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래드님 블로그에서 그때 그 사람이라는 글을 읽고, 나도 비슷한 일을 쓴 게 있어서
앞부분만 복사해서 가져왔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물건 살 때,
지나치게 물건값을 깎거나 덤을 더달라고 빼앗아 오는 것을 무척 싫어하셨다.
내가 열 몇살이었으니 50년 전 그때는 정찰가라는 게 없었고, 흥정으로 물건을 사던 시절이다.
난전에서 채소,과일을 살 때 조금 더 달라고 떼쓰는 일이 없으셨는데,
짐꾼으로 따라 간 나에게,
난전에서 장사하는 사람에게 야박하게 굴지마라고...
장사도 남아야 먹고살게 아니냐, 억지로 뺏어오는 건 저 사람들 이문에서 니가 빼앗는 게 된다고,
장사는 파장시간이 되고 어두워지면 밑지고 파는 수도 있는데...
그냥 하나 덜 먹으면 되지.
남을 서운하게 하고 가져온 그만큼,
하나 더 먹어서 이득이 아니라 나중에 니 재물에서 나간다고 하셨다.
기분좋게 주는 덤만 받아야 한다고.
그게 내 마음에 콕 박혀서 콩나물 30원어치 살 때도(가계부에 75년도 콩나물 값이 30원으로 적혀있다),
사과 한 무더기를 살 때도, 야채 한단을 절반으로 나눠서 살 때도 더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노력했으나,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 야박한 내 행동에 대한 오래된 기억 하나.
74년도에 결혼했고, 75년도 가을이었을게다.
그때는 과일장수가 하루에 한 번 리어카에 과일을 싣고 사택 안에 들어와 팔았었다.
이웃들이 줄줄이 나가서 사과 한 봉지씩 사서는, 그 자리에서 수다가 이어졌는데,
점점 이야기에 빠져서 다들 자리 잡고 앉았다.
그 게 마침 우리 집 앞이어서 나는 이야기 내용보다,
우리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해야 하나~차 한잔을 대접하고, 지금 산 사과를 깎아서 내야 하나~
갈등하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월급의 반을 시어머니께 보내던 시절이어서,
한 달에 한번 사과를 사는 것도 벅찰 정도로 우리 집은가난했는데,
내가 아무런 내색을 안 했기에 이웃에서는 우리 집 사정이 그 정도 인줄 아무도 몰랐다.
사과 다섯 알 든 봉지를 들고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었는데,
나보다 두 살 많은 한 부인이 자기 사과를 먹자고 내놓았고, 내가 칼을 가져와 깎아서 나눠주었던 기억이...
가난하다 보니 이렇게도 치사해지는구나~
그날 저녁, 못난 내 행동에 눈물이 쏟아졌다.
앞으로는 밥을 굶는 지경이 되어도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20년쯤 후에 차대희씨 부인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냐고 웃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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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은 좀 특수한 곳이어서,
아주 친해지기 전에는 서로 약점을 안보이려고 조심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시댁이 가난하다거나,생활비를 보낸다거나,그런 걸 내색하기 싫더라구요.
시어머니께 돈을 보내니,오직 식생활비만 쓰는데도 매달 월말이 되기전에 돈이 떨어져서
눈앞이 캄캄하고...가끔은 혼자서 울었어요.
그래도 그날 이후
남에게는 인색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답니다.
(그당시에는 보너스가 많이 나와서,회사에서 대출받은 돈을 연말이면 갚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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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인가 하면서 끝까지 읽어 내려가니
제 젊었을때 생각이 많이 나요
젊었을때 30대 중반에 사택으로 들어 가면서 전세 끼고 무리하게 집을 샀어요
월급쟁이 와이프로서 돈을 쪼개고 쪼개고 정말 얼마나 야박하게 살았는지
돈이 인심이라는데 부끄러운 옛생각들이 떠오르네요-
그레이스2016.12.25 07:38
저일은 오랫동안 마음에 상처로 남았던 일이라서 한장면까지도 다 기억합니다.
그 이후에도 인색하거나 째째하게 군 적이 많았을텐데,기억으로 남을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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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기억이아니라 아름다운 기억이네용~ 힘든시절 내것을 포기하고 부모를 도와주는건 쉽지않은 일이죵~
가진것이 많아도 주변사람에게 인색한 사람들도 종종있습니당.. 해외시절~ 좁은 한국사회에서 특히 주재원부인모임은 남편들 직업과 얼키고 설키기땜시 정말 조심히 행동해야했습니당~~ 그땐 제가 모임의 막내라 윗분을 모셔야한다는 그런 요상한 위계질서가 있었는데... 별난 성격인 저는 풍족한 삶을 과시하면서 지인들에게는 인색한 한 분을 보고 열좀 받아 나이값도 못한다고 지인들과 맞장구를 좀 쳤는데... ㅎㅎ 맞언니겪인 한분이 저희들에게 안해도 될말을 하면서 자기를 과시하거나 주변사람들에게 인색하고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너희들보다 태어나길 적은 그릇으로태어나서 살면서 많은 결핍을 안고 사는 사람이니 욕하지말고 불쌍히여기라고 하시더라구용~~
해외생활을 하면서 '주는건 서양식 받는건 한국식' 요런 논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쩡정한 사람들을보면
욕한바가지 해주고싶다가도 그분의 말씀처럼 불쌍하다 생각하니 정리가 되더만용~~ ㅎㅎㅎ-
그레이스2016.12.25 07:52
부모를 돕는 건 내집안 일이고,그것때문에 남에게 인색하게 굴어서는 안되잖아요.
런던에서 살았던 기간에는,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베풀고 살았어요.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 집으로 찾아가서 도움주고,
음식 나누어 주고,애로사항 고민상담 들어주고...
그당시 남편이 부장이어서 내가 어른노릇을 했었던 모양입니다.
한국에 있을때보다 월급을 훨씬 많이 받았으니까 생활도 넉넉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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