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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부모의 즐거움은...

by 그레이스 ~ 2013. 2. 18.

두 며느리가 온다고 열심히 청소하시는 남편.

금요일 아침엔 2층과 아래층의 유리창을 닦는 작업을 했다.

반짝반짝 빛난다며 와서 보라고, 큰소리로 부른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에는 자발적으로, 즐거운 듯 청소를 도와주셨다.

월요일 화요일은 꽃밭 청소를 하고,

내일은 창고정리를 해주세요~

내일은 유리창을 닦아주세요~

내일은 목욕탕 3개 청소를 해주세요~

 

나는 부엌의 설합과 찬장속을 꺼내서 닦고, 정리하고...

이부자리를 깨끗하게 준비해놓고... 이층 침실과 아래층 손님방을 확 뒤집어서 정리하고 청소를 해놓고...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준비할까~

중고등학생 시절에 잘 먹던 음식을 몇 개 정하고, 평소에 잘 안 먹는 토속적인 것도 추가했다.

무말랭이를 물에 불려서 장아찌를 만들고(며느리의 식성을 생각해서 맵고 짜지 않게)

곤드레 나물도 불려서 볶아놓고, 명이 장아찌와 깻잎장아찌도 준비하고, 깨끗한 저염 명란도 주문해놓고,

 

월요일부터 한두 가지씩 음식을 만든다.

부추나 잔파를 다듬어서 홍합을 넣은 전을 잘 먹었는데... 그것도 준비해야지.

(즉석에서 구워주려고 토요일 아침에 재료를 준비해서 계란 풀고 부침가루 버무려서 냉장고에 넣어놨다.)

명훈이 좋아하는 생김치도 준비하고,

세훈이 좋아하는 잘 익은 신김치도 준비하고,

며느리들을 위해서는 어린 채소에 부드러운 미나리를 섞어서 생채를 준비한다.

특별 드레싱... 싱싱한 레몬을 짜서 유자청에 섞은, 달콤 새콤한 소스(유자채가 씹히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수입쇠고기를 먹는데, 아들 며느리가 오는 날이니 좋은 한우를 샀다. 

갈비를 2킬로 샀다가 적은 듯해서 다음날 2킬로 더 사서 찜을 만들었는데,

아침, 점심 먹으니 딱 맞았다.

 

참기름을 안 쓰는 미역국.

핏물을 뺀 양지를 삶으면서 계속 지켜 서서 불순물과 거품을 걷어내면 아주 깨끗한 노란색의 맑은 국물이 된다.

불린 미역과 쇠고기를 참기름 넣고 달달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이는 게 일반적인 방법인데,

우리 집 방식은 참기름을 안 쓴다.

불순물을 다 걷어내어서 깨끗해진 국물에 대파 흰 부분을 3토막 넣어 다시 끓여서 잡내를 제거한다.

쇠고기는 건져서 결대로 찢어놓고,

전날 큰 냄비에 끓여두었던 다시 국물을 더 넣어서 넉넉한 국물에 미역을 넣고 끓여서 먹는다.

 

(멸치, 디포리, 마른 새우, 표고, 파뿌리를 넣고 큰 통에 다시 국물을 만들어서 국에,

나물을 볶을 때, 등등 물이 필요한 경우에 다시 국물을 넣어주면 훨씬 감칠맛 있는 음식이 된다)

무말랭이 만들 때도 마른 나물 볶을 때도

 

힘들면 마루에 누어서 잠시 다리를 쉬고...  고생스럽고 힘이 드는 데도, 기분 좋은 고생이다.

 

며칠 전에 큰며느리가 전화로 물어본다. 뭘 준비해 가면 좋을지... 뭘 사 가지고 갈까요? 음식 준비는?

너희는 내 집에 온 손님이니 아무런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오너라~

다 준비할 테니 내려와서 즐겁게 놀다 가면 된다.

 

그러면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신지... 백화점에 나가겠다고 물어본다.

취향에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현금으로 주면 내가 사겠다고 했고, 알았다고 웃는다.

돈을 드리는 게 성의 없어 보인다고 걱정하는 며느리에게,

현금이 더 좋은 선물이라고 설득시켰다.

(봉투를 열어보지 않고 뒀다가 나중에 봤더니 액수가 너무 많다 싶어서,

절반은 돌려줘야겠다고 전화를 했다.

몇 번 사양을 했는데도 이번만 그냥 받으시란다)

명절에 보낸 돈까지... 거금이 모였으니, 천천히, 갖고 싶은 품목을 생각해보자.

 

효자 아들 둘과 상냥하고 다정한 며느리 둘~ 한꺼번에 찾아오니 어찌 이리도 흐뭇한지...

호텔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샴페인을 마시고 코냑을 마시고.

 

내가 재촉해서 부부대항 윷놀이를 했다.

만원씩 6만 원 판돈을 받아놓고, 이긴 팀이 4만 원, 2등은 2만 원을 준다고 했다.

초반에는 둘째네가 월등히 빨랐는데, 잡고 잡히고... 마지막엔 큰애 부부가 이겼다.

우리가 꼴등을 하고.( 나는 이기고 싶은 맘이 쪼끔도 없었다, 그냥 같이 노는 게 좋아서)

자꾸 잡히니까 은근히 경쟁심이 생기더라는 아이들.

 

적절한 시간에 잠들어서 어른들을 편하게 해 준 하윤이~ (비행기 속에서도 조용히~~ 잤다고 하더니)

사랑스럽고, 기특한 순둥이였다.

아침엔 충분히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라고...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큰애 결혼식 사진을 이제야 가져왔다.

 

 

 

 

                                   하윤이네 사진도 작은 사이즈로 가져왔고...

 

   가장 눈길이 자주 가는 식당 방에 걸었다.(큰애 결혼식 사진에는 여섯 명이 다 있어서 메인에 걸고)

 

                       2층에 있던 둘째네 결혼사진도 가져와서 맞은편 벽에 걸고...

 

옛날 영국에서,

초대받아 갔었던 가정에 자녀들의 사진을 줄줄이 걸어두었던 영국인 부부의 집이

기억나냐고

이제 우리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고...

 

 

 

  • 키미2013.02.18 22:26 신고

    아...너무 좋은 향기가 나네요. 화목이라는 향기..너무 좋아요.
    시어머님이 보조기를 착용하시고 집으로 퇴원하셔서 누워서 지내시지만 집에 오니 살 것 같다고 하십니다.
    토요일에 큰댁에 가서 어머니 머리 감겨드리고, 발도 씻겨드리고, 그래도 형님에 비하면 너무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말 말라고 하시네요.
    큰 아이를 원주에 맡겨 놓아서 항상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전화만 하고 안 오면 더 얄밉다고 ㅎㅎ

    세상의 맏며느리들 너무 고생 많으세요.
    그래도 둘째라 마음에서는 짐이 좀 덜하고, 돈만 풍족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저 그것도 물 흐르듯이 가려니..

    그레이스님, 내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답글
    • 그레이스2013.02.19 09:03

      두 며느리가 같이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많이 흥분했었나봐요.
      집에 손님이 오면 흥분하는 꼬마들 처럼...
      아들은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고~

      윗세대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맏이에게, 며느리에게 너무나 큰 짐을 떠맡겼지요
      우리집도 그렇게 살아왔고...
      하지만, 요즘 세대는,
      며느리가 그런 책임을 지지도 않을뿐더러,병들어서 입원을 해도 자식 보다는 간병인에게 맡기는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 hyesuk2013.02.19 05:20 신고

    자식들 먼길서 온다고 청소에 음식장만에 들뜨신 언니네 보니 저희 양가 부모님들도 그런 마음이시겠구나 싶은 생각에 흐믓해요..ㅎㅎ

    답글
    • 그레이스2013.02.19 09:08

      진심으로 즐거웠다.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손님을 초대하고, 손님상을 준비했지만,그것과는 다른...
      아들과 마찬가지로 며느리도 귀한 손님이라고 느껴지더구나~

  • 달진맘2013.02.22 02:27 신고

    진심으로 자식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글을 읽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저는 아들이 없서 며느리를 기다리는 시모 심정을 모르겠지만 사위를 대하는 장모의 마음 가짐을 다시 되돌아 보게 굅니다.
    부모 자식지간에도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3.02.23 08:48

      새 이부지리들은 이불보에 싸서 넣어놓고,
      흩어져 있는 물건 하나없던 거실과 방엔 치워야 할 물건이 하나 둘 어질러져 있고,
      뽀얀 먼지가 테레비 주변과 탁자위에 쌓이고... 일주일만에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ㅎㅎㅎ
      남편이 그러네요.
      평소에는 대~충~~ 이 정도로 살자고.
      자식들을 기다리는 동안 준비하는 과정도 많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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