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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언.

상상과 창의력, 산만함과 집중력.

by 그레이스 ~ 2019. 11. 14.

할아버지가, 태권도 수업 마치는 시간에 아이들 데리러 가셨다가

체육관 앞에서 며느리의 언니를 만났다고(언니네 딸과 아들도 다닌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언니가 하는 말이,

하영이를 보면 어릴 때 동생의 모습과 똑같다고 하더란다.

똑똑하고, 해야 할 일은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야무지게 한다고. 

언제 인가~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큰 딸보다 동생이 더 언니 같았단다.

공부도 잘하고 매사에 열심이고 똑똑했다고.

 

여러 의견을 종합해보면 (또 내가 관찰한 며느리의 모습도 포함해서)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해내는 아이였을 거다.

엄마의 입장에서

성취욕이 강하고 열성적으로 노력하는 타입이었다면,

반대의 성향을 가진 아이를 보면, 속이 터져서 야단을 칠 수밖에 없을 게다.

며느리에게

하윤이의 성향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했다.

세훈이 어렸을 때와 아주 비슷하다고.

공부하다가 딴짓을 하거나

멍~ 하게 다른 생각에 빠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럴 때,

생각없이 멍청하게 있지 말라고 야단 치면 위축되고 주눅 들어서 눈치 보게 된다.

상상력을 잘 키우고 활용하면 창의력이 되고,

생각 없이 멍청하게 있다고 야단치면 점점 자기가 멍청한 걸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야단치지 말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고, 부탁했다.

 

 

세훈이는 여섯살 즈음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야기를 만들기를 잘했다.

그 내용을, 명훈이와 나는 열심히 들어줬는데,

하늘을 날아가는 기차는,

명훈이가 흥미롭게 듣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냐고... 다음 편을 이야기해달라고 재촉하곤 했었다. 

기차가 솦속으로도 가고,

동물들도 태우고,악당도 만나고, 괴물을 만나서 기차가 놀라기도 하고...

영국에서는 만 5세에 예비 1학년이 시작되는데(우리나라의 유치원 과정이다)

어느 날 마치는 시간에 맞춰 교실에 갔더니,

선생님이 교실 뒷편 벽에 붙여놓은 그림을 설명해 주셨다.

세훈이 그림은

그림 자체로만 보면 안 된다고, 꼭 설명을 들어야 내용을 알 수 있다고 하시면서,

큰 도화지에 가득 차게 디노사우르스 한마리를 그려놨는데,

그 게 어찌 잘 그린 그림이냐고?

내가 의아하게 쳐다보니, 자세히 보라고 하셨다.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아주 작은 작대기 두개가 그려져 있고 끈이 묶여 있는 거란다.

끈 하나는 그림속의 디노사우르스 다리에 감겼고,

다른 끈은 그림 바깥으로 나갔다.

세훈이가 설명하기를,

디노사우르스는 너무 큰 동물이라서 두 마리를 한 종이에 다 그릴 수가 없다고,

그래서 다른 한 마리는 종이밖에 있는 거란다.

자기가 끈으로 묶어 뒀으니 (선생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밖에 있다고 하더란다.

그 상상력이 특별해서 교실 뒤 작품판에 붙여 뒀다고 하셨다.

아마도 영국이니까,

아이의 상상력을 더 높이 칭찬하고 키워 주셨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1학년에 입학해서는

담임선생님이 엉뚱하다고 지적하셔서,

영국에서는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세훈이 편을 들어서 말했었다.

숙제하다가 딴짓하는 때도 종종 있었는데 산만하다고 야단치기보다  

일단은 그 딴짓에 관심을 가져 주고,숙제에 집중하도록 타일렀다.

(제대로 집중력이 길러지기 까지는 수~ 년이 걸리는 일이다.)

 

 

하윤이 방문앞에 붙어 있는 그림.

아빠는 의사, 엄마는 발레리나, 한가운데 자기는 디자인어 라고 써 놨다.

디자인하는 사람이니 디자인어가 맞다.ㅎㅎ

며느리에게 고쳐 주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디자이너라고 직접 고칠 때까지.

 

 

미레의 나 ,

역시, 미래가 맞다는 걸 알고 고칠 때까지 그냥 두라고.

 

하윤이는 아직 저학년이니 좀 더 기다려주고하면 잘할것같아용 환경도 워낙좋고 예전에 올리신 율동비디오본께 재능도 뛰어나보이고 자신감도 있어보이던데~~ ㅎㅎ 부모가 완벽하다고해서 본인의 기준에서 애를 판단하고 이끌다 오히려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당~ 지금 제 칭구들은 대부분 고딩학부모고 오늘 수능치루고있는 애들도 있는데 그래도 머리 좀 되고 공부한다하는 애들 어릴때 이야기 들어보면 의외로 산만했다는 애들 꽤 있어용^^

답글
  • 그레이스2019.11.14 15:55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고 엄마노릇하는 게, 한해 한해 마다 다 처음이라서
    막막하고 불안하고... 그렇잖아.
    헛돈 들이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도움이 될까봐서 서 너살 아이에게 이런 저런 과외도 시키고,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엄마 경력을 쌓아 가는 건데,
    아이가 자기와 비슷한 성향이면 그나마 좀 쉽겠으나,
    완전히 다른 성향의 아이라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왜 저러나 싶어서 속만 터질 것 같겠지.

    나는 과거에 경험했던 일이고,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답을 찾는 노력도 했지만,
    10년간 육아와 교육상담을 하면서
    많은 사례를 듣고 답하면서 노하우도 쌓였으니,
    며느리에게
    조바심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알려 줄 수 있는거지.
    나도 젊은시절에는
    방법을 몰라서 밤잠을 설치고 고민도 했었다.

  • 하윤이의 장래희망이 디자이너이군요
    하윤이가 아직 어린데 디자이너라고 하니
    이쁘게 잘 차려입고 포즈도 잘 잡고
    미에 관심이 많다는걸 느꼈었는데
    역시 그랬었구나 하는 마음이 드네요

    답글
    • 그레이스2019.11.15 20:16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고등학교...나이가 들면서,앞으로 몇번이나 장래희망이 바뀌겠지만,
      처음 생각한 장래희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와 발레리나도 후보에 있다고 합디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 뮤지컬 수업이 있어요.
      하윤이는 뮤지컬수업을 신청해서
      일주일에 한 번 노래와 연기수업을 한다고 동영상도 찍어서 보냈더라구요.
      어리니까,
      뭐든지 다 해보는 게 좋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