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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형제자매들.

벽시계

by 그레이스 ~ 2018. 8. 7.

오늘 아침,

형제 카톡방에 올라 온 오빠의 글과 사진.

 

 

 

벽시계.

 

처박혀 있던

할머니가 쓰던 벽시계를 말끔하게 고쳐 왔습니다.

이런 걸 전문적으로 고치는 곳이 있어

부품을 구할 수 있으니 살려내는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여섯살 아들 손잡고,

일본에 있는 서방님 찾아 간 게 1932년인데 아마 이 시계도 그 때쯤 샀을 것이니,

나이가 85년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이코샤(지금의 세이코)제품.

 

어릴적

기둥에 매달려 있는 시계 보고,

"봐라~ 이제 종이 두번 칠끼다"

"딩 딩"

"우와~"

"오빠는 그 거 우째 아는데?"

순진하기 짝이없던 동생은

손자 손녀가 다섯이나 되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겨울밤

바람소리 스산하고 잠은 안오는데

시계추가 똑딱 거리면

신경이 곤두서서

저누무 시계 부랄을 잡아 빼삐까,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 시계를 보고

기차타고 마산 가서 중학 입학시험 치고

통학생시절

아침마다 기차역에 내달렸습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오래 전에 떠나고

아버지도 가시고 안계신데

그노무 시계가 다시 똑딱거리니

너무 반갑습니다.

.........................................................................

 

오빠의 글이 경어체인 이유는,

똑같은 글을 형제카톡방과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과 지인들에게도 보내기 때문이다.

 

8월 3일,

벽시계와 엄마가 결혼 때(1945년 1월) 혼수로 가져온 재봉틀을

전문가에게 가서 고쳐왔다고 사진을 올려 줬었다.

 

 

재봉틀에 알맞게 받침대도 제작했다고 상점에서 보내 온 사진.

동생들은

벽시계와 재봉틀에 얽힌 이야기를 댓글로 풀어놨었다.

 

오빠가 학교에 다니고,시계를 볼 줄 알게되어

정각이 되기 직전에  이번에는 몇번 종소리가 날 꺼라고 알렸줬었는데,

다섯살짜리 나는 그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오빠가 천재인 줄 알았다.

 

  • 키미2018.08.07 11:42 신고

    ㅎㅎㅎ 와~ 정말 천재입니다. ㅎㅎ
    오빠는 그거 우째 아는데...그 말이 왜 이렇게 찡한지요.
    우리 집에도 어른 키만한 시계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시계방에서 속아서 가져온 듯..
    왜냐면 그 얼마 후에 고장났어요. ㅎㅎ
    아무리 고쳐도 안 되어서 그냥 벽에 장승처럼 이사갈 때까지 있었죠.
    그때는 왜 그렇게 큰 시계를 샀는지...

    답글
    • 그레이스2018.08.07 12:53

      순진하다못해 어리숙해서
      오빠가 하는말은 뭐든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대로 믿었어요.
      심부름도 잘하고
      시키는 일은 뭐든지 고분고분 잘 듣는 여동생이었지요.
      오빠가 중학생이 되어
      중학교 교가를 공책에 써 놨는데,
      오학년이나 된 나는 그 걸 읽어보고, 오빠의 작문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어요.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이어서,
      오빠는 뭐든지 잘하는,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했어요.ㅎㅎ

      날마다 형제카톡방의 글을 읽는 게
      큰 즐거움입니다.

  • 여름하늘2018.09.01 09:02 신고

    이글을 오늘에서야 읽게되었습니다
    제가 아오모리에 갔을때 올리신 글이네요

    옛물건을 소중하게 복원하셔서
    이렇게 추억의 글도 쓰시고 참 훌륭하십니다.
    시계밑에 달아두신 글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누구나 옛시절이 있는데 오빠님의 글을 읽으며
    저의 그때 그시절도 떠오르게 하는군요
    엄마 아버지의 젊었을적 사진도 떠오르구요
    그리워집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8.09.01 09:24
      카톡으로는 부족해서,
      추억을 나누면서 오랫동안 통화를 했어요.
      아버지 월급은 전부 저축할만큼 경제사정도 풍족했고
      아이들은 즐거웠던 시절이었어요
    • 재봉틀을 보니,
      42세 젊은나이에 사고로 돌아가신 엄마생각이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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