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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

정치 이야기.

by 그레이스 ~ 2016. 12. 17.



매일 종편의 뉴스를 반복해서 보는 남편에게,

뉴스는 안보고싶다고 짜증을 냈다.

흥미위주의 진행과정은 볼 필요없으니, 나중에 제대로 정리된 결과만 알면 되는 거 아니냐고.

남편과 나는 정치성향으로 보면 똑같은 보수인데,

세부적으로는 너무 다르다.

남편은 적극 지지하는 보수이고,나는 상당히 비판적인 보수라서,

말을 하다보면 다툼이 될까봐 정치 이야기 자체를 꺼린다.


남편은 46년 평양시에서 태어나,그당시 집에 자동차가 있을 정도로 부유한 환경이었는데,

소련군이 평양에 주둔하면서,재산과 신변에 위험을 느껴,급한 것만 처분해서 한밤중에 삼팔선을 넘었다고, 

시어머니께서 위험하고 긴박했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셨다.  

공산당을 피해 서울로 왔는데,내려와서 자리도 잡기전에 6.25 전쟁이 터졌으니,

모든 걸 다 버리고 피난길을 떠날 수 밖에...

다섯살이었던 남편은,

부산에 도착하기 까지 겪었던, 수많은 위험과 죽을 뻔한 고비를 아직도 생생하게 이야기 한다.

여동생은 피난길에 죽었다고.


시아버지께서 남편이 고등학생 때 병으로 돌아가신 것도,

그 이후 험난한 생활고와 초등학생 둘과 아직 입학 안한 막내를 아버지 대신 책임지고 살았던 것도,

살아오면서 겪었던 그 모든 고통이 공산당 때문이라고... 

북한 정부에 약간이라도 우호적인 정치인은 원수를 보듯이 한다.


남편이 다섯살 이후 겪었던 모든 불행을 너무나 잘 알고있으니,

나하고 의견이 다르더라도,잘 들어주고 동의하는 척 기분을 맞추는데,

요즘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어제는 내 의견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이번의 모든 사건은 없었더라도,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치인이라면 남과 소통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은 (말과 행동으로) 남을 설득하는 게,정치인의 의무 아니냐고.

그런데,대통령이 되어서도,

직접 의견을 들어야 할 청와대 수석들과 장관들까지도 서면 보고를 했다니...


이번 사건의 핵심은,기본이 안된 사람이 정치를 해서,

대통령의 품격을 떨어뜨리고,자기를 지지한 사람들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법적으로 잘못이 없더라도, 더 이상 그자리에 있으면 안된다고.


나는,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말하지 않는다.

사람 됨됨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무너졌으니,동정을 받을 수가 없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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