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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언.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답변)

by 그레이스 ~ 2019. 7. 3.

세훈이의 생일이 5월이다.

그러니 1학년 입학하고 그해 5월에 있었던 일이다.

세훈이 책상을 정리하면서 설합을 열어보니,

지우개가 박스째 들어있다.

그즈음 지우개 사건도 있었고,

지우개를 아끼는 아이니까 몇 개를 더 사는 건 이해할 수가 있지만

20개가 넘는 지우개를 샀다는 게...

화가 나서 밖에서 놀던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불러서

당장 문방구에 갖다주고 돈을 받아 오라고 야단을 쳤다.

세상에 어떤 애가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은 지우개를 사냐고...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하면서.

엄마의 서슬에 풀이 죽어서 고개를 떨구고 있던 세훈이가 지우개 박스를 설합에서 꺼내면서

자기 생일에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건데, 

초대받아 오는 친구들에게 답례품으로 나눠주려고 샀다고 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대 맞은 듯이 아찔했었다.

그랬구나.

그런 생각으로 샀었구나. 

엄마가 몰랐다고,

문방구에 갖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일에 친구들 나눠주자고 했다.

(3월에 명훈이 생일파티를 하면서,

참석한 친구들에게 답례품으로 컵케잌 사탕 초코렛 학용품을 작은 종이백에 담아 나눠줬었다.

걸 보고 자기 생일준비로 용돈으로 지우개를 샀던 거다

85년도 그당시에는 아이들 생일파티에 며칠 전에 초대장을 나눠주고

또 파티를 마치고는 답례품을 주는 경우가 없어서 명훈이 생일파티가 사택에서 화젯거리였었다.)

 

그 일을 계기로 결심했다.

도저히 이해 못 할 엉뚱한 일을 저질렀더라도,

먼저 아이에게 이유 혹은 변명을 들어보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 이후에 잘잘못을 판단하겠다고.

 

지우개 사건이라는 건,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에게서 집으로 전화가 왔었다.

세훈이가 지우개를 잃어버렸다고,

찾을 때까지 집에 안 가겠다면서 교실에 있으니

엄마가 괜찮다고 그냥 집에 오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하셨다.

교실 청소를 하다가 나오면 챙겨놓겠다고 해도 기어이 기다리다가 찾아서 가겠다고 하더란다.

이틀밖에 안 쓴 새 건데, 아깝다면서...

우리 아빠가 새벽부터 회사 가서 받은 돈으로 샀으니 아껴 써야 된다고 했다나.

학용품 잃어버렸다고 집에 안 가고 기다리는 아이는 세훈이가 처음이라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교무실로 따라온 세훈이와 통화를 하고, 그냥 집에 오라고 했었다.

집에 온 아이에게 선생님보다 니 행동이 더 옳다고 칭찬을 하고

학용품을 아껴 쓰는 너를 다른 아이들이 본받아야 된다고 했었다.

 

그만큼 학용품도 아끼고,

용돈으로 받은 돈을 아끼는 아이라서 지우개 한 박스를 샀던 걸 도저히 이해 못 했었다.

 

 

며느리에게,

세훈이가 1학년 때 있었던 일을 들려주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하윤이에게 질문을 하고 이유를 들어봐라.

체육관에서 집에 오는 버스를 놓쳤는데,

엄마에게 연락할 생각도 안 하고 편하게 놀고 있었냐고~?

하윤이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던 거다.

버스를 놓쳤지만 (이종사촌) 이서도  버스를 못 탔으니 이모가 데리러 올 거다

그러니 엄마에게 전화할 필요 없다고.

화장실에 간 사이에 버스가 출발했으니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지.

며느리가 화가 났던 이유는,

버스를 놓치고도 엄마에게 연락을 안 한 것보다,

이모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내가 며느리에게 되물었다.

만약에 하윤이가

엄마~  체육관에서 더 놀고 싶으니 버스 안타도 되냐고

나중에 엄마가 데리러 올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안된다고 할 거잖아.

거절당할 걸 아니까, 거짓말을 하는 거다.

가끔은 규칙을 벗어나는 것도 눈감아 줘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일탈이 안 생긴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혹은 잘못했을 때,

혼내지 않고 아이의 말을 들어줘야 아이가 거짓말을 안 한다.

크게 혼난 경험이 있으면

나중에 탄로가 날 지언정 우선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며느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절제를 잘하는 아이였고,

재능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우수한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본인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을 거다.

뛰어난 운동선수가 나중에 뛰어난 감독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너희들은 왜 그만큼 노력을 안 하느냐,

왜 정해진 룰을 지키지 못하느냐... 그런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며느리 니가 그 뛰어난 운동선수와 같다. 

너는 절제를 잘하고 규칙을 어기지 않는 아이였으니,

하윤이의 행동이 못마땅했을 거다.

아마도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

하윤이는 엄마에게 야단맞았던 일이 크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엄마에게 미움받을까 봐,

엄마가 원하는 대답을 하려고 거짓말을 섞어서 포장을 하는 거다.

 

내가 보기에,

하윤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지극히 정상이다.

순발력이 뛰어나서 위기 대처 능력도 있으니 머리가 좋은 아이다.

 

한번 더 말하지만,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야단치지 말고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게 먼저다.

아이의 변명을 다 들어주고,

맨 나중에 잘못에 대한 지적과 당부를 하도록.

그래야 엄마를 믿고 자기의 실수나 잘못을 털어놓는 아이가 된다.

 

  • 현명하신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내 기대와 달리 행동했을때 화가 먼저 나는데,
    부모로서 아이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잘못을 설명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의 행동 뒤에는 타인은 이해가 안 되도 자기만의 이유와 논리가
    있기 때문이죠.

    • 그레이스2019.07.03 20:36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가
      어떤 조언을 해주셨는지... 자기도 도움을 받고싶다고,
      내용을 알고싶다고 부탁을 합디다.
      아이가 학교에 다닐 즈음에는, 엄마들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거던요.
      도움이 필요한 엄마들에게, 참고하라고 올렸어요.

      작은아들이 여덟살때 저렇게 결심을 하고,
      지킬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계속 노력하다보니,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바뀝디다.

  • 문정희2019.07.04 15:03 신고

    이세상 어머니들이 아이입장에서 이렇게 현명한 양육을 한다면 정서적행동적 문제가 없을텐데....요즘 학교현장에선 정말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이 적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저는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가끔 우리애들 다시 양육한다면 잘 키울텐데 생각과 애들에게 많이 미안해집니다...예비 부모들이 아기 낳기전 이런 양육태도를 배우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어요...감사합니다~

    • 그레이스2019.07.04 17:06

      저의 블로그 방문자중에 학교 선생님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교육에 관한 글을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 글을 읽게 되어... 다시 찾게 된 것 같아요.

      문정희님~^^
      저의 조언을 좋게 평가해줘서 보람되고 고맙습니다.
      아이가 열살 넘어가면,
      야단치는 엄마에게 반항심이 생기고,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서운함과 외로움이 점점 쌓여가더라구요.
      엄마는 엄마대로 뜻대로 안따라주는 아이에게 불만이 쌓이고요.

      일곱살 여덟살부터
      아이의 신호를,
      아이의 속마음을 귀담아 들어주는 엄마의 아이는
      사춘기에도 부모와 마찰없이 무난하게 잘 넘어갑디다.

  • christine2019.07.04 23:01 

    정말 잘 새겨들어야하는 내용이네용~ 아이가 커가니 돌발상황이 생길때 우찌해야하는지 고민될때가 참 많아용~ 손주들 훈육에피소드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당^^

    그나저나 1985년도에 그런생파를 하신건 정말 획기적이였겠네용~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western style 생파는 경험하기 힘들었을것같아용~ 전 2003년에 초3조카를 1년반 데리고있었는데 생파초대장과 답례품주는거 보고 당시 진짜 신선한 충격이였어용ㅎㅎ

    • 그레이스2019.07.04 23:36

      1984년 12월 말에 영국에서 돌아왔으니,
      영국에서 생일파티 하던 그대로 했던 거지 뭐.
      초대장을 나눠주고,
      참석할 사람은 다음날 초대장에 붙어있는 리턴 카드를 달라고 했거던.(초대장은 영국에서 가져 왔었어)
      초대장도 신기했을 거고,
      생일파티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답례품을 나눠주는 것도 사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다들 놀랐다고 하더라.

      영국에서는 그 반에 한명 있는 아시아 아이라서,
      영국 아이들에게 빠지지 않을 만큼 평소에도 신경썼고,
      생일파티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를 빌리고 사회자도 불러서 진행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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