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큰아들

곰국을 끓이면서.

by 그레이스 ~ 2019. 1. 20.

 

아직 일주일이 남았지만,

며칠 전부터 서울 갈 준비를 시작했다.

음식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는 작업이다.

 

몇년 전부터 음식을 만들어 작은아들집에 보낼 때마다

큰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편하지 않은 마음...

 

큰아들 큰며느리는 출근을 하니까,

아침밥을 거의 집에서 안먹고

밤늦게 퇴근을 하니까 회사에서 저녁을 먹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장모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서 냉장고를 채워놔도

주말까지 그대로 있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고 휴직을 했을 때부터는,

친정엄마의 솜씨와 음식 잘하는 아줌마의 솜씨로 맛있는 음식이 풍성했었다.

그런 사정이라서,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을까~괜히 자신도 없고,어쩐지 주저가 되더라.

그렇게 몇년이 지났다.

 

1월 30일 작은아들집 이삿날이라서,

추우니까 밖에 나가서 놀수도 없는 아이들 돌봐 줄려고 서울 간다.

일주일 전에 큰며느리에게 전화해서

먹고싶은 거, 생각나는 음식이 없냐고, 뭐라도 원하는 거 만들어 주고싶다고 했더니,

힘드실텐데 괜찮다고 사양하다가,생각을 해보고 말씀드릴게요 하더라. 

어제 오전, 

서울 가는 일정 때문에 다시 통화하다가 물었더니,

지난 추석에 보내준 곰국이 진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고 하고는,

그렇지만 만드는 과정이 힘들다고 들었는데,고생하실까봐 부탁 드리기 죄송하다고...

아이구 애야~

니가 맛있다고 하면,내가 무엇을 못하겠냐~

시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싶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먹고싶다고 해서 반갑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자 마자 재래시장 가서 살코기가 많은 사골 두개를 사와서 핏물 빼고 끓이는 중이다.

출산일이 한달 10일 정도 남았는데,

진한 고깃국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일찍 말했으면, 추석부터 한달에 한번씩 해줬을텐데,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몇가지 명절음식을 더 만들어서 가져 갈 생각이다.

 

  • 달진맘2019.01.20 11:20 신고

    자식들 에게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 헤아려 집니다
    내식구들 먹일 음식 만드는것은 참즐겁지요
    무리하지 않게 만들고 준비하세요
    곧 손주가하나 더 태여 나는군요
    얼마니 이쁠까요
    정성들에 준비는 하시되 무리는 마세요

    답글
    • 그레이스2019.01.20 13:04

      큰아들 큰며느리에게는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해서 생각 날때마다 미안했어요.
      남들이 들으면 잘사는 아들네가 그럴수 있다고 하겠지만
      부모자식 사이라도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되잖아요.
      친정이 가까이 있고,
      집에는 음식 잘하는 아줌마가 있으니
      먹고싶은 것 말만하면 만들어 준다고 해서,그냥 넘어갔는데,
      아무것도 못해준 게 자꾸 맘에 걸렸어요.
      이번에 며느리가 곰국 끓여 달라고 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 키미2019.01.20 14:46 신고

    벌써 큰며느님 출산일이 다가왔군요. 전 여름 쯤이지 했습니다.
    저도 어제 곰국거리를 사와서 끓이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침에 곰국을 먹으면 점심까지 든든하고 좋다고 합니다.
    특별히 보신하는 약도 없고, 평소에 보약도 별로 안 좋아하니 곰국이라도 자주 끓여줍니다.
    어제 스카이캐슬 보고는 염정아의 마지막 장면에 뭔가 다른 결심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험지를 그대로 경찰서에 가지고 간다든지...예서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마음을 굳게 먹었을지도..
    우주의 모습에 깜짝 놀라던 표정도 그렇구요.
    참 자식을 키운다는게...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답글
    • 그레이스2019.01.20 15:17

      3월 2일이 예정일인데,그보다 빨라질 수도 있겠다고 하네요.
      2월에 한번더 끓여줄 생각이예요.

      스카이 캐슬 덕분에
      자식에 대해서 교육에 대해서 다시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과장이 심하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니까요.
      염정아는 시험지와 금고에 넣어 둔 녹음 파일도 같이 제출하겠지요.
      남에게 피해주는 삶은 살지 말아야 한다는 말,
      강준상이 자기 어머니에게 했던 말,
      자식을 아무런 타이틀 없이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인정해 달라는 말이,
      어제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해요.

  • 수선화2019.01.21 07:07 신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것을 원할 때 해줄 수 있는 기쁨 그것만큼 큰 기쁨이 또 있을까요? 큰 사랑 주고 받으시는 모습을 보는 제마음까지도 행복 합니다.
    나 그냥 엄마 아들이면 안돼요?
    이 한마디가 저를 울렸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19.01.21 07:34

      큰며느리가 해달라는 말을 하는 게 어찌나 반갑던지요.
      기쁜 마음으로 했습니다.
      초벌로 삶아 고기는 건져 쓸어놓고,뼈는 4시간씩 3번 끓였어요.
      마지막에 대파를 넣어 한소큼 끓여서 고기 누린내를 없애고
      어제밤에 베란다에 내놨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아들.
      단점도 부족한 점도 다 감싸 안아주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그 게 참 어렵지요?

  • 여름하늘2019.01.23 00:25 신고

    아하 그러고 보니 설날이 다가오고 있군요
    곰국만드셔서 서울 가시는군요
    그레이스님표 곰국은 말만 들어도
    구수하고 맛있게 느껴지네요

    답글
    • 그레이스2019.01.23 07:34

      원래는 설날 즈음 갈건데,
      이번에는 하윤이네 이삿날이 1월 30일이라서 좀 당겨서 올라갑니다.

      곰국을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진하게 끓입니다.
      식으면 도토리묵처럼 굳어질 정도로요.
      그리고 국물색이 뽀얀색이 아니고 갈색인데,
      뼈를 오래 끓이지 않고 고깃국물이 많아서 옅은 갈색이 됩디다.
      뽀얀국물이 나오도록 끓이면 국물은 두배로 많아지지만 뼈속의 인이 나와서 몸에 안좋다고
      좀 아깝지만 그 정도에서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