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오빠가 카톡방에 올려준 연필로 그린 할머니집 평면도 글을 읽고,
각자의 기억속 옛추억을 소환했다.
어제 앵두에 얽힌 추억이 먼저 올라 왔었다.
5월 모심기 때 짧은 방학이 있었고 그 즈음 앵두가 발갛게 익는 시기였다고.
용원역에 내려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다가 마을이 가까워졌을 때
오빠 혼자 달려서 먼저 집뒤의 장독대 옆 앵두나무에서 한 줌 앵두를 따서 먹고있었던...
오빠는 중학 1학년, 내가 5학년 봄에 있었던 사건이다.
조금 후 내가 씩씩거리면서 야차같은 표정으로 달려 오더라고 썼더라.
억울했던 내가,
나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고...
그 당시의 묘사가 좀 더 상세해 졌다.
서울 남동생은 집 뒤 장독과 앵두나무 사이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고 설명하네
집 뒤 대나무밭에는 일제시대 공습경보가 울리면 숨었던 방공호도 있었다.
오늘 아침, 할머니집 2탄으로
여름밤 멍석을 펴놓고 옆에 쌀겨와 보리북더기로 모캣불을 피웠는데,
매캐한 그 냄새와
하늘에 별이 총총한데 누워 있으면 할머니가 부채를 부쳐주어 그대로 잠들곤 했다고.
그당시 주로 먹었던 밥반찬은,
미더덕이 들어간 된장찌게, 콩잎절임,작은 게가 들어 간 된장, 홍합 들어 간 국,
장날에는 바삭 구운 갈치 토막,
재첩과 야채 건더기가 들어간 깨를 갈아서 넣은 뻑뻑하게 끓인 국이 있었는데
보름에 먹는 찜보다 좀 묽은 한 국이다.
이 걸 먹고싶어 어디에 파는 곳이 없는가 찾아봐도 없다.
헛간 천정에 능구렁이가 기어 가는 거며...
더 길게 이어지는 집 내부의 곳곳의 설명에
남동생이 더 보탠다.
세용이 집과 우리 집 사이에 낮은 돌담이 있었고,
화단에는 찔레꽃이 많이 심어져 잇었지요.
유월무렵에 찔레꽃이 만개했을 때 붉고 푸른 색의 화려한 능구렁이가 찔레꽃과 돌담에 자주 출몰했지요.
사랑채 측간 앞 바깥마당에는 제법 큰 가죽나무도 한 그루 있어서
그 잎을 따서 가죽나물 반찬도 해 먹었어요.
뒤 대밭에서 나는 죽순도 무침으로 늘 등장하던 반찬이고요.
그 밑으로 나의 기억도 길게 이어졌다.
바깥마당에 밀 타작후 그 밀짚으로 오빠가 지은 인디언 막사 비슷한 움막은
동생들의 환호를 받았었다.
(그당시 입학 전의 일곱살 여동생과 다섯살 여동생은 할머니댁에서 맡겨져 있었다)
굳이 저녁밥을 그 곳으로 가져와서 먹었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네.
..............................................................................................
그 해 가을걷이가 끝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골집을 팔고 마산으로 이사를 하셔서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은, 딱 그 즈음에서 멈춰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린시절 함께 자란 형제들이
서로의 기억을 꺼내 추억속으로 빠져들고
아직도 눈에 삼삼한 할머니집의 평면도와
앵두꽃,움막,능구렁이등
공유한 그시절 이야기만으로
얼마든지 행복에 젖는다
그리운 할머니도
'친정.형제자매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과수 폭포 (0) | 2020.02.09 |
---|---|
오빠의 글 추억여행 (0) | 2020.01.18 |
뿌리 (0) | 2019.12.30 |
아버지 기일 그리고 말솜씨. (0) | 2019.11.26 |
늦가을 낙엽길. (0) | 2019.11.18 |