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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언.

아이도 어른을 테스트한다

by 그레이스 ~ 2021. 4. 19.

두 달 동안 윤지를 봐 왔던 날 중에

어제는 유난히 심하게 울고 떼를 쓰는...

어른들이 당황해서 대처하는데 혼선이 생길 정도였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가운을 입은 채로 잠옷으로 갈아입지 않겠다.

머리카락 말리는 드라이를 젖었을 때는 하지 마라 고 울더니,

겨우겨우 말린 후에는 다 말랐는데도 계속 드라이기를 하라고 울고

언니 오빠는 양치질 끝나고 동화책읽기와 이야기 시간도 끝났는데

윤지는 떼쓰고 우느라 발가벗은채로 그대로였다.

 

늦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제 간다

윤지는 계속 울고 있어라 하고 가방을 현관에 내놓고 스웨터를 입으니

그제야 잠옷을 입었다.

 우리가 간다고 인사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 좋게 굳나잇 인사하고 웃기까지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아이패드를 보겠다고 떼쓴 게 첫 번째

놀러 갔다 와서 손 씻다가 기분이 상해서 계속 울었던 게 두 번째

샤워하고 나와서 울고 떼쓴 게 세 번째

그 중간에 엉가 하고도 기저귀 안 갈겠다고 억지 쓰고,

아이패드 보다가 중지하라니까 계속 보겠다고 떼쓰고,

 

엄마가 조리원에 있는 3주간은

할머니에게는 떼쓰는 게 안 통한다는 걸 일찍 간파하고

언니 오빠가 30분 만에 아이패드를 반납하면 윤지도 덮어서 내놨었다.

아기가 온 이후로

엄마를 아기에게 빼앗긴 상실감을 가질까 봐 윤지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지켜야 하는 규율이 좀 느슨해졌겠지.

(아이 셋 다 많이 느슨해졌다)

 

어제는 할머니가 와서

식탁에서 밥 먹으면서 아이패드 보는 건 아무리 울어도 절대로 안된다 하고,

윤호 유라도 장난감을 식탁에 들고 오면 안 된다고 거실에 두고 오라 하고...

규율이 까다로워지는 걸 아이들이 의식했을 거다

큰애들은 곧바로 인식하는데

윤지는 울면서 떼쓰는 걸로 저항한다.

어른이 4명이나 되고

울면 먹을 것을 들고 와서 달래주는 할아버지도 있으니...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기가 어디까지 떼를 써도 되는지 경계선을 테스트해보는구나 싶더라.

 

집에 와서 남편에게

앞으로는 윤지가 울면서 떼쓸 때,

달래거나 먹을 것으로 유혹하거나... 어떠한 액션도 하지 말라고,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인양 외면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어느 시점에서 달래거나 협상을 하거나 단호하게 혼내거나

그 판단과 결정은 주 양육자인 며느리가 할 거라고.

(어젯밤에 며느리와 충분히 의견을 나누었다)

 

 

놀랍네요.
25개월된 윤지가 밀고당기기를 어른들 상대로 한거잖아요.
어른들이 아동심리학 공부도 해야하나요? ㅜ

  • 그레이스2021.04.19 13:35

    저는 전공이 그쪽인데도
    아이가 심하게 오래 울 때는
    어떤 방식으로개입할 지 갈등이 생깁니다
    첫째는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는 것.
    예외적으로 봐 주는 경우가 생기면 규율은 무너집니다.
    두번째,
    아무리 오래 울어도 떼쓰는 것으로는 얻는 게 없다는 것.
    울음을 그치면 뭘 주겠다는... 방법은 안좋아요
    (할아버지 때문이 분통이 터집니다, 어제 밤에 술 한잔 하면서 다짐을 받았어요)
    세번째
    왜 기분이 나쁜지 왜 울고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울음을 그치고 또박또박 말을 하라고 계속 가르쳐야 합니다
    자기 감정을 설명할 줄 알아야 사회생활도 잘하게 됩니다

한나2021.04.20 12:36 신고

오늘도 그레이스님에게 배웁니다.
저를 돌아보았어요.
제 아이를 양육하면서 일관성없는 엄마였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엄마였어요.
할머니가 되었을때는 잘 할수 있어야 할텐데 자신이 없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1.04.20 13:32

    제가 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화자찬을 많이 합니다.ㅎㅎㅎ
    아들이 어머니는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지적할 정도로요.
    언제 한번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다~ 라고,
    아들이 지적하는 엄마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개할게요.

    40~50년 전에는
    결혼해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육아에 대한 공부를 하는 새댁이 별로 없었어요
    그 때는 외국 번역서적이 몇 권 있는 정도로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지금의 50대도 우리 세대와 크게 다른지 않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 키우면서 잘못했다고 나중에 후회하는... 비슷한 경험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마찬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