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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언.

윤지 떼쓰고 울었던 날.

by 그레이스 ~ 2021. 4. 21.

며느리가 조리원에 있던 기간에

사소한 일로 윤호가 짜증내고 징징거려서 할아버지께 야단맞는 일이 있었다

그 게 짜증내고 징징거릴 일이냐고 할아버지는 화가 나셨고.

 

내가 보니까

윤호가 식탁으로 오기 전에 이미 얼굴 표정이 어두웠었다.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었겠다 싶어서

야단치는 걸 중지시키고 놀이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유라랑 윳놀이를 하는 중에

할아버지가 편법으로 유라를 도와서 윤호가 졌는데

어쩌다 보니 연거푸 윤호가 지게 되었다네.

억울하게 게임에서 졌으니... 속으로 기분이 상한 상태라서 식탁에 와서 툴툴거렸던 거다

 

내용을 알고 나서

그 건 할아버지가 잘못하셨다고

윤호가 얼마나 속상했겠냐

게임은 이기든 지든 정정당당해야지 왜 편법을 쓰셨냐고

윤호의 속상함을 대변해서 말했더니,

아이가 그동안 참았던 게 한꺼번에 터져서 서럽게 통곡을 한다

데리고 가서 달래주고

그동안 니가 유라에게 져 주고 양보했던 거 다 안다고, 마음을 풀어줬던 적이 있었다.

 

일요일 윤지가 심하게 울고 떼썼던 행동에는

그 이전에 속상한 꼬투리가 있었더라

당시에는 엄마 아빠 할비 할미 아무도 몰랐는데,

어제 남편과 아이들의 경쟁과 질투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쌍둥이가 아니고 한 살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훨씬 쉽겠는데

남녀의 차이, 능력의 차이가 있는데도 같이 경쟁을 하니... 어른이 균형을 잡기가 너무 어렵고 힘든다는)

네 살이나 어린 윤지도 언니 오빠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 끝에

 

경희궁 뒤편 운동장에서 연날리기를 하던 날

윤호 유라에게 연줄을 잡고 연을 띄우는 방법을 아빠와 할아버지가 한 명씩 맡아서 가르치느라

윤지는 흙에 앉아서 소꿉놀이를 했단다.

짬짬이 어른들이 윤지 곁에서 놀아줬겠지만...

아하~!!

원인은 그것이었구나 싶었다.

자기는 아직 어려서 연을 날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납득은 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서운하고 속상했겠다.

그 속상함을 표현 못하고 참고 집에 왔더니

어른들은 흙 만졌으니 빨리 손 씻으라고 채근하시네

투덜투덜 씻은 손을 다시 거품 가득히 또 씻고...

세 번째 또 거품 하다가 못하게 해서 울음이 터졌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소리로 울고 오래도록...

 

아이들이 사소한 일에 심하게 반항하거나 떼쓰는 게 오래가면

그 원인은 훨씬 이전으로 돌아가서 찾아야 한다.

5학년 남자아이가

여행 중에 며칠 동안 서운했던 게 마지막 날 작은 꾸중으로 폭발해서

말썽쟁이 아이처럼 반항하는 경우도 몇 년 전에 봤었다

 

오빠 언니는 연 날리는데 윤지는 연날리기를 못해서 서운했지~ 하고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줬으면

마음이 풀어져서 울음을 그쳤을 텐데

정확한 진단과 대응을 못해서 아이도 어른도 긴 시간 힘들었다.

 

아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울고 떼를 쓰거나

이유 없이 징징거리거나

큰 아이가 사소한 꾸중에 거친 행동으로 반항하거나

그럴 때는

훨씬 이전의 사건에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자기가 왜 기분이 나쁜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하도록

몇 번이고 반복해서 훈련시키는 것이...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이,

나중에 아이에게 큰 능력이 될 것이다

......................................

  • 윤지 속마음이 전해져 제 맘이 다 짠해집니다
    저희 어릴적이야 어른이 하라는데로 무조건 따라야했으니 억울한 적이 많았는데 그게 말로 표현 할 수 없어 이 나이 먹고서도 맘에 남아 있어요
    제 아이들도 말로 표현 하는 법을 어릴 적 잘 가르치지 못해 사춘기때 서로 대화할때 고생이 많았어요
    제대로 속마음을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답글
    • 그레이스2021.04.21 19:25

      지금의 부모세대는 거의 모든사람이
      하고싶은 말을 못하고 살아서,
      자식에게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지요
      지금도 부모와 대화의 벽을 쌓고 살아가는 청소년이 많은 게 현실이고요
      그 걸 바꿔야 된다고...
      육아, 교육상담을 할 때마다 강조합니다

      며느리에게
      우리가 보지 못했던....연날리기 장소에서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이 있어서
      심하게 떼를 썼을 거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세살이면 너무 어려서... 자기가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거던요
      그 원인을 꺼집어내어
      속상함을 콕 집어서 달래주면 금새 풀어집니다

  • 5yeah2021.04.21 19:59 신고

    선생님 네살 여자 아기 키우는 엄마 입니다
    많이 배워갑니다..^^감사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1.04.21 20:13

      이런 댓글이 정말 반갑습니다
      나도 고마워요~~^^

  • 5yeah2021.04.21 20:42 신고

    덧붙이자면, 저도 어려서 감정을 말로 표현 하지 못해
    사춘기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려움을 많이 겪었었습니다~

    아가때부터 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잘 표현하게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인데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또 잘 커주는 이기를 보며 나름의 보람을 느끼네요..^^ 훌륭한 조부모님을 둔 일곱 아기들은 복이 많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답글
    • 그레이스2021.04.21 21:52

      하고싶은 말을 조리있게 설명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
      운동이나 공부처럼...
      꾸준히 반복연습이 되어야 속마음을 제대로 말 할 수 있을 겁니다.
      말을 배우는 시기,
      그러니까 서너살 나이에서
      울음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나중에 소통이 잘 될 겁니다

      우리는 모두
      그 걸 못해서 가슴속에 억울함도 상처도 묻어놓고 어린시절을 보냈잖아요

  • 최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유치원에서 숙제 다 끝냈다고 받은 선물을 친구한테 빌려주고 왔어요-
    네가 주고 싶어 준거니? 하니 그 친구가 달라고 해서 줬고 다음 날에 돌려준다고 해서 빌려줬다라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네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라고 당부하였어요
    물건은 네꺼고 네가 싫으면 안 줘도 되는 게 맞다고.
    네 마음이 먼저라고-
    돌려받으려고 그 다음 날 신나게 일찍 등원했는 데
    받았겠냐구요 ㅠ
    서운한 마음 애써 감추면서 다른 선물 받을 테니까 나는 괜찮아~라는 아이에게 돌려 받지 않아도 되니? 물으니 아니래서 다시 선생님께 말씀드려 한참 후에 장난감 돌려 받았어요
    (그 아이가 갖고 온다고 하면서 자꾸 미뤄 일주일 넘게 안 갖고 왔어요)
    조그마한 일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야 하는 지,
    아이에게 배려와 양보 그리고 자기 의사 표현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지 고민을 좀 했었어요
    아이가 친구와 주고 받은 약속이 좋지 않은 경험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았는 데, 친구의 사과와 함께 장난감을 돌려 받았어요-
    이번에 아이가 직접 느끼는 바가 많은 듯 해요~

    답글
    • 그레이스2021.04.22 06:56

      배려과 양보는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결정해야지
      분위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과
      또 돌려받기로 약속하고 빌려준 것은
      확실하게 받아오는 게 옳은 일이라는 걸 잘 가르쳤군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거니까요

  • 양보와 배려는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 이부분에 밑줄긋고 별표꺼정 해야겠네요~ 넘나라에서 공부를 시키다보니 저도 은연중에 칭구들에게 배려하는게 우선이라고 푸쉬한적이 있어요~여기있는동안 애들이랑 conflict만들지말고 무난하게 잘 어울려서 학교생활을 하는게 우선이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것을 여러번 깨달았습니당.. 엄마의 강요에 의한 양보와 배려는 부작용이 바로 나타다더라구요 ㅠ 지난 학기동안 교장실 두번 불려갔습니당 흑흑!!

    답글
    • 그레이스2021.04.22 09:59

      젊은시절에 나도 그랬고,
      많은 엄마들이 분위기 정황상 혹은 엄마 체면 때문에
      자기 자녀에게,
      니가 양보해라 거나,
      넌 두개니까 한개는 저 애 줘라거나 ... 강요한 적이 있었을 거야
      그 게 아이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줬을지는 그 당시에는 몰랐지
      속마음으로는 허락이 안되니까 억울하고
      엄마가 내 편이 아닌 것이 서운하고 분하고...
      상담을 하면서는
      내 아이가 양보를 안해서 엄마가 쪽팔리더라도
      내 아이의 건강한 사고 판단을 길러주기 위해서,
      아이에게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려와 양보를 가르치는 건
      엄마와 아이 단둘이 있을 때,
      이러이러한 상황에서는 양보를 하는 게 좋겠다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우리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배려를 한다거나
      남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순서를 의논해서 결정을 한다거나

  • 2021.04.22 09:56 

    자기가 왜 기분이 나쁜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하도록
    몇번이고 반복해서 훈련 시키는 것이....

    이 점은 어른이 된 지금도 잘 안되는 힘든 상황이라
    어릴때 부터의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손주가 태어나면 ...라고 기억해 둬야겠어요.

    • 그레이스2021.04.22 10:17

      우리는 모두 조리있게 자기 감정을 설명하는 훈련이 안돼서,
      부부간에도 섭섭하고 기분나쁜 일을 차곡차곡 쌓아 뒀다가
      어느 순간에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잖아요
      남편의 입장에서는 이게 뭐라고 화를 내냐고 오히려 더 크게 반응하고요
      되풀이 그런 상황이 생기니까
      화를 내기 전에 내 감정을 설명하자는 쪽으로 바꾸었어요
      화가 폭발하기 전에
      이러한 이유로 기분 나쁜 것을 몇 번이나 참았다 또 무엇도 참고 넘어갔다.
      그게 한계를 넘어서 내가 폭발할 것 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조목조목 따지면
      남편은 가만히 듣더라구요.

      아직 어린 아이들은,
      울 때마다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뭔가 보상을 해주고 달래지 말고
      왜 우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말로 설명하도록 여러번 반복 학습을 시켜서
      징징거리고 떼쓰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게 훨씬 좋구나~ 를 알 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리있게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어휘력도 늘고
      또 표현에 자신감이 생겨서
      나중에 학교에 입학하면 여러사람 앞에서도 발표도 잘하게 되고요

  • 한나2021.04.22 10:15 신고

    나의 속마음을 드러내서 표현하는것 대신에 불편한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것이 유치하다고 생각했기에 속과 겉이 다르게 행동하며 살았던것 같아요.
    윤지이야기를 통하여 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가 변해야겠다, 나자신에게만이라도 솔직하자 라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레이스님께 감사해요^^

    • 그레이스2021.04.22 10:23

      그렇게 참고 사느라,
      괜찮다고...대범한척 고상한척 하느라 속에는 응어리가(홧병) 생긴다고 하잖아요

  • 햇살맘2021.04.23 15:18 신고

    윤호 대목에서 제가 다 울컥해서 눈물이 찡~ 났네요.
    마음을 그렇게 헤아려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아이들이 정말 좋겠어요.
    그나저나 이사하신 아파트는 어디인건가요?
    해운대 집도 너무 부러웠는데
    새로 이사하신 곳도 볼수록 좋습니다.

    • 그레이스2021.04.23 15:54
      평소에는 잘 내색을 안하는 윤호가 목청껏 소리내어 울었어요
      속상한 마음을 알아줘서 서러움이 터졌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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