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친정.형제자매들.

아버지의 영향으로

by 그레이스 ~ 2018. 12. 4.

 

 어제,형제카톡방에 올라온 오빠의 글.

묘사 끝나고 나올려는데 철이(6촌 동생)가 줄게 있다더니만,

노트하나를 들고 나오는데 당숙이 주셨다 한다.

1990년 노트인데,

아마 창원으로 이사 갈 때쯤이지 싶다.

논어,맹자,노자,장자,춘추좌전,한비자,손자,오자,회남자  그런 걸 메모한 거다.

뒤쪽에는 족보도 들어있다.

철이 말이,

아버지가 주면서 니 형(우리 오빠)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셨다는데,

족보 말씀인 것 같기도 하다.

어제저녁에 이걸 무슨 갑골문 읽듯이 읽었다.

 

 

 

 

이 글을 읽고 서울 남동생이 쓴 댓글은,

아버지가 본인의 아들들은 족보와 고사에 관심이 없고 

조카는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하긴 1990년 무렵이면 다들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너무 바빴던 시절이기는 했지요.

.......................................

 

이번주에 친정아버지 기일이 있어서 아버지 이야기는 더 길게 이어졌다.

 

1990년이면,

아들들,사위들,새벽에 출근하고 밤중에 돌아오던 시절이어서,

족보나 고사에 관심이 있을 수가 없었겠지.

아마도 몇 번을 되풀이 말씀을 하셨을 테고,

흥미 없는 아들들의 반응에 실망하셔서 (우리는 사촌이 없으니 가장 가까운) 종질에게 

노트를 주셨던 모양이다.

 

29년 만에 아버지의 노트를,

돌려받아서 그냥 두지 않고,

노트에 메모하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흘려 쓴 글씨를 읽느라 고생했을 오빠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 우리들은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오빠는

회사일이 많아서 밤늦게 퇴근하거나,

회식으로 술에 취해 12시가 넘어서 집에 와도,

1시간 정도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잠을 잔다고 했었다.

2012년 연말에 보내온 문자에,

한 해 동안 150권을 책을 읽었다는 목록이 적혀 있었다.

서재와 창고에는 5000권의 책이 있고,

요즘도 매일 외국어 공부와 독서가 중요한 일과라고 한다. 

 

 

 

남동생은 중학교 1학년부터 특별활동을 도서반을 신청하더니, 매주 몇 권씩 빌려와서

중고등학생 시절에 읽어야 할 책들을, 중학 3년 동안 다 읽었을 게다.

그 영향으로 졸업 후 직업도 신문사를 택했겠지.

 

나도 역시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아버지가 추천해 주신 책들은 거의 다 구해서 읽으려고 노력했었다.

역사, 철학, 심리학, 교육에 관한 관심은 나이가 많아져서도 계속되고 있다.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취미생활은 여전하더라.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퇴근해서 집에 온 아빠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도 저절로 책을 읽게 되더라는

경험담을 풀어 본다.

 

'친정.형제자매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동생집에  (0) 2019.04.27
보람이 결혼.  (0) 2018.12.26
가을 풍경.  (0) 2018.11.04
주왕산 단풍.  (0) 2018.10.25
엄마 기일에.  (0) 201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