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계란을 10개 삶아놨다.
왜 이렇게나 많이 삶았냐고,
한꺼번에 삶아서 이틀씩 먹는 것보다(남편은 노란자위를 안먹기 때문에 한꺼번에 2개씩 먹는다.)
매일 다섯개씩 삶으면 따뜻하고 말랑할때 먹어서 좋지 않냐고,
또 잔소리를 했다.
싫으면 먹지말라고,자기가 다 먹겠다고,
무엇을 했을 때라도,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말란다.
당신도(나) 맘에 안드는 게 없는 줄 아느냐,
앞으로 함께 살 날도 길지 않은데,그냥 봐 주자~하고 넘긴다고.
그 말을 듣고,
나도 똑같은 맘이에요.
곁에 없으면,그리워할거라서...
그 걸 생각하면 화가 나다가도 참아진다고 했다.
그러니,
카레를 한솥 끓여 놓더라도(어제 낮에 내가 없는 사이에 한솥 끓여 놨더라),
수박을 통째로 썰어놓더라도,
계란을 한꺼번에 10개 삶더라도,
아무말도 하지말고 그러러니... 하란다.
젊은시절의 열정적인 사랑은 이제 없어졌지만,
앞으로 함께 살 날이
10년이 남았을지,15년이 남았을지... 그런 생각을 하면,
연민으로 뭉클해져서
속상함이 생겼다가도 스르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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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30년 40년 살아 온 부부들 다 같은 심정일텐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있어서
일시적으로 거슬리는 행동이 보여, 그 순간 화가 났다가도 금방 풀어지잖아요.
순간 순간, 나를 위하고 챙기는 게 보여서
그런 남편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워서,
나도 속터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남편이 73세이니,
길면 15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여기 저기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하면,다 들 그런 생각을 하더라구요.
수술을 하고나니,
내 몸이 먼저 망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고 했습니다.
키미님은 자녀가 없으니,
서로를 의지하는 맘이 더욱 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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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답글
저두 애들할배의 자기 아집으로
일방적인 행동에 기가차서
힘들적이 점점 느네요
몰아부칠수도 없구
참자니 열이 치받구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때론
명이 길어진것두
부부지간에 문제가 더많아 지는거 같아요-
그레이스2018.08.19 23:02
그나마,사소한 것에 고집을 부려서 다행이예요.
직접 음식을 만든다든지,
위험하다고 말려도 밤낚시를 간다든지...
남편이 하고싶을 때는
내가 말릴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두번 말해보고 안되면 포기합니다.
차라리 먼저 선수쳐서,
점심은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만들자고 하면 기분좋게 호응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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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부군님 말씀 들으셔야긌네용~ 저야말로 남편이랑 느무 안맞아용~ 지금은 애때문에 정신이없어 안맞고해도 대충넘어가는데 ㅎㅎ 알고보면 지극히 사소한문제들인데 성격이 변하질 않으니 차츰 포기가 되는것같아용
답글
젤 심각한게 서로 다른말투인데 전 좀 직선적이고 Yes/No를 확실하게 표현하는데 남편은 속내를 잘표현하지 않고 제 뜻을 오해해서 혼자 새초롬하게 삐져있고 ㅠㅠㅠ 진짜 남자가 저래있음 환장합니당 ㅠㅠ 거기다 행동이 느리니 어디 나갈때마다 진짜 욱해용^^ 삐지고 느리고 ㅠㅠ 흑흑흑~-
그레이스2018.08.20 11:15젊은시절에는 안맞는 게 정상 아닌가?
서로 살아온 방식과 성격이 다른데
부딪침이 없이 잘 맞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살면서 서로 조율하고
화가 나더라도
건드리지 말야야 될 부분은 지켜주고
서로 상한 감정을 푸는 방법을 잘 활용하는 것이
연륜이 주는 지혜인 것 같아 - 내 경우는,
결혼초기부터 회사일에 빠져서
새벽에 나갔다가 밤중에 들어오는 남편이라서,(현대조선소가 생겼던 시기 그리고 그 이후)
불만을 이야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도 대단했고,
그만큼 인정 받는 남편이 존경스럽더라구.
남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니까,좀 부당한 일도 잘 참았나봐.
무척 부지런하고
어떤 일이든 빠르게 해치우는 성격이라서,조금만 느렸다가는 호되게 야단맞았어.
한번씩 집안을 뒤집듯이 정리정돈 시키고...
나는 훌쩍훌쩍 울면서 그 걸 다 치웠다.(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네)
퇴근시간 되기전에 집안 정리를 해놓고,
냉장고에 끓여서 차게 식힌 보리차가 있어야 되고
(어쩌다 떨어져서 끓여서 식히지 못한 미지근한 물이 있으면 혼났어)
옷을 벗고 손씻고 나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어야 하는.
연년생 아들 둘이 3~5세이면
저런 거 다 지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때는 남편 요구사항을 힘들어하면서도 반발심은 안생기더라구.
나보다 더 바쁘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걸 아니까.
20년 30년,숙달된 비서처럼 맞추다가,
40년도 넘어서 이제와서 잔소리를 하니,
효용가치가 없어져서 함부로 취급 당하는 것같은 섭섭한 기분이 든다고 하시네.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 달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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