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탁에서,프랑스 여행이 화제에 올랐다.
아이들이 어렸던 80년대 초에 갔었던 기억과 그 이후에 청년이 된 두 아들과 갔었던 일주일,
또 큰아들과 함께 다녔던 여행.
이야기끝에 남편과 둘이서 파리 갔었던 때와
남편이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동안 혼자 거리를 다녔던 경험도 얘기하고.
그러다가 미라보 다리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2007년 파리 갔을 때,산책하면서 미라보 다리를 지나다가 찍은 사진.
아폴리네르의 세느강이 유독 미라보 다리 아래로 흐르는 이유는,
라 샤펠 지역에 살던 마리 로랑생이 미라보 다리에서 가까운 오퇴이로 이사를 하자
아폴리네르도 미라보 다리에서 걸어서 5 분 정도 되는 곳에 이사를 하고
거의 매일 마리 로랑생을 만나기위해 이 다리를 건너 다니던 추억의 다리 이기 때문이다.
27 세의 아폴리네르와 24 세의 마리 로랑생이 첫눈에 반해 연애를 하고,
7 년을 사귀다가 헤어진후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시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이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때
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헤어지고 얼마후에 1 차 세계 대전이 났었고 아폴리네르는 전쟁중에 죽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잊지 못할 이별의 시로 기억 될 수 밖에.
아폴리네르의 사연을 듣고나서 남편이 하는 말이...
"그러니까 사랑을 안해야지, 사랑을 하니까 전쟁이 나잖아~"
이게 뭔 뚱단지 같은 말인가~ 싶어 멍 한 표정으로 남편을 쳐다봤다.
내 표정이 한심해보였는지,웃으면서 설명을 해준다.
런던에서 살던 시절,세훈이가 했던 말이란다.
티비 명화극장에서
워털루 브릿지 (우리나라 제목은; 애수)를 보고,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사랑과 슬픈 결말에 대해서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옆에서 듣고,
여섯살 세훈이가 판단하기에는,
남여 주인공이 사랑을 해서 전쟁이 났다는 거다.
사랑만 안했으면 평화롭게 살았을텐데,사랑을 해서 전쟁이 났고 그런 비극이 생겼단다.
나는 기억을 못하는데,남편은 세훈이의 진지했던 표정까지 기억이 난다고 하네.
우리의 이야기는 또 방향을 틀어,
런던의 그시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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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는 키미님은 요즘 젊은이에 대해서 훨씬 잘 알겠네요.
요즘 대학생들은 시를 안읽는다는 말...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우리가 젊은이였던 그 시절에는
고등학생때부터 많이도 좋아했었지요.
점심시간에는 방송실에서 올드팝송과 영화음악도 자주 들려줬고요.
방송실 담당자가 우리반 친구여서 희망곡을 메모지에 적어 주기도 했지요.
그친구 옥희는 30대에 병으로 일찍 떠나서,
기억속에서만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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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7.02.28 18:08
위의 세래드님 글에 답글을 쓰다가,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세훈이는 만들기 시간과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는데,
그리기 시간에 큰도화지에 공룡을 한마리 가득차게 그려놓고
목에 끈을 매어 왼쪽아래 구석에 작은말뚝에 묶어 뒀는데,
말뚝은 두개 그려서 선생님이 왜 말뚝이 두개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대답하기를,
자기는 두마리를 그리고 싶은데,공룡은 너무 크니까 도화지 한장에 한마리가 꽉 차서,
나머지 한마리는 도화지 밖에 있다고 하면서,
자세히 보면 말뚝에 끈이 묶여서 도화지 밖으로 나가는 줄이 보이지 않냐고 하더랍니다.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하시고는,
그림을 벽에 붙이고 밑에 세훈이가 말한대로 설명을 써 주셨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8살에 입학한후
영국과 수업 스타일이 달라서 사택엄마가 운영하는 동네 미술학원에 보냈는데,
당신아들 유난스러워서 못가르치겠다고,학원에서 쌩쇼가 있었다며,
세훈이가 그린 그림을 보시고는,연필로 수정을 해주셨는데,
왜 자기 그림을 맘대로 고쳤냐고,
당장 원래대로 해놔라고 따지더랍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수정을 해주는거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고.
"내가 드러바서 원래대로 해줬다" 해서 한바탕 웃었지요.-
상상력이 참으로 뛰어나네요. 아마 계속 그런 교육을 받았으면 조앤 롤링(해리포터)에 버금가는 작가가 되었을 텐데..
나이가 들어서 가장 문제는 상상력의 고갈이라는 점입니다.
글을 쓸 때도 상상력이 부족하니 현실적인 글만 쓰게 되고..
어쩐지 아드님의 천재적인 능력이 사라진 것 같아서..
얼마전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를 봤는데,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는 다 처음 해봐서 자기들 마음대로 했는데, 그걸 나중 세대에게도 적용시켜서
이걸 해라, 저건 해 봤는데 안 좋더라 이런 식으로 다 하니 후속세대들이 뭘 하지를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걸 느껴요. 아이들도 다 똑똑하고 어쩌면 현명하게 처신하는데, 어른들이 너무 놔 주질 않아요.
자기 식대로 컨트롤하려하니.
아드님의 공룡이야기는 무척 충격적으로 상큼합니다. -
그레이스2017.02.28 22:53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상상력 창의력이 남다른 아이였는데,
한국 돌아와서는,
계속 선생님의 지적과 수정을 받아,
남과 같은 생각과 모양으로 다듬어지는 교육을 받으니까,
나중에는 색다른 시도를 안하더군요.
그렇게 적응해 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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