에 기억력의 감퇴를 하소연하면서,

한꺼번에 두가지를 시키면 한가지는 꼭 잊어버린다며,

건망증이 없는 편인 나를 비정상이라 했었다.

 

경남 어느도시의(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차마 어디라고는 말 못하겠다) 시장부인인 언니의 친구가  

건망증 때문에 있었던 일로 전화가 왔더라는...

건망증이 심해서 평소에 외출 하면서 들고나간 우산,

양산을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게 한번 두번이 아니었다는 시장부인.

 

마침 그날은 그 도시의 기관장 부인들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정장을 차려입고 외출전에 찾아보니,집에 변변한 양산이 하나도 없더란다.

 

(양산을 쓸 일이 있을지 모르니)시쳇말로 쪽팔리는 기분이었지만,며느리에게  양산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 아이고~ 어머니 또 잃어버리셨어요?"  꼭 챙겨오세요~ 하고는 웃으면서  주더라는데,

어찌나 창피하고 속상한지... 자존심이 많이 상하셨단다.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담소를 하는 중에도 양산은 계속 살피셨다는...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며느리에게... 의기양양 양산을 돌려줬다고.

얼마있다가 집으로 걸려온 전화~

며느리가 받아서

"어머님~ ㅇ ㅇ ㅇ 한정식집에서 핸드백을 두고 가셨다고 전화왔어요~"

양산에 정신이 다 팔려서, 핸드백은 두고왔더라는...

나는 건망증 에피소드가 없었던 시절이어서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요즘, 내가 그렇다.

9월에 부산으로 오는 날, 아침 부터 비가 와서 현관에 있는 큰우산들은 불편하다고

며느리가 접을 수 있는 자기 우산을 챙겨주길래 다음에 올라올때 가져올께~ 그랬는데,

 

작은방 문갑위에 눈에 잘 보이게 올려두고도  지난주에 서울 가면서 깜빡했다.

음식을 담은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가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두가지를 한거번에 생각 못하는 머리가 되어버린거지.

아예, 종이백에 담아서 여행가방에 넣어둬야겠다.

 

 

 

 

                                             며느리에게서  빌려온 우산.

 

 

 

독일 쌍둥이칼 회사 제품 - 아들이 결혼전에 4인용으로 갔다뒀던 게 잃어버렸는지 짝이 모자란다고 해서,

부산에 있는 거 6인용으로 맞춰서 주겠다고 한게  8월 초 인데, 식탁옆에 꺼내놓고도 갈때마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독일에서 사온... 식칼로 채설거나 할때,

(칼사용이 서툰 사람이) 손가락을 보호하는 제품과 휴대용 약통.

 며느리에게 하나씩 줄려고 사왔는데, 줬는지 안줬는지도 잊고있었다.(나~~~ 왜이러니?) 

 

 

 

약속을 잊거나, 날짜를 착각하거나, 물건을 두고 오거나...건망증과 관계되는 실수가 없어서

기억력 하나는 대표선수라고 자신했는데...

 

  • 키미2012.10.14 00:16 신고

    ㅎㅎㅎ 그러니까 생각이. 토요일 특전미사 보려고 나가면서 큰집 조카애 줄려고
    장조림 해 놓은거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깜빡 했습니다.
    남편이 퇴근해서 빨리 가자고 채근하는 바람에...ㅎㅎ 변명입니다.
    애가 작은엄마 장조림 기다렸어요. 하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일부러라도 내일 가져다 줘야하나...집에 있으면 어지간한 일 아니면 나가기 싫어서요.

    답글
    • 그레이스2012.10.14 07:05

      옆에서 채근하는게 문제라니깐요~
      혼자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빠트리지않는데,옆에서 바쁘다고 하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좌우지간 한꺼번에 두가지를 못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부엌에 뭘 가지러 갔다가 끓는 찌게를 봤다면,그걸 내려놓고, 옆에 다른 거 옮기고, 설겆이하고,
      뭘 가질러 갔던 건 잊어버리고...

      특히나 휴일에는 더 나가기가 싫지요?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귀찮고... 운전을 하면,휴일에 차 막히는 것도 부담이고...

  • 달진맘2012.10.16 06:10 신고

    나이들어가는 징조인거 갔습니다,
    그럴려니하고 생각난김에 실행에 옮겨야 되는거 같아요..
    우산을 가방에 넣어둬야지 하고생각이 나면 바로 그자리 에서 가방에 넣어야지 나중에 해야지하면
    그것조차 잊어 먹으니...
    어른들 어디 나들이 가실려면 밤새 두런두런 짐가방 풀고 넣고 하시던게 바론 이런 깜빡 건망증 때문에 그런거 갔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2.10.16 08:44

      정말 생각 났을 때, 챙겨두거나, 적어두는 습관을 길러야겠어요.
      생필품이나 양념이 떨어져서 마트에 가면 사야겠다 생각했다가도 적어두지않으면
      나중에는 뭘 사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니까요..
      요즘은, 하루에 할 일을 머릿속으로 쭉 정리해봅니다. 암기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요일 저녁에 창원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온 여동생이 부산으로 와서 자고 갔어요.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도 계속 얘기하느라 2시를 넘기고...

      살아가는 이야기, 시집간 딸에 대해서,사위 이야기... 나는 아들과 며느리에 대해서...
      마음에 안드는 점이나 실망할 일이 생겼을 때,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세상사 살아가는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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